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기업·정치권 수사 본격 시작… 여권실세·재벌 '긴장'검찰 정치권·기업 수사 재가동롯데홈쇼핑 수사로 MB 측근 겨냥… 2호선 입찰 담합 건설업계 철퇴용문학원 조사로 김무성까지… 기업수사 통해 정치권 흔들 가능성

대검찰청
지난해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전방위 수사가 재계를 몰아치면서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여권과 검찰이 윤석렬, 채동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으로 갈등을 겪는 바람에 검찰의 기업수사는 연말을 기점으로 시들해지는 듯 했다. 검찰 내부의 동요로 기업수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중요 수사가 허공에서 맴돌았다.

검찰이 표류하면서 다른 사정기관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사정기관 주변과 정치권 일각에서 "2014년부터 검찰이 다시 기업과 정치권에 칼을 겨눌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 이 소문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월 말 조직정비를 최종 마무리한 검찰은 봇물 터뜨리듯 한꺼번에 수사를 쏟아내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진태 검찰 총장이 여야 구분 없는 수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여권과 연결된 수사는 힘 조절을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기업 수사와 관련, 일각에서는 "경제 위축을 우려해 박근혜 정부가 기업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해보다 강도 높게 기업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4대강 담합 비리 등 지난 정권을 겨냥한 기업수사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기업인만 처벌받았을 뿐 정작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등 지난 정권 핵심 실세는 오히려 면죄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치권 인사를 겨냥한 기업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정경유착 뿌리 뽑나

문중학교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정경유착 비리를 집중적으로 들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정권 당시 특혜 논란이 일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검찰의 롯데홈쇼핑 수사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롯데그룹에 대해 사정기관이 대대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특히 롯데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제2 롯데월드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수사임박설이 계속 정재계를 맴돌았다. 이에 정재계는 롯데홈쇼핑 수사가 롯데그룹 핵심부로 옮겨 붙을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수사와 관련, 사정기관이 집중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검찰뿐만 아니라 국세청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어서다. 통상 기업수사를 놓고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이를 '강한 사정의지'로 해석한다. "신격호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롯데홈쇼핑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신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지난달 22일 롯데홈쇼핑 전직 임원 A씨가 납품업체들로부터 각종 청탁 명목으로 수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상품부문장 재직 시절 중소 납품업체들로부터 납품 수량이나 계약 등과 관련한 편의를 봐준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홈쇼핑 입점, 특정 방송시간대 배정, 편성횟수 등과 관련해 다른 담당직원을 통해 부적절하게 개입하거나 청탁을 들어줬을 가능성도 보고 있다.

현대건설 사옥
검찰은 A씨와 납품업자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흐름을 면밀히 분석 중이며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와 대가성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이 단순 개인비리에 그치지 않고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상납이나 뇌물을 받는 관행이 만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다른 전·현직 임직원의 비위가 적발될 경우 관련자를 소환해 회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이나 롯데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국세청도 범 롯데가를 겨냥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조사를 이르면 이번 달 말 마무리 짓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할 예정이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임직원을 고발해올 경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수사에 정식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시절 검은 거래를 통해 제2 롯데월드 허가를 받아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롯데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제2 롯데월드 건설 인허가를 따내기 위해 로비를 했으나 매번 공군의 반대로 문턱에서 좌절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상득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했다. 이 때문에 허가당시 국가안보 위협 논란 등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롯데홈쇼핑 사옥
검찰이 롯데를 수사하면서 정치권에서 제2 롯데월드 인허가에 연루된 여권인사 K씨와 P씨 그리고 기업인 A씨와 관련된 여러 말들이 돌고 있다. 이들을 검찰이 수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이 전 대통령의 측근 B씨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참여 기업 다시 메스

최근 검찰이 4대강 수사에 이어 다시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칼을 빼들면서 이번 수사가 지난 정권 비리 수사로 이어질지 정재계가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입찰과 관련, 해당 기업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6일 이 공사 15개 공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건설사 10여 곳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수사대상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쌍용건설, 태영건설, 코오롱글로벌, 한양, 신동아건설 등 모두 15곳이다.

검찰은 낮은 품질의 설계서를 제출해 상대사의 낙찰을 도운 이른바 '들러리'업체가 있었는지, 또 건설사간 대가성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또 검찰은 각사 대표이사가 직접 담합을 지시했는지를 비롯해, 이번 담합사건의 주도업체 및 가담업체를 가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결과, 공정위 고발 사항이 입증될 경우 해당 건설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형법상 입찰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재계를 향해 검찰이 다시 칼을 빼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건설사를 비롯해 재계에는 또 다시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이번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사 의뢰에서 비롯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21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22억원을 부과했다. 또 이 공사를 낙찰받은 15개사에 대해서는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21개 건설사는 입찰에서 공구별로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낙찰액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1월 발주한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는 인천대공원과 서구 오류동을 잇는 총연장 29.3㎞의 노선으로, 총사업비는 2조1,600억원에 달한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도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최근 검찰이 용문학원 수사에 착수해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친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해 8월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따라 엄무상 횡령 혐의로 김문희 이사장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문학원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용와 용문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으로, 김 이사장은 용문학원 교비 수억원을 유용해 특정인에게 급여 형식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았다.

김 이사장은 고 김용주 전남방직그룹 창업주의 외동딸로 김무성 의원의 친누나다. 또 사실상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친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은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전망되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이 향후 어떻게 처리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의 임기는 5월까지지만 지방선거 이전에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지도부의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7~8월경 전당대회 개최 일정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부터 청와대가 김 의원을 당 대표직에서 끌어내릴 계획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 용문학원 수사가 불거져 여권에 미묘한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핵심부 교체를 원하고 있으며 김 의원은 청와대와 교감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 서청원 의원 등으로 당 대표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권 비박계에서는 사실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향후 기업수사를 통해 정치권 인사 또는 그 측근이 연루된 사건을 광범위하게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인사는 여권 핵심으로 알려진 A씨가 수사 대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 다. 재산가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말부터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모 기업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거나 해당 기업이 이권을 챙기도록 도와주고 측근을 통해 사례금을 받았다는 등의 말이 돌았다. 검찰은 A씨와 관련된 A씨의 최측근 인사들이 여러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업 참여 경로 등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