인물난, 당 내분 위기… 3월 친박 당 쇄신 대폭 물갈이로 판 흔들어안철수 신당 영향 최대 변수… 신당·민주당 잡을 카드 준비승부처 서울 '필승 홍보단' 발족… 지방 선거까지 운영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년 인사회에서 항우여 대표 등이 6·4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지방선거 시즌으로 본격 돌입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가장 촉각을 곤수세우고 있는 부분은 안철수 신당의 행보와 신당에 대한 지지율 변화추이다. 지금까지는 여야 공히 안철수 신당에 대해 "파괴력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안철수 신당의 기대치가 오르고 있어 신당의 세력이 어디까지 커질지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새누리당은 서울 수도권 핵심지역에 대해 적절한 후보자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조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친이계에 대해 "공천학살 등에 대한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여권의 후보 확정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 인물난에 위기감

새누리당은 지난 2일 새해 시무식과 동시에 6월 동시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당 체제 정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초청만찬/연합뉴스
새누리당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시무식을 열어 일제히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17개 시·도당 역시 잇따라 신년인사회를 개최하고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이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당과 민주당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방선거의 승부처인 서울시당은 선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당협별로 1,000명의 '필승홍보단'을 뽑아 교육을 마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추가로 1,000명을 선발해 지방선거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서 구전홍보, 유세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에 치명적이었던 '1억원 피부숍 이용'과 같은 네거티브 선거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발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 균열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주변에서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을 넘어 친박 대 비박계 간의 계파 투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 등 지도부 교체를 위한 전당대회 때 새누리당의 권력지형이 변화할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전략도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이 창당을 선포하는 3월경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핵심으로 정면에 등장하고 이외에 다수 친박계 인사들이 당 주요 보직을 꿰찬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플랜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물난으로 지방선거 때 혼전이 예상된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는 벌써부터 표면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주자가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과 공천여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계파간의 손익계산으로 당론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당장 서울시장 후보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내놓을 적절한 후보가 없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출마가 불투명해지면서 수도권 지방선거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 전 총리는 다음 달부터 4월 중순까지 3개월간 미국에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미국 UC 버클리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신설되는 한국법센터의 수석고문직을 제의받았고 센터 개소식 때까지 현지에 머물 계획이다.

여권의 잠룡인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김 전 총리도 출마가 불투명해지자 일부에서는 "새누리당이 계파간 눈치싸움으로 우왕좌왕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향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을 경우 여권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후보자등록(5월 15~16일)에 앞서 예비선거운동 기간이자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는 4월 중순까지 김 전 총리가 미국에 머문다면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기도 지사도 새누리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도지사도 인물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이렇다 할 강자는 없는데, 유력한 후보는 출마를 사절하고 있고, 이렇게 미적거리다 수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는 4선의 원유철ㆍ정병국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표ㆍ원혜영 의원과 비교했을 때 인지도가 떨어져 불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군은 대부분 야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유력 주자들은 잇달아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 지사를 대신할 카드가 마땅치 않아, 당 안팍에서는 김 지사의 3선 도전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남경필 의원도 경기도지사보다는 당 원내대표를 내심 목표로 잡고 있어 출마할 가능성이 낮다.

일부에서는 친박 핵심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2월경 장관직을 사직하고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가 유 장관의 출마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시절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현 정부들어 낙하산 인사 등 여러 논란에 휩쌓여 도지사 후보로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유력 후보를 설득하는데 집중해 수도권에 모든 역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친박-비박 갈등 재점화

새누리당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방선거와 관련해 가장 큰 난관은 내부 계파간 갈등이다.

친박과 비주류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6·4 지방선거와 전당대회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당장 갈등을 빚은 당협위원장은 당대표 투표를 하는 대의원을 지명하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에서 후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친박과 비주류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국회의장단 교체기도 맞물려 있어 이를 차지하기 위한 중진 의원들의 손익계산도 분주히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 최고 핵심 서청원 의원과 친이명박계 대표겪인 이재오 의원이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이 벌써 시작됐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이 의원은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의원단의 당협위원장 만찬에 불참했다. 친이계인 정두언 의원도 불참했다. 지난 8일 저녁 열린 상임고문단 만찬에도 친이계로 분류되는 강재섭·김형오 고문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친박이 주도하는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불만을 트위터를 통해 털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중국 법가의 고서인 '한비자' 10과편의 고사를 인용해 '행소충 즉대충지적야'(行小忠 則大忠之賊也)라고 적었다. '작은 충성을 하는 것이 곧 큰 충성의 적이 된다'는 뜻이다. 주군의 입맛에만 맞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부하가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의 개헌 논의 요구를 정면 반박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서 의원과 친박계 핵심을 겨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도 친박계 핵심 인사인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종춘 전 한보그룹 사장을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으로 낙점하려고 하자 친이계로 분류되는 김성태 서울시당위원장이 반발하고 나서는 바람에 난항을 겪었다. 김 위원장은 친김무성계로도 분류되는 인사인데, 이 일은 최근 청와대가 "김무성 의원을 내리고 서청원 의원을 중심으로 당을 개편하려 한다"는 소문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또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주류 측은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임명하려고 했지만 비주류 측은 나경원 전 의원을 지지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벤트식 개각은 없다"며 직접 선을 긋고 나선 것을 두고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당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드러내는 단적인 예"라고 입을 모은다.

황우여 대표는 시무식에서 "우리는 정체된 보수가 아니라 끊임없는 쇄신과 개혁을 해나가는 개혁적 보수를 지향한다"면서 "당의 이념과 가치를 국민에게 분명히 알리고 지켜서 국민의 사랑과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쇄신과 개혁을 명분으로 지방선거 전 양측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방선거 후보 선정과 공천문제 등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미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갈등의 시작이 아니라 타협을 위한 신경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국회에서는 지방선거의 룰조차 정해지지 않아 정치권에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는 6월 4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핵심사안으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여권 주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직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광역을 제외한 기초는 모두 공천제도를 폐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기초 중 인구 30만명 이상 지역은 공천을 할 계획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현재 여권 국회의원 상당수는 '정당공천 폐지'라는 특권을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이 공천을 안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도 새누리당이 아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게 그 근거다.

일단 기초단체장들은 대부분 공천제가 폐지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분석이 엇갈리지만 정당 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인지도가 높은 현직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현역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폐지를 원한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국회가 말만 앞세울 뿐, 정당공천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