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기초 친박 VS 비박 진검승부"친박 인물 없다" 경남·충청 '싸늘'승부처 수도권 등 '인재난 심각'친박계 중 유력주자 드물어 비박 득세에 친박 불만 늘어

6ㆍ4 지방선거를 120일 앞두고 광역시도 단체장과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여야는 예비후보 등록을 기점으로 지방선거 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홍문종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지방선거기획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이달 말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4월 말까지 공천 심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양승조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지방선거기획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4월께 후보자 공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3월까지 신당창당을 서두르고, 기존 정당의 후보 확정 일정을 고려해 공천 작업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2012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에 매우 중요하다. 전국단위 선거이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향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지방선거를 통한 친위세력 구축은 필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광역ㆍ기초 지자체장으로 출마할 마땅한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계 인사들 중 지방선거 유력 주자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없어 청와대는 벌써부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홍준표 경남지사
여야 사활 건 총력전 예고

새정추가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선거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면서 이번 선거는 지난 1998년 제2기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이른바 '삼국지열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을 비롯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새정추의 '안풍(安風)'이 선거 정국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새누리-민주 양강 구도의 틈을 뚫고 '제3의 세력'으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풍이 공연히 야권 분열만 초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누리당에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만약 안풍으로 야권이 분열되고 여당이 행정과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날개를 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이 지방표심을 장악하는데 성공할 경우에는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수도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여야는 각 당은 서울ㆍ경기ㆍ인천 빅3 광역단체장 선거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선거의 핵심 변수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야권연대를 할지 여부다. 연대를 통한 2자구도로 재편되면 민주당-안철수 연대와 새누리당이 맞붙는 양강 대결이 된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연대를 놓고 각 당은 벌써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지도부가 동시에 '선거연대' 문제를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철수 신당이 완주보다 연대를 택할 경우 새누리와 민주당은 박빙의 빅매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만약 야권연대에 실패할 경우 새누리당에 필패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연대를 위해 끊임없이 안철수 신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의 고민은 인재난

야권이 연대 여부라는 한 가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데 반해 새누리당은 야권연대 가능성과 더불어 인재난도 고민해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대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 미묘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새누리당은 자칫 선거 정국에 내부의 파벌싸움과 외부의 야권 공격이라는 외통수에 걸릴 수 있다.

균열의 원인은 공천을 둘러싼 다름 아닌 친박과 비박계의 갈등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독자노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에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새누리 필패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비박계는 친박계 내부의 인재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 지방선거에 나올 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경북 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에 친박은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수도권 3곳(서울ㆍ경기ㆍ인천)과 충청권 4곳(대전ㆍ충남ㆍ충북ㆍ세종)의 승패가 전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서울시장 후보 경쟁을 살펴보면 친박 진영에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감지되지 않는다.

최근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김황식 전 총리를 제외하면 정몽준 의원 등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마나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야권연대 후보와 매치를 할 경우 당선가능성은 희박한 후보들뿐이다.

경기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원유철ㆍ정병국 의원, 김영선 전 의원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선 가능성을 자신할 인물은 전무하다. 인천도 역시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송영길 시장에 맞설 대항마가 없다. 새누리당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이학재 의원과 비주류 박상은 의원, 안상수 전 시장 등이 나설 계획이지만 모두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는 송 시장에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되는 인물들이다. 최대 승부처에 내보낼 장수가 없는 꼴이다.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각종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작 후보가 시원치 않은데다 친박-비박 갈등 조짐까지 비치고 있어 당 지도부는 애가 타는 분위기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수도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 광역 도지사 선거를 살펴봐도 여러 면에서 새누리당, 특히 친박이 불리하다. 그나마 경상북도 정도만이 친박 인사가 당선 0순위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비박계나 야권주자들이 접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상남도의 경우 현 홍준표 도지사의 연임 도전이 유력하다. 일부에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최근 안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 출마의사를 접었다. 홍 지사가 연임 도전을 할 수 있게 된 배경도 새누리당의 인물부재 때문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새누리당에서 안 전 대표에 공천을 주고 출전시킨다 해도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홍 지사를 누르기 쉽지 않아 홍 지사에 공천을 주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말하자면 홍 지사를 이길 수 있는 인물이 친박 진영에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홍 지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편 선거 결과는 여야 내부의 권력지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은 차기 당권주자에게 권역별 선거전 책임을 맡길 것으로 알려져 그 성적표가 당권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