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브로커 A씨 알선수재 수사

대신자산운용이 자리한 서울 영등포구 대신증권빌딩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신자산운용과 투자자 사이의 송사가 한창이다. 2008년 미국 호텔사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불완전판매한 책임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소송을 당한 때문이다. 2012년 3월 2심에서 대신자산운용은 총 63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해당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돌발 악재가 겹쳤다. 투자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해 수수료를 챙겼다는 고발이 사정기관에 접수돼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만일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투자자들의 추가 소송은 물론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투자 실패로 손해 배상 위기

사건은 200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신자산운용은 '대신 사모 라발로 특별자산투자신탁 3호' 투자자를 모집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호텔을 건립하는 '라발로 리조트 앤드 콘퍼런스 센터 프로젝트'의 시행사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서였다.

대신자산운용은 해당 시행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만기에 시행사가 개발업체로부터 상환받을 수익을 배분받을 권리를 취득할 계획이었다. 대신자산운용이 투자자들에게 교부한 투자제안서를 통해 최소 목표수익률 10.5%라고 밝혔다.

여기에 10~20%의 추가자본이익을 더해 총 20~30%에 달하는 기대수익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같은 해 5월 공무원연금은 100억원, 건설근로자공제회 50억원, 메리츠종합금융증권는 50억원, 더케이손해보험 4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초기 대신자산운용은 '건설은 어떤 장애도 없고 사업이 정상적인 스케줄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운용현황 보고를 했다. 이후 대신자산운용은 수차례에 걸쳐 펀드의 운용현황을 밝혔다. 긍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2009년 12월~2010년 5월에는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리먼브러더스 부도사태로 미국 금융회사의 신규 대출이 위축돼 최종대출을 받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결국 건설대출 무산으로 호텔 개발사업은 중단됐다.

투자자들은 선지급된 수익금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액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공무원연금공단과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더케이손해보험이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법원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등이 영향을 미친 점 등을 감안해 손해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대신자산운용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모두 63억여원이었다. 양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해당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투자 알선 대가 600만달러

이런 가운데 돌발변수가 생겼다. 투자 진행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사정기관은 현재 브로커 A씨와의 동업관계를 주장하는 고소인들로부터 고발을 접수받아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커 A씨는 대신자산운용의 펀드 투자금 수백억원을 라발로 리조트 개발사업에 유치한 대가로 미국 건설업자로부터 600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600만달러 중 일부가 펀드를 추진한 직원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자산운용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대신자사운용 관계자는 "사정기관으로부터 수사와 관련해 전혀 통보받은 적이 없다"며 "해당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의 악몽 재현 우려

결국 대신자산운용 측과 브로커, 미국 건설사의 삼각 커넥션이 있었다는 게 고소인들 주장이다. 만일 검찰 수사 결과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신자산운용은 2009년 펀드매니저 횡령사건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대신자산운용은 공시를 통해 부당 편출입 금액이 161억8,00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줄소송이 이어졌다. 미국 투자조합인 '대신 라발로(Daishin Ravallo) USA 2nd,LLC'를 시작으로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과 하나로상호저축은행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개인투자자의 소송도 잇따랐고,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청구된 손해배상 액수는 총 372억원에 달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스스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에 모회사인 대신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280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이로써 급한 불은 진화됐다. 그러나 대신자산운용의 신뢰도는 회복이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로부터 4년여 후인 지금 대신자산운용은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13일 대신자산운용의 수탁고는 2조9,197억원에 달했다.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무난하게 5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추고 있다.

그러나 커넥션 의혹의 부상으로 서 대표의 야심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추가 소송에 따른 배상금과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의 외면이나 이탈 등으로 자칫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