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수주 대가로 리베이트 줬나? 사업 수주 후 현지 국영기업 사장이 소유한 회사에 송금현지 사정기관 뇌물로 판단 오만 법원 뇌물수수 적용해 징역 10년 400만리알 벌금

최근 대기업 상사의 중동지역 해외법인 부사장이 현지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400만오만리알을 선고받았다. 오만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통해 현지 국영기업 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현지 법원이 인정한 결과다.

대기업 상사는 적잖이 당황해하는 눈치다. 10년 이상 오만에서 사업을 벌여오며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한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물론 향후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체 오만에선 어떤 일이 있던 걸까.

부사장 뇌물 혐의 체포

대기업 상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오만 석유화학분야에 진출해 다양한 고부가가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인구가 300만명 규모의 오만은 중동 아라비아해 연안의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는 주요 산유국 중 하나다.

오만 현지 사업은 순조로웠다. 그러던 지난해 8월 갑자기 문제가 벌어졌다. 중동지역 자원개발 업무를 총괄해온 대기업 상사 A 부사장이 오만 당국에 체포된 것이다.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통해 OOC의 알와하이비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기업 상사는 2006년 OOC 산하 아로마틱스 오만 LLC사가 발주한 13억달러 규모의 아로마틱스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이후 A 부사장은 알와하이비 사장이 소유한 컨설팅업체에 총 800만달러를 입금했다. 사정당국은 이를 뇌물로 판단했다.

A 부사장은 두 달 뒤인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오만 현지에 억류된 채 재판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국내에 알려진 건 지난해 12월. 스위스 당국이 리베이트 자금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입출금된 계좌를 국내 외교부와 사정기관에 통보해 오면서다.

대기업 상사는 당시 뇌물 혐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대기업 상사 관계자는 "중동에서 사업을 할 경우 현지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절차"라며 "회계처리 된 정상적인 사업비용이어서 비자금이나 리베이트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현지 법원 뇌물 혐의 인정

그러나 상황은 대기업 상사의 해명과 반대로 흘러갔다. 지난달 27일 A 부사장은 현지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과 벌금 400만오만리알(약 111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알아화이비 사장이 소유한 회사에 지불한 거액의 금액을 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오만 무스카트 법원은 "한국기업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로 인해 국고 수천만오만리알의 비용이 발생해 손실을 입혔다"고 판시했다. A 부사장은 재판 이후 법정 구속된 상태다.

법원은 알와하이비 사장에게 뇌물수수죄 등으로 징역 23년에 벌금 500만오만리알을 선고했다. 또 알와하이비 사장과 A 부사장의 만남을 주선한 알라이시 전 경제부 장관의 보좌관에게도 징역 10년과 벌금 400만오만리알을 선고했다.

대기업 상사는 재판 결과에 불복하며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다. 대기업 상사 관계자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해당 거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대기업 상사의 입장"이라며 "재판과 관련된 내용을 분석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동지역 사업 차질 우려

향후 재판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번 일로 10년 이상 사업을 진행하며 쌓은 '공든 탑'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물론 향후 오만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상당 부분 차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기업 상사는 아직까지 눈에 띠는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상사 관계자는 "오만 현지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선 차질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며 "향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 없으니 피해와 관련된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편 스위스 당국은 A 부사장이 뇌물을 건넨 것으로 확인된 계좌의 금액을 모두 압류한 상태다. 관련 내용에 대한 한국 당국의 조사 결과를 스위스에 알려주고 해명해야 압류 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적절한 해명이 안 될 경우 해당 계좌의 돈은 모두 몰수된다.

그동안 스위스는 은행이 고객의 정보를 공개하면 벌금을 물리는 '금융비밀주의'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스위스 은행이 역외탈세에 악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자국 은행법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춰 개정해 오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