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회사에 전격 지원사격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코오롱그룹 사옥 전경
'천재(天災)인가, 인재(人災)인가?'

10명의 사망자와 100여명의 부상자를 낸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건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당초 가닥은 천재지변으로 잡혔다. 직접적인 원인이 '폭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예견된 사고'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서 비롯된 허술한 관리와 운영이 참극을 부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비스 질은 뒷전에 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코오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눈총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벌기업의 내부거래가 논란이 될 때마다 번번이 거론돼 왔다. 그리고 이번 사고를 계기로 코오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실태를 전격 점검해 봤다.

수의계약이 화 키웠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주간한국 자료사진
먼저 대규모 사상자를 낸 마우나오션리조트 운영사 '마우나오션개발'.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부자가 지분 5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회사는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의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올렸다.

실제 2012년 총매출 646억원 중 43%에 해당하는 280억원이 집안에서 나왔다. 마우나오션개발에 일감을 준 계열사는 코오롱(49억원), 코오롱글로벌(79억원), 덕평랜드(50억원), 그린나래(15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52억원) 등 모두 26개사였다.

그룹 계열사가 모두 37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개사 중 7개사가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과거에도 이 회사는 ▦2008년 30%(227억원-69억원) ▦2009년 39%(258억원-100억원) ▦2010년 32%(401억원-129억원) ▦2011년 39%(492억원-194억원) 등 30%대를 유지했다.

문제는 내부거래의 100%가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됐다는 점이다. 공개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을 경우 서비스 질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마우나오션개발이 주업무인 건물과 인력관리 서비스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회장 지분 취득 후 급증

이는 마우나오션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코오롱베니트'와 '코오롱환경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회사의 공통분모는 오너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거론된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모가 가장 큰 건 코오롱베니트다. 컴퓨터시스템 서비스업체인 이 회사는 이 회장이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총매출 852억원 중 530억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코오롱베니트에 IT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맡긴 건 코오롱(3억원)과 코오롱글로벌(166억원), 코오롱글로텍(30억원), 코오롱제약(20억원), 코리아이플랫폼(11억원), 코오롱워터앤에너지(21억원) 코오롱패션머티리얼(25억원), 코오롱인더스트리(226억원) 등 8개사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2005년과 2006년 내부거래율이 각각 7%(272억원-18억원)와 2%(291억원-6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6년 말 이 회장이 이 회사 지분 30%를 취득한 이후 내부거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당장 2007년 매출의 60%(605억원-366억원)를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후 ▦2008년 61%(389억원-239억원) ▦2009년 55%(488억원-267억원) ▦2010년 48%(630억원-303억원) ▦2011년 72%(1,165억원-845억원) 등 높은 비율을 유지했다.

워터텍 내부거래 희석

코오롱환경서비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폐기물 처리업체인 이 회사는 이 회장이 지분 30.3%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코오롱건설(현 코오롱글로벌)이 100% 갖고 있다가 2006년 8월 유상증자를 통해 이 회장이 지분을 취득했다.

코오롱환경서비스는 2012년 총매출 703억원의 51%에 달하는 363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달성했다. 이 회사의 최대고객은 코오롱글로벌(346억원)이었다. 나머지 매출은 15개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회사 역시 과거부터 높은 수준의 내부거래율을 유지했다. 2007년 70%(198억원-138억원)를 비롯해 ▦2008년 57%(358억원-204억원) ▦2009년 60%(339억원-205억원) ▦2010년 50%(420억원-208억원) ▦2011년 70%(479억원-336억원) 등이었다.

이 회장이 지분 79.51%를 보유한 코오롱워터텍도 내부거래 논란에 이름을 올려온 회사다. 액체 여과기 제조업체인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09년과 2010년 각각 36%(119억원-43억원)와 35%(102억원-36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11년을 기점으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2011년과 2012년 내부거래 액수가 각각 44억과 20억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매출액이 852억원과 1,165억원으로 크게 상승해 비율이 희석된 때문이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