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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박원순, 동지냐 적이냐

'대권 가는길' 서울서 진검승부… 안철수 '기선 제압'·박원순 '재선 필승'
  • 안철수 의원이 포함된 새정치추진위원회 현판식. 왼쪽부터 송호창의원겸소통위원장, 이계안, 김효석 공동위원장, 안철수 의원, 박호군, 윤장현 공동위원장.
잠재적 대권 경쟁자 서울시장 격돌
安 신당, 朴시장 대항마 찾기 분주
장하성 소장 등 출마 적극 권유
야권표 분산 박원순 시장엔 치명적
차기 넘어 차차기 대권과도 연결
기선 제압 불가피 양보 쉽지 않을듯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6월4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놓고 안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에서는 장하성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에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를 권유하는 등 박 시장 대항마를 적극 찾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신당에서 유력 후보가 출마한다면 야권의 표 분산으로 박 시장에게는 치명적이다.

조선일보ㆍ미디어리서치의 서울시장 양자대결 조사를 보면 박 시장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맞대결 시 각각 50.2%대 40.0%로 박 시장이 앞섰다. 정 의원 대신 김황식 전 총리를 대입한 조사에서도 박 시장이 50.1%대 35.1%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에서 이계안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후보로 낸다고 가정한 중앙일보 3자 대결 조사에서는 박 시장이 38.4%, 정 의원이 33.4%, 이 전 의원이 13.4%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경우 박 시장 37.9%, 김 전 총리 32.1%, 이 전 의원 14.5%였다. 양자 대결 때에는 박 시장과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10~15%포인트였지만 3자 대결 시 차이가 5%포인트대로 줄어든 것이다.

이 결과만 보면 3자 대결에도 박 시장이 당선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이지만, 신당에서 이계안 전 의원보다 인지도나 지명도가 높은 후보를 내세울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3파전으로 양상이 흐른다면 신당 후보가 가져가는 표는 대부분 야권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에게 갈 표가 신당으로 가고, 새누리당은 어부지리(漁父之利) 효과를 얻게 된다.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과 정 의원이 5%포인트 차이였는데 신당 후보가 이계안 전 의원의 조사 결과보다 6%포인트 이상 표를 가져간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예측불허가 되는 것이다. 박 시장 입장에서는 신당의 후보 출마를 적극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야권 공부모임인 '혁신과 정의의 나라 포럼'에 참석해 '지방자치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야당 의원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안철수 의원과의 신뢰 관계는 아직도 잘 유지되고 있다"면서 "기회를 만들어 만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달라는 언급이다.

그러나 신당은 아직 서울시장 후보를 내세운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안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 의장을 맡고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의 관계는 개인적인 것"이라면서 "공적으로는 무조건 서울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MBN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9.3%는 안철수 신당이 독자 후보를 서울시장에 내세울 것으로 답했다. 그러나 안 의원과 박 시장이 또다시 연대할 것이란 예상은 37.0%에 그쳤다. 둘 간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49%에 육박하던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지지율 5%대에 맴돌던 박 시장에게 양보하면서 이어진 둘간의 끈끈한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정치권 속설을 그대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대결 구도가 호남에 이어 수도권에서 불붙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안철수 신당 서울시장 후보 인물난

신당에서 서울시장을 포함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 원칙적으로 모두 후보를 내기로 내부 방침은 세웠지만, 문제는 마땅한 거물급 후보가 물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안 의원은 장하성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에게 수 차례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지만 장 소장은 끝내 손사래 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소장은 "(안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 제안을 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여기저기 후보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현실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은 분명히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다"고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다.

장 소장 카드가 일단 난항에 부딪히자 신당 측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물밑에서 중량감 있는 후보군을 두루 접촉하고 있지만 아직 딱히 두드러지는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 송호창 의원과 김효석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차출설이 나오는가 하면 '차라리 안철수 의원이 직접 출마하라'는 소설 같은 이야기도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다.

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 이유는 단순하다. 누가 나와도 새누리당 후보와 박 시장을 꺾기가 쉽지 않은 구도라는 점이다. 3당 후보가 성공하려면 대개 진보성향의 야권 지지층을 기반으로 해서 여당에 싫증난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 모아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의 정치 이미지는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상당히 호감을 받고 있으면서 현역 시장 프리미엄까지 갖고 있다. 신당 후보가 박 시장의 표를 빼앗아 오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새누리당에서 정몽준 의원이나 김황식 전 총리가 나선다고 가정하면 보수층의 이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보수 대 진보의 맞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에 신당으로선 더욱 어려운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신당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이유다.

