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남재준 위기설… 증거위조 의혹 어디로?민주당 특검론 코너 몰린 검찰 책임자 결국 옷 벗나

16일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윤웅걸 2차장 검사가 브리핑을 하며 간첩사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검찰과 국정원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도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던 국정원과 검찰의 미묘한 갈등이 다시 점화될 조짐이어서 청와대를 비롯한 관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검찰 수사 책임자와 지휘부에 대한 문책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사건의 불똥을 국정원으로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검찰과 국정원 핵심 관련자들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기의 검찰 시선 국정원으로

검찰은 간첩사건의 자료를 제공한 국정원에 공을 넘기려는 분위기다. 애초 모든 자료를 국정원이 제공했고 검찰은 수사만 했기 때문에 자료를 국정원이 어떻게 확보했는지 여부는 국정원에 물어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에 검찰은 국가정보원 측에 입장 설명을 공식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 실무팀(팀장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검사장)은 20일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진상)조사의 기초로 기본적으로 자료 수집하고 계획세우고 해야 한다"며 "국정원 측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윤 강력부장은 선양 총영사관의 국정원 직원 신분 파악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수사 부분까지 확인해드리기 어렵고, 업무가 이뤄지는 부분, 경로 등 이런 부분은 파악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국정원 직원을) 불러 확인도 해야 할 것"이라고 고 설명했다.

윤 부장은 국정원과 협조에 대해 "진행된 절차가 많지 않아서 평가를 내리기는 그렇지만 잘 될 것"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과 외교부 측에서도 진상규명해야 하는 것은 같은 몫이니까 (협조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조백상 선양 한국총영사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윤 부장은 "외교부와의 관계에서 절차적으로 가능한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며 "총영사의 스케줄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관련 사항을 파악, 검토해서 확인한 후에 얘기할 문제이며 지금 (조사) 시기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자승자박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권이 없다"며 "국세청이나 공정위 등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료를 수집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수사기관에 이첩한다. 결국 사건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그것을 규명해야하는 책임은 검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압수수색이나 체포 등 수사권한이 없는 국정원이 자료를 제공했다 해도 기소권이 있는 검찰에 최종 증빙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료를 제공받은 검찰이 진위여부를 가려야하고 만약 그것이 제대로 안 돼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자료제공자가 아니라 검찰에 있다는 것이다.

의혹투성이 사건 누가 왜

현재 사안의 쟁점은 사건의 조작여부에 맞춰져 있지만 조작사건으로 드러날 경우 결국 핵심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사건을 만들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을 보면 석연치 않는 구석이 다분하다. 더구나 국정원이 이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때 원정화, 왕재산 사건 등 대공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 있는데, 이 사건 모두 발생 당시 '국면전환용' 또는 '정치적 이념활용' 논란을 부른 적 있다.

무엇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정원의 대북정보팀은 거의 괴멸수준이었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의해 대내 대공사범 동향에 주력할 시기였다. 말하자면 중국이나 북한 등 대외 첩보수집을 통해 간첩을 색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부실한 시기였던 것이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은 재임 중 국정원의 대북정보팀을 해체하다시피했고 전문인력을 대내 대공용의자 동향파악과 좌파인사들 동향파악을 하도록 했다. 이런 때에 이 같은 사건이 불거진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 세력이 사건을 위해 치밀하게 자료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지난 21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놓고 여야 간 상반된 주장이 펼쳐졌다.

민주당은 조백상 선양 총영사를 상대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팀 소속 직원으로 외교부에 파견돼 선양 영사로 재직 중인 이인철 영사가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을 조작했다는 정황을 집중 추궁했고, 새누리당은 오히려 중국영사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외교부가 총영사관으로부터 받은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는 이인철 영사가 받았다. 이 영사는 누구로부터 받았나"라고 질의한 뒤 "그 내용이 법원에 제출된 문서와 동일한가. 중국대사관이 그 문서에 대해 위조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설명하겠나"라고 추궁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은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입수 경위에 대해 "이 영사가 허룽시 공안국 직원과 접촉했다고 보고했나"라는 질의에 "그렇진 않다"는 조 총영사의 답변이 돌아오자 "이 문서는 중국정부 문서가 아니고 이 영사가 작성한 문건이네요"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은 "허룽시 공안 담당자가 자긴 '이인철 영사가 발급한 문서를 발급할 권한도 없고 발급한 적 없다'고 한다. 그럼 이 영사가 조작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은 뒤 "중국 공안 담당자들이 실제 도장은 한글과 한문이 병행 표기된다고 확인했다. 이 영사가 찍은 것은 위조도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 주체가 중국정부가 아니라 중국대사관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가 민변과 커넥션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민변이) 검찰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여부를 따져보겠다면 중국정부에 문의해야 하는데 왜 중국 영사부에 문의했나"라며 "(왜) 공문을 재판부가 아닌 민변에 보냈을까. 비정상적인 공문처리"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피고인 유우성(34)씨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중국ㆍ북한 출입경 기록(1998∼2006년)에 출국 또는 입국만 반복돼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부분이 여러 군데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대부분 단순 전산오류로 인한 중복 기재나 기록 누락 때문이어서 위조 의혹이 제기된 2006년 5∼6월의 기록에서만 왜 유달리 있지도 않은 출입경 내역이 생성됐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대사관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문제'라고만 밝혔다. 반면 검찰은 출입경 기록이 새로 생기는 형태의 오류는 발생할 수 없다며 유씨가 실제로 2006년 5월 27일 이후에도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