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후보전에 '친이계 좌장' 이재오 '비박' 정몽준 지지친박 주류는 김황식 전 총리 밀어… 당 핵심부 계파간 경쟁 수면위로

왼쪽부터 최경환 원내대표, 이재오 의원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6ㆍ4 지방선거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소식통에 따르면 청과 당은 최근 지방선거와 관련 인물난을 비롯해 각종 준비가 미비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거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새누리당의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수도권 등 주요지역에 내세울 주자가 마땅치 않은데다 친박-비박계 간의 갈등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또 외부적으로는 새누리당이 공천제 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야권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어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친박계와 비박계 주자들은 당 핵심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친박계 핵심인사들은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지원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여권 주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 위기감 고조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빅3'를 모두 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친박과 비박 간의 신경전에 불이 붙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와 원내대표ㆍ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주류 내부도 노선을 달리하며 계파 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친박과 비박의 신경전을 두고 지난 2007년 친이(친 이명박), 친박의 대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두 계파의 갈등은 지방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구주류 핵심으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정몽준 의원을 지지하는 반면, 친박 주류는 미국에 체류 중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또 최근 당 핵심부에서도 계파 간 신경전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내 서울시장 유력 후보인 비박계 정몽준 의원의 방중 일정을 문제 삼으면서 불이 붙었다. 한중의원외교협의회 위원장인 정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3박4일간 여야 의원 40여명과 함께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과 면담하며 의원외교를 벌였다.

참석자에 따르면 최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는 20일 의원 40명이 한꺼번에 출장을 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며 규모 축소를 요구했다. 해외 순방 중이거나 순방할 의원 20여명까지 보태면 재적의원 300명 중 5분의 1이 자리를 비우게 돼 본회의 '출석률'에 비상이 걸린 데 따른 것이다.

그러자 정 의원은 주요 당직자와 중진 등 20여명이 지켜보는 상태에서 "무슨 소리냐. 원내지도부에 사전 협조를 구하지 않았느냐"며 발끈했고 최 원내대표도 "그런 보고 못 받았다"고 맞서면서 고성이 오가는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 원내대표에 대한 정 의원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주에도 직접 최 원내대표를 찾아가 경쟁자인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한 '친박계 지원설'과 관련해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유력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도 회의에서 친박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의원은 친박 핵심인 홍문종 사무총장에게 들으라는 듯이 "대선 때 고생한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 특정 방 사람만 자꾸 들어가는데 그럼 안 된다"고 충고성 발언을 했다. 지난 대선에서 당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의원은 비슷한 주문을 공식 석상에서 공공연하게 하며 속내를 드러냈다.

지방정가도 계파갈등 피해

당 내부의 이 같은 갈등은 친박의 홈그라운드인 경북지역 지방선거 판으로도 번지고 있다. 상주ㆍ포항ㆍ경주 등 일부 지역은 친박과 비박계의 갈등이 첨예하다. 상주는 현재 성백영 시장이 친박을 표방하며 재도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후보 진영에서는 "성 시장은 원조 친박이 아니라 비주류 친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포항의 경우 친박 진영에서 나온 이창균 후보를 제외하고는 친이계 인사들이다. 이 후보는 당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당 핵심부는 원내대표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경주도 마찬가지다. 경주는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 모두 친박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진구 전 의장 한 사람뿐이다. 나머지는 선거를 위해 급조된 친박 후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기초지자체장 공천을 시행할 경우 경주는 정수성 의원이 공천권을 쥐게 되는데, 정 의원 역시 지난 총선 때 출마를 위해 친박진영에 합류해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정 의원이 친박계가 아닌 자신의 측근을 공천대상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지방 정가도 친박-비박 갈등이 고조되면서 여권 일부에서는 "계파 갈등으로 힘이 분산돼 야권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놓고도 주류-비주류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은 타당한 이유 없이 전대를 늦추는 것은 국정공백을 초래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친이계 일부에서 "연기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논리가 석연치 않을뿐더러 정략적인 냄새마저 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계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는 친박이 전대를 연기함으로써 2016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해 당권을 오랫동안 장악하려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박 좌장으로서 차기 유력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친박계에 대한 비박계의 불만에 공감을 표시하는 한편 '역사', '복지', '통일'을 주제로 잇따라 당내 모임을 만들며 비박계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정몽준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이나 조기 전대를 요구하는 의원들은 모두 비박계로서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뭉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오는 5월 원내대표 경선과 6ㆍ4 지방선거 및 7ㆍ14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친박계 내부의 신주류가 부상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는 2012년 18대 대선을 거치면서 주류와 비주류로 확연하게 갈렸다.

대선 이전까지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원박(원조 친박), 신박(신친박), 탈박(친박 이탈), 복박(돌아온 친박), 짤박(잘린 친박)' 등으로 세분화됐으나 지난 대선 승리를 기점으로 자연스레 친박계 주류와 비주류로 정리됐다. 대선캠프에서 측근으로 활동했던 서청원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등 현재 당 지도부가 주류 핵심으로 분류된다.

또 2012년 4ㆍ11 총선에 대비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부상한 황우여 대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은 친박 인사이지만 핵심 주류와는 구분된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