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유출 행태에 경종 울리겠다

김성훈 변호사
2014년 새해가 밝은지 불과 며칠이 되지 않아 전 국민을 분노케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신용평가사 KCB 직원이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를 합쳐 총 1억건에 달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다. 개인정보유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사건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KB국민, 농협카드의 수장이 옷을 벗었고 해당 카드사 모두 3개월 영업정지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제재를 받았다.

개인정보유출사태가 터진 지 1개월 가까이 됐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2차 피해는 없다"는 카드3사 측의 입장표명이 무색할 정도로 스팸문자ㆍ전화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까닭이다. 국민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카드3사를 통틀어 재발급ㆍ해지 건수가 648만건에 달했고 탈회신청도 88만6,000건에 이르렀다.

집단소송이라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행동에 나선 이들도 있다. 이중 법무법인 우성의 가 대리하고 있는 집단소송이 인원, 방법 면에서 가장 눈에 띈다. 김 변호사가 개설한 '농협ㆍ국민ㆍ롯데카드 개인정보유출 소송대응카페'에는 며칠 새에 7,000명에 달하는 회원이 모여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주간한국>은 2013년 2월 5일 법무법인 우성 사무실에서 를 만나 봤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태로 그동안의 개인정보유출 사건들로 쌓여있던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며 "집단소송을 통해 이번에 문제가 된 카드3사를 비롯해 그동안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가볍게 취급했던 금융회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장자연ㆍ이미숙 사건, 전두환 인터뷰 공무집행 사건 등 눈에 띄는 공익사건들을 수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공익사건들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나.

카드 3사는 1월20일오전 10시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인정보 유출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손경익NH농협카드분사장, 박상훈롯데카드사장, 심재오KB국민카드사장.
"직장생활을 하다가 방향을 틀어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월급쟁이 변호사를 하더라도 공익적인 사건을 일 년에 몇 건이라도 하자고 다짐하게 됐다."

-요즘 카드3사의 개인정보유출 때문에 난리다.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있었던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국민들의 쌓였던 불만, 분노가 폭발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옥션, SK컴즈 등 예전에도 개인정보유출 사건들은 있었고 사람들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갖고는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수나 유출된 정보의 수준이 과거와는 수준을 달리하기에 '더 이상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들고 일어선 것 같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참여한 소송인단의 수는 대략 몇 명쯤 되나?

"10일에 소장을 접수하는 소송인의 수는 총 2970명이다. 2~3개의 카드사에 소송을 건 경우도 많아서 종합해보면 3,000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 참여한 소송인단 중에서는 최대규모라고 보면 된다."

-개인정보유출 건수가 1억건에 달하는 것을 볼 때 소송인 3,000명이 많은 수는 아닌 것 같다.

"유출 규모를 감안하면 확실히 3,000명이 많은 수는 아니다. 그러나 어르신들 중 실제 소송에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분이 많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소송을 위해서는 카드사에 들어가서 정보유출여부 확인 화면을 캡처해 보내주셔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르시는 분이 많고 그것을 대행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널리 알려서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법무법인만 배를 불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집단소송이 개인 변호사의 수익창출원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서 우리는 이번에 수익금 전부를 기부하기로 했다. 소비자주권프로젝트를 구성하는데 기부하기로 계약서도 썼다. 우리 말고도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내겠다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무엇인가? 승산은 얼마나 있는지?

"이번 사건은 카드사들의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관리 주의의무 위반이다. 개인정보 처리자인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ㆍ관리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불법적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접근을 제한ㆍ통제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다. 카드사들은 고의 없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사상 책임을 물을 때에는 고의 여부가 아닌 과실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관없다. KCB의 외부용역직원이 들어와서 개인정보를 다룰 때는 해당 카드사에서 통제를 하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못한 잘못이 크다. 실제로 신한, 삼성카드 등은 KCB에 맡겼음에도 유출되지 않았다. 이번에 유출된 카드3사의 책임이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개인정보보호법 39조1항에 따라 카드사들은 소송과정에서 자신들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까지 개인정보를 제3의 외부용역직원이 빼간 사례가 없을뿐더러 KCB가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투자해서 만든 회사임을 감안할 때 카드사들이 책임을 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1심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심에서는 카드사들도 대형 로펌을 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길 수 있다면 그들이 2심부터 뒤집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또한 1심에서 일단 이기면 추이를 관망하던 국민들도 대거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승소시 개인당 보상금을 70만원으로 책정했다. 산정기준은 무엇인가?

"이 사건의 본질은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이고 금전의 성격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이다. 사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심각성을 느끼는 정도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른 위자료도 각각 다르게 책정돼야 한다. 그러나 개인별로 따로 책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법원이 상당히 보수적이라 금액이 높게 책정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마지막으로 소송에 대비하는 결심 한 마디 들려달라.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시발이 돼서 집단소송 카페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거쳤다고 카드사들의 행태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금감원, 정치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해 법적 제도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단소송의 경우 규모가 커지면 보상금과 상관없는 힘을 지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카드사들로서도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1만명 정도를 그 기준으로 보고 있다.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1만명을 돌파할 경우 그 이후는 탄력을 받아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에 대해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도 막중하다. 국민들의 기대감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승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김현준 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