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에 신화 막 내리나부인 정씨 고가의 미술품 빼돌린 혐의로 검찰 수사김 전 회장 호화생활 논란 '김우중법' 국무회의 통과 차명재산 추징 가능성도

연합뉴스
'비운의 회장님'. 바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1990년대 말 재계 2위에 올라있었던 그룹을 이끈 신화적 인물. 그러나 1998년 IMF외환위기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경영권을 잃었다. 남은 건 17조원대 추징금뿐이었다.

이로 인해 김 전 회장은 사실상 국내 경영활동이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그간 정재계를 중심으로 김 전 회장의 부활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런 얘기가 자취를 감췄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김우중 재기설 꾸준

그 동안 재계에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동정론이 대체적이었다. 최종 '위반 금액' 3조4,700억원이 기업의 불법자금 규모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김 전 회장이나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챙긴 돈이 아니란 얘기다.

여기에 17조원에 달하는 추징금 역시 외국환관리법 위반 금액의 단순 합산이다. 외환관리법의 신고ㆍ보고 절차를 빠뜨린 해외차입금 리볼빙 거래와 해외 현지에 투자한 수출대금, 해외운용자금 등 차입거래액을 합쳤을 뿐이다.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재기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근혜정부 들어선 더욱 그랬다. 김 전 회장이 이번 정부 실세들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이 김 전 회장의 부활을 지원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부인 횡령ㆍ호화 생활 물의

그러나 최근 이런 재기설은 종적을 감췄다. 김 전 회장을 둘러싸고 숱한 뒷말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 당장 부인 정희자씨가 최근 검찰에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소장을 제출한 건 우양산업개발이다. 우양산업개발은 전신인 우양수산이 공매에 나온 베스트리미티드(옛 대우개발) 주식을 사들이고 이름을 바꾼 회사다. 정씨는 과거 이 회사 회장을 역임하다 인수 직전 지휘봉을 내려놨다.

우양산업개발이 소를 제기한 건 베스트리미티드가 운영하던 선재미술관의 자산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미술품을 빼돌린 정황을 확인하면서다. 앞서 이 회사는 정씨가 회사를 경영하지 않으면서 고액의 보수와 퇴직금을 받아갔다며 34억원대의 민사소송을 낸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내내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먼저 김 전 회장의 호화생활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 언론들에 따르면 베트남의 최고급 골프장에 머물고 있는 김 전 회장이 정기적으로 자신의 측근들을 초대해 호화 파티를 벌였다.

또 한국에 올 때 머물기 위해 월세 시세 1,000만원에 달하는 서울 방배동의 한 고급 빌라를 임대 중이다. 국내에선 개인 운전사가 딸린 1억원대의 승용차를 이용하며,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귀국해서는 유명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 전 회장이 무일푼이라는 말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생활은 일가족 덕분에 가능하다. 실질적 재산이 없는 김 전 회장과 달리 그의 부인 정씨를 비롯한 자녀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소유하고 있어서다.

실제 부인 정씨는 아트선재센터 관장이고 딸인 선정씨는 이수화학 지분 3.8%와 이수페타시스 지분 6.5%를 지니고 있다. 차남인 선엽씨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도니스CC를, 삼남 선용씨는 베트남 하노이의 반트리 골프장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김우중 추징법 부담

문제는 김 전 회장 일가족의 재산이 차명재산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엔 김 전 회장이 여러 회사를 거쳐 빼돌린 거액의 자금이 선용씨의 계좌로 송금된 이후 여러 조세피난처를 거쳐 골프장 인수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김우중 추징법'은 무엇보다 부담이다. 이는 공무원의 뇌물 범죄 추징 절차를 강화한 '전두환 추징법'을 일반 범죄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 주인의 숨은 재산을 찾아서 몰수한다는 명분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액 추징금 미납자의 가족들에 대한 계좌추적과 대규모 압수 수색, 소환 조사 등이 가능해진다. 또 차명재산이 발견될 경우 별도의 소송 절차 없이 강제로 몰수 추징을 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1순위 타깃은 김 전 회장일 심산이 크다.

자칫 일가족의 재산 상당부분이 추징당할 수도 있는 상황. 무려 16년의 시간을 버티던 전두환 전 대통령마저 백기 투항한 터라 더욱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한때 재계를 호령하던 김 전 회장의 말년의 향방은 어디로 흘러갈지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