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쏠쏠한 재미, 개미만 피해봐 AI 테마주 이글벳과 동원수산 오너가 주식 매각해 논란 재부상"테마주 먹튀 예정된 수순, 투자 자제해야"

테마주로 묶인 회사 오너가의 '먹튀' 논란이 재현됐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테마주로 분류된 회사의 최대주주 일가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하면서다. 이를 통해 오너가는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이른바 '개미'들은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먹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테마가 형성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번번이 손실을 떠안은 선의의 투자자들로선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AI 테마주서 '먹튀' 발생

최근 테마주에 포함된 회사의 오너 일가가 보유 지분을 잇달아 처분해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회사는 이글벳과 동원수산이다. 먼저 동물의약품 업체인 이글벳은 최근 AI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16일 5,000원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2주 만에 1만원을 돌파했다. 그 끝에 주가는 총 90% 정도 훌쩍 뛰었다. 그러자 최대주주인 강승조 이글벳 회장 일가는 지난달 28일 이 회사 지분 49만주를 처분하기 시작했다.

먼저 강 회장은 16만주를 주당 9,537원에 시장에 내다 팔았다. 부인 김영자씨도 15만7,008주를 주당 9,381원에, 아들 강 부사장 역시 7만3,000주를 주당 9,011원에 각각 매각했다. 이는 전체 상장주식의 4.98%에 달하는 물량으로 지분매각대금은 36억원에 달했다.

앞서 또다른 AI 테마주로 분류된 동원수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최대주주인 왕기철 동원수산 대표이사를 비롯해 친인척 5명이 총 26만5,200주(지분율 7.07%)를 장내 매도했다. 이를 통해 왕 대표 일가는 모두 35억원을 손에 쥐었다.

선의의 투자자 피해

문제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내다 판 순간부터 주가가 급락한다는 점이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 소식은 회사 사정이 나빠지거나 주가가 오를만한 호재가 당분간 없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적과 큰 관계없이 테마주로 묶여 단기 급등한 종목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시장의 불안감을 높여 추종매도를 촉발해서다. 오너가의 주식 매각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선의의 투자자들의 피해를 부추겼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오너가의 주식매각 이후 이들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글벳 주가는 지난달 28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27일 주가보다 무려 35%나 하락했다. 동원수산 역시 오너 일가 지분 매각 이후 주가가 20%가량 떨어졌다.

끊이지 않는 문제

테마주에 포함된 회사 오너의 먹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테마주가 형성될 때마다 끊임없이 벌어진 일상적인 풍경이다. 부사장이 안철수연구소의 기획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부각되면서 테마주로 부상한 써니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써니전자가 테마주에 포함된 당시인 2012년 3월 말 700원에 못 미치던 주가는 4월초 5,570원까지 급등했다. 두 달 만에 8배 가량 오른 셈이다. 그러자 이 회사 최대주주인 곽영의 회장과 두 아들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를 장내에 처분해 모두 50억원 가량을 챙겼다.

같은해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관련주로 엮인 아즈텍WB 최대주주 허정우 회장도 주식을 매각해 10억원을 현금화했다. 또 정치 테마주로 엮였던 아가방컴퍼니와 우성사료, 우리들제약 대주주들도 고점 부근에서 지분을 매각해 호주머니를 불렸다.

2011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 뉴젠팜을 자회사로 둔 넥스트코드가 삼성그룹의 바이오산업 진출 등을 이유로 테마주 붐을 타면서 단기급등하자 최대주주가 잇따라 차익실현에 나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풍력발전 시스템 생산업체인 유니슨도 이런 사례다. 유니슨은 당시 유가 급등에 따라 풍력주가 동반 강세를 이어가자 최대주주가 유니슨 지분을 장내 매도했다. 이들 회사 역시 최대주주의 주식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너들의 이런 행태로 손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먹튀를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테마주에 편입해 이상 급등하는 종목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 증시 전문가는 "대부분 테마주 종목은 고점에 도달하면 대주주 물량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후에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며 "주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만큼 투자를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