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위한 공모? 절차상 허점?대부업체서 개인정보 거래… 타인 명의 카드 정보 이용 본인 확인 절차 생략 거래… 인터넷에 싸게 되팔아 수익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유출 브로커와 지속적인 거래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의 브로커는 타인 명의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정보로 물품을 구입했다. 그는 홈플러스에서 대량 구매한 물품을 인터넷을 통해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이한 거래가 가능했던 건 홈플러스가 고객 확인 절차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행위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매출확대를 위해 브로커와 공모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돌고 있다.

홈플러스는 절차상의 허점은 인정하면서도 공모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자신들이 카드깡에 악용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개인정보 보안이 최대 이슈로 부각돼 더욱 그렇다.

구매 뒤 되팔아 수익

문제가 발생한 곳은 부산과 대구 지역의 지점이다. 브로커로 지목된 A씨는 타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홈플러스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물건을 구입했다. 이후 A씨는 인터넷에 할인된 가격으로 되파는 수법으로 수익을 올렸다.

이런 사실은 개인정보의 실제 주인인 B씨 스마트폰에 카드사용 확인 문자가 오면서 드러났다. 부산의 홈플러스에서 물품 600만원을 구매했다는 문자 내용에 화들짝 놀란 B씨가 해당 지점에 항의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이후 확인 과정에서 B씨의 개인 정보가 한 대부업체를 통해 유출된 경로가 포착됐다. 해당 업체는 이전부터 카드연체로 허덕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카드값을 막아준다고 유혹, 18개월 또는 24개월 동안 원금과 이자를 분할 납입할 수 있다고 B씨를 유혹했다.

이자가 비쌌지만 연체금을 막고 싶은 마음에 18개월간 분할납부로 돈을 빌렸다는 게 B씨의 설명. 대부업체는 B씨의 카드 값을 먼저 갚아준 뒤 해당 카드정보를 부산에 사는 브로커 A씨에게 55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A씨는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알아낸 타인의 신용카드 정보를 보유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한 자'에 해당된다. 이 경우 7년 이상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업계서 공모설 회자

유통업계는 이번 사건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공모설이 나오고 있다. 매출 확대를 위해 브로커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였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런 의혹이 제기된 건 A씨가 '수기식 결제'를 통해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정보만으로 물품을 매입한 때문이다.

카드 손상 등으로 결제가 불가능할 경우 수기로 결제할 수 있다. 다만 수기식 결제는 CVC번호 없이도 결제가 가능해 본인확인이 필수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50만원 이상 카드 결제시 본인카드가 아닌 경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본인 확인 절차를 생략했다. 문제는 수기식 결제 과정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실금 전부를 가맹점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홈플러스 내부 관계자와 공모가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홈플러스가 수상한 거래를 의도적으로 묵인했다는 시선도 있다. 매출을 위해 규칙 위반을 눈감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단순히 절차상의 허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는 "공모나 의도적 묵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모는 없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A씨는 수백만원대의 선물세트를 결제하면서 본인이 소지한 카드가 한도를 초과해 가족의 카드를 사용하겠다고 요청했다. 이후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고, 해당 인물은 직원에게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불러줬다.

A씨는 그동안 문제없이 고액의 결제를 해와 매장 입장에선 VIP고객이었다. 때문에 그대로 결제를 진행했다. 실제 A씨는 수년간 홈플러스에서 상당한 매출을 책임져 왔다. A씨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해 1월8일까지 구매한 물품만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수기결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실수를 인정했다. 다만 타인의 정보를 이용한 불법 거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A씨 개인의 불법행위일 뿐이고 오히려 홈플러스는 카드깡에 이용당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대로라도 홈플러스는 개인정보 관리와 관련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개인정보 보안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더욱 그렇다. 자칫 홈플러스의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