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부인, 예술가 남편과 이혼갈등에 심부름센터 찾아전문가 "허가 없이 늘어나는 불법 심부름센터 관리 부실 우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한국아이닷컴 자료사진
유명 공연예술가 남편과 피아니스트 부인이 '용인휴게소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중심에는 심부름센터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주진화 용인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밝혔다. 주 과장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3시38분께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용인휴게소에서 공연예술가 채모(40)씨가 납치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주 과장은 "신고자의 말을 들어보니 남자 1명이 남자 3명에 의해 강제로 차에 실렸고, 곧이어 차가 급하게 도주했다. 충분히 납치로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추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 중앙고속도로 대구 방면 남양주요금소 부근에서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추격전을 펼친 끝에 심부름센터 직원인 이모(27?무직)씨 등 3명을 붙잡았다. 차량 안에는 채씨가 흉기에 4, 5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주 과장은 "범인을 잡았을 때 채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사인은 좌측 대퇴부의 동맥이 끊겨서 발생한 과다출혈이다. 통상적으로 동맥이 끊기면 10~15분 내에 사망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면서 사건의 충격적인 내막이 드러났다. 비극은 채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 피아니스트 이모(41)씨가 이혼 과정에서 갈등을 겪다가 인터넷에서 '심부름센터'를 검색하면서 시작됐다. 이씨가 심부름센터에 '채씨로부터 돈을 받아달라'고 의뢰했고, 납치범들이 채씨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자 살해한 것이다.

주 과장은 "죽은 채씨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얘기를 들을 수 없다. 다만 부인 이씨는 이혼 후 채씨가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주변에 퍼뜨렸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결혼해서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채씨에게 갈취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인 이씨는 심부름센터에 '전 남편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식의 상담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이 심부름센터는 납치범들과 부인 이씨의 중계 역할을 했지만 운영자 정체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주 과장은 "(심부름센터를 통해 연결된) 납치범 3명은 모두 돈에 관심이 있었다. 부인 이씨로부터 채씨에게 받을 돈이 있고, 재력이 꽤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납치범들도 채씨를 납치, 감금, 협박을 해서 돈을 더 뜯어낼 계획이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치범들은 의뢰비 1,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일단 이씨로부터 착수금 180만원만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인 이씨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납치ㆍ살인 등 강력범죄에 심부름센터가 깊이 관여하는 사건은 늘어나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허가 없이 마구잡이로 생겨나는 불법 심부름센터의 관리가 부실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곽 교수는 "현재 심부름센터는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신고제로 운영된다. 사무실도 실제로 갖춰놓은 것이 아니라 '유령 사무실'을 차려놓고 거짓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심부름센터를 관리하는 주체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불법적인 심부름센터를 양성화 시킬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