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변수'' 후보 인물' 승부 관건안철수 신당 '빨간불'… 민주당 '파란불'… 새누리 '노란불'

안철수 의원
安신당 - 지지율 하락세… 시간 부족·인물난 '빨간불'
민주당 - 신당과 격차 좁혀… 광역 승산 높아 '파란불'
새누리 - 후보 경쟁력 밀려… 신당 변수 기대 '노란불'

6ㆍ4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둔 시점에서 3당의 기상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 때 지지율 조사에서 호남을 비롯한 상당 지역에서 민주당을 제쳤던 무소속 이 주도하는 신당(가칭 새정치 신당)이 주춤하는 사이 민주당이 점차 회복세에 접어 들고 있고,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은 정체 상태다. 신호등으로 비유하자면 신당에는 빨간 불이 켜졌고 민주당은 파란 불, 새누리당은 노란 불이 들어온 상태다.

이중 선거는 다가오는데 아직도 유력 인사 영입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불명확성만 거듭하고 있는 신당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한달 여 전 미디어리서치 조사를 보면 전국적인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36%)-신당(27%)-민주당(9%) 순이었다. 탄력을 받은 신당이 민주당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선두인 새누리당을 위협했다. 하지만 같은 기관의 최근 조사에서는 새누리당이 34%의 지지율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16%로 크게 뛰었고 신당은 18%로 뚝 떨어졌다. 2, 3위의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와도 비슷했다. 서울지역에서 새누리당은 44%, 신당은 18%, 민주당은 17%였다.

한국갤럽의 2월 첫째 주 조사 결과에서는 새누리당(37%)-신당(25%)-민주당(14%)의 격차가 제법 벌어졌지만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체적인 상승ㆍ하락 흐름은 역시 다른 기관과 동일 했다. 지난해 12월과 1월과 이달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은 각각 35%-36%-37%로 제자리 걸음을 보였다. 하지만 신당은 같은 시기 32%-31%-25%로 하락세였고, 민주당은 10%-13%-14%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신당으로선 급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신당이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호남 지역의 지지율 하락이다.

호남에서는 신당이 민주당을 제법 큰 격차로 앞서왔지만 2월9일 한국갤럽의 호남지역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이 34%로 신당(27%)을 따돌렸다. 지난해 12월 만해도 신당(44%)이 민주당(13%)에 세배 가량 앞섰지만 지난달 신당(45%)과 민주당(31%)의 격차가 좁혀지더니 급기야 이달 들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신당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물론 그렇다고 민주당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아직도 영남을 포함한 전국적인 지지율 면에서 보면 신당에 뒤처지거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이는 수준이다. 후보가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뒤집힐 수도 있고 아무리 호남 지역이라도 자칫 민주당 성향의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와 표를 빼앗아갈 경우 당선을 신당 후보에게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바닥권에서 헤매던 지지율이 완만하게 나마 상승 곡선을 그리며 2위 자리를 다시 넘보고 있다는 게 희소식이다.

새누리당도 지지율 변화 추이만 보면 답답하다. 뚜렷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집토끼 단속은 그런대로 되는데 부동층인 산토끼를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후보 경선을 통한 이벤트로 전국적인 붐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자칫 주요 지역마다 야권에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여야 3당에서 후보가 누가 나설지, 민주당과 신당의 야권 후보 연대가 이뤄질지, 신당에서 과연 17개 광역시도에 모두 후보를 낼 수 있을지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깜깜이' 상태에서 100여일 뒤인 3당의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 지지율의 변화 추이만 보면 대체로 민주당이 상승세를 타며 웃고 있고, 하락세인 신당은 걱정이 태산이며 정체를 보이는 새누리당은 긴장 속에 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로 요약할 수 있다.

신당, "시간이 없다"

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11일 "정의로운 사회, 사회적 통합, 한반도 평화를 새정치의 3대 가치"라고 표방하고 나섰다. 3월 창당을 앞둔 안 의원 측이 그 동안 강조해 온 새정치의 밑그림을 이제 제시한 것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먼저 정의로운 사회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지역과 성별 등의 차별이 없는 사회 ▦민주적 공공성이 회복된 사회로 정의했다.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지역, 이념, 세대, 계층 등 4중의 갈등구조를 해결하고 민주적 통합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평화 로드맵으로는 여야 합의가 가능한 대북정책을 마련하고 분배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을 제안했다.

전체적으로는 기성 정치를 시대적 과제 해결을 외면한 정치와 이념투쟁과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정치로 규정한 뒤 "새 틀을 만드는 정치를 지향하고, 민생문제를 이념적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낡은 정치를 타파해 삶의 정치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신당의 이날 발표는 지난달 '지방정부 플랜'에 이어 두 번째 정치 콘텐츠 공개지만 역시 세부 내용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새정치가 모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신당의 승부수는 인물 영입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당도 역시 대표 인물 영입에 당의 존폐를 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눈독을 들이던 중량급 인사들의 부정적ㆍ소극적 태도가 신당 측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서울시장 후보로 점찍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경기지사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은 선출직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히거나 아직까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홍정욱 전 새누리당 의원도 묵묵부답인 상태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이 직접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애초 신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꼽혔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무소속으로 나서려는 듯한 분위기다. 오 전 장관 영입이 여의치 않으면 신당에서는 김성식 새정추 공동위원장을 내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창당을 예정대로 하려면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유력인사 한두 명의 영입이 발표돼야 하고 다음 달 초순부터는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후보군 윤곽이 잡혀야 한다. 빨간불이 켜진 신당으로서는 시간이 촉박하다.