인물난이 거듭되면서 일각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신당 합류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박 시장은 이미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를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박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신당행을 택할 수도 있기는 하다. 이런 가설이 성립되려면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해 완전히 바닥을 치면서, 신당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통해 국민적 정당으로 신뢰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가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 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당 측 이계안 전 의원은 박 시장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 "특정 정당 소속이라 영입 대상이라는 말을 하기는 부적절한 때"라면서도 "(그러나) 민주당이란 것이 박 시장한테 군인 신분을 나타내는 유니폼인지, 무대에 올라가서 입고 있는 무대 의상인지는 아마 본인이 고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가능성에는 "현 시점에서는 당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개인적 거취는 당을 만든 다음에 다시 생각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아직은 민주당과의 연대가 부정적이지만…

안철수 의원 측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민주당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선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각자 자기 힘을 키우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정치 세력으로서의 자기 역량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다른 세력이나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려고만 해서는 큰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민주당과의 연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기엔 이미 지난 대선이나 총선에서 야권이 '정치공학적 연대'를 했으나 새누리당에게 연패했고, 그 같은 정치 행위가 대중에게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계속 주장해온 '새 정치' 이미지와는 후보 연대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도 안 의원 측의 자체 후보 서울시장 출마 문제에 대해 "박원순 시장 떨치기 아니냐"라면서 "연대는 없다"고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을 태세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안철수 신당과의 연대는 절대 안 된다"면서 "안철수 신당과 우리 당, 둘 중에 누가 죽든, 우리 당이 죽어도 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만약 깨지더라도 부딪쳐서 깨져야 하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양측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곤 있지만 서로가 부담이 되는 게임인 건 분명하다. 실제 야권 분열 시 민주당은 서울을 비롯해 호남을 제외한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확실히 압도한다는 보장이 없다. 신당도 민주당을 제압할 수 있는 후보를 낸다면 모를까, 결과적으로 야권분열을 통해 새누리당을 도와줬다는 비난에 시달리는 것을 걱정한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의 개인적인 인간관계, 정치 도리를 봐서라도 신당에서 무리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신당에서 후보가 나오면 박 시장의 당선을 힘들게 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지만 그렇게 해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비난과 책임을 져야 하기에 신당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당과 민주당이 후보 연대를 통해 서울시장은 민주당 박 시장이 야권의 단독 후보로 출마하고, 대신 신당은 경기지사나 호남 광역단체장 중 한 곳을 민주당에게 양보 받아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아직 양쪽의 입장은 맞대결 불사로 흐르고 있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전혀 다른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관측을 종합해보면 결국 신당이 그럴 듯한 후보 영입에 성공하느냐 여부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의 향배도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지에서 적으로 바뀌는 이유

안철수 의원이 다소 힘을 들여가면서 서울시장 후보를 자체적으로 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히 신당의 정치권 안착을 위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박 시장의 기세를 꺾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반영된 듯 하다.

민주당의 대권 주자로는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 정세균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 등이 꼽힌다. 또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도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아직 대권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작 파괴력 있는 후보는 박원순 시장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만일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 시정운영의 경험을 토대로 유권자에 대한 어필이 보다 쉬워지는 데다, 경남 창녕 출신에 경기고-서울대(후에 단국대 졸업) 출신에 사법고시를 거친 엘리트란 점이 보수진영을 상대로도 무기가 될 수 있다.

나이도 1956년 생이기에 차기 대선에서는 61세, 차차기 대선에서는 66세가 된다. 두 번 모두 대권 도전에는 적당한 나이이기에 안철수 의원 측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신당의 서울시장 자체 후보 옹립에는 안 의원이 대권에 대한 잠재적 경쟁자로서 박 시장에 대한 견제 의미가 강하게 배어 있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안철수 신당에서는 박 시장을 떨쳐내면 민주당에서 차기 대선후보가 없어진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흔히 일각에선 1987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 실패를 예를 들어 서로가 대선 출마를 순차적으로 하는 양보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대선을 앞둔 정치상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때 시대정신이 보수 쪽에 가있을지, 아니면 진보 쪽일지 가늠키 어렵다. 또 둘 이외에 다른 야권주자가 치고 나올 수도 있다. 대권에 양보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의 신경전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 차기와 차차기 대권에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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