민주당, "바닥을 쳤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신당의 기세가 한 풀 꺾인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신당의 이른바 '사람 빼가기'에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 측이 실무선에서 지방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며 "사람 빼가기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런 식으론 신당이 성공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신당행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 박 의원을 만나 복당 의사를 타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남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 의원이 자칫 신당으로 옮기면 박 의원을 따라 기초단체 의원들의 대거 이동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신당에 대해 '사람빼가기 구태가 신정치냐'고 공격하는 이유다.

대선 과정에서 후보 연대를 했던 문재인 의원도 12일에는 의 새정치 플랜에 대해 혹평했다. 문 의원은 "신당의 후보 발굴 등의 모습을 보면 민주당 방식이나 민주당 후보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경쟁하되,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민주당과 후보 연대를 하는 '느슨한 연대론'을 폈다. 신당이 독자 행보를 거듭하면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표면적으론 신당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신당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서 이젠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승부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젠 후보 연대보다는 민주당 자강론(自强論)에 힘써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후보 연대를 통하면 야권의 표를 결집한다는 플러스 요인은 있어도, 여전히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탈바꿈하려는 모습보다는 산술적인 표 계산에 치중하는 구태만 보인다는 마이너스 효과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즉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엇비슷한 역량을 보인다면 후보 연대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지만, 신당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존재 의미가 미미해질 경우 연대보다 오히려 힘으로 누르고 가는 것이 강력한 민주당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후보 연대는 더 이상 논하지 말고 새누리당과의 당대 당 승부란 점을 고취시키는 게 신당의 기세를 더욱 잠재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 득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댄다. 여기엔 어차피 야권 지지층이라면 굳이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신당이건 민주당이건 여당 후보를 꺾을만한 쪽에게 표를 몰아 줄 것이란 기대감이 들어 있다.

또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충북 등에서 대부분 새누리당 예상 후보군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거나 최소한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자력으로 승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신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할지,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정체 상태를 계속 보일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민주당의 요즘 분위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파란불이 켜진 것은 분명하다.

새누리당, "후보가 마땅찮다"

새누리당은 당 지지율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나 정작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 후보감이 마땅치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때문에 광역시도에 예상 후보를 대입시켜 민주당 후보들과 여론조사를 해보면 영남권을 제외하고는 딱히 앞서는 곳이 없다. 이러다 영남만 이기고 수도권과 충청을 내주는 참패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외형적 여건은 나쁘지 않다. 당 지지율도 1위인데다 안철수 신당이 자력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어 야권 성향 표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도 선뜻 나서는 중량급 후보가 없다. 그나마 서울은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전 의원 등이 경선에 나설 뜻을 비쳐 모양새는 갖춘 편이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본선에서 꺾을지는 미지수나 일단 해볼 만한 승부 구도는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지역에서 유력 후보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는 점이다. 강원은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에게 예상 후보군들이 밀리는 듯한 분위기고, 충남북도 민주당 소속 현 지사에게 한발 뒤처져 있다. 부산도 최근엔 당 지지율이 올랐다지만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오거돈 전 해양수상부 장관의 도전이 적잖이 신경 쓰이는 곳이다. 17개 시도를 놓고 보면 10곳 이상의 승부를 장담키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에 당 지도부는 스타급 전현직 의원들을 총출동시킬 태세지만 당사자들이 쉽게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는 남경필 의원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좋지만 남 의원은 원내대표 쪽을 희망하고 있고, 인천은 황우여 대표가 나서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지만 본인은 후반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강원은 인물난이고 충청은 예상 후보군들의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제주의 경우 당에서는 원희룡 전 의원을 생각하고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제 집권 2년차를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최소한 판정승은 거둬야 한다. 즉 수도권 2곳과 충청 등 기타 지역에서 3~4곳, 영남 5곳 등 10~11곳은 이겨야 체면을 세운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 후보간 경선을 통해 지역에서 붐을 일으키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 예전처럼 여권 프리미엄을 크게 기대하기도 어렵고 북한 등의 외형적 변수도 이젠 국내 정치에 큰 충격파를 안겨주지 못한다. 여당 후보들이 자력갱생을 통해 야권 후보를 꺾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당 지지율도 좋고 야권 성향의 표가 갈릴 개연성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같은 호 조건을 적절히 이용해 선거전을 치른다면 의외로 접전지에서 신승을 거두면서 전체적으로 압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스타급 후보군을 골라 드림팀을 만든 뒤 17개 시도에 출격시키지 않는 한 허울좋은 당 지지율 1위에 머물며 실제 선거에서는 패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도부의 매끄러운 선거 지휘와 예상 후보군들이 진검을 뽑아 드는 과단성 있는 선택여부에 따라 새누리당이 다수의 광역단체장을 차지하느냐 여부가 달려 있다. 현재의 새누리당은 위로 올라갈 수도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는 중간 상태의 노란불이다.



최세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