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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쥐까지 잡아먹었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대표 "나도 너무 배고파 지네까지 먹어"
"고문·성폭행 비일비재… 죽어서 복지원서 사라진 수용자도 많아"
"사형당할 줄 알았는데 박 원장이 고작 징역2년6월이라니…" 분통
  • 지난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알고싶다'에는 '형제복지원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당시 사건을 재조명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한국 최악의 인권유린 사건으로 꼽히는 '형제복지원 사건'. 1975년 만들어진 부산의 형제복지원은 한국 최대의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형제복지원에서 생활한 고아와 장애인 4,000여명이 불법 감금, 강제노역, 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 우연히 한 검사가 산중턱을 지나다가 갇힌 수용자들을 목격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결과 12년간 복지원 자체 기록으로만 51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시신이 의대에 팔려나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한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대표)씨 등은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에서 형제복지원을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묘사한다. 한씨는 수용자 중 지체장애자는 10분의 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심신이 멀쩡한 상태로 끌려와 정신이상자나 지체장애인이 됐다면서 형제복지원을 성폭행과 구타, 고문, 기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증언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박 모 형제복지원장이 재판 끝에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받는 데 그쳤고 수용자들에 대한 불법구금, 폭행, 사망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박 원장이 출소해 여전히 '복지 재벌'로 지내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형제복지재단과 박 원장 일가는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무담보 대출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홉 살에 형제복지원에 들어가 열두 살 때까지 생활한 한씨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 원장이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 한 씨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 저뿐만이 아니고 지금 저한테 연락해오는 모든 피해자가 '박 원장이 사형당한 줄 알았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원장이 사형을 선고받았어야 했다면서 "저희들은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가고 잡혀간 거 아닌가. 심지어 죄 없이 10년 넘게 산 분도 있다. 박 원장이 2년 6개월 살고 나왔다고 하는데 누가 믿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씨는 형제복지원에 있을 때 너무 배가 고파 지네를 잡아먹은 적이 있다면서 "형들이 털도 안 난 생쥐를 잡아먹는 것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형제복지원에선 성폭행도 비일비재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힘센 형들이나 경비들이나 조장들, 소대장들이 나이 어린 아이들 상대로 많이 (성폭행을) 했다"면서 "얼굴이 예쁘장하고 귀엽게 생긴 아홉 살 기준의 아동들을 성폭행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수용자들이 구타를 당해 반쯤 죽은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면서 반항심을 갖지 못하도록 잘못이 있든 없든 반쯤 죽일 듯이 수용자들을 때렸다고 했다. 한씨는 끔찍한 고문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아무것도 안 먹인다. 안 먹이고 무릎 꿇리고 손발 묶어놓고 잠도 안 재운다. 한 겨울엔 손발 묶어놓고 세면장에서 그냥 사정없이 맨몸에 찬물을 계속 끼얹는다"면서 "지금도 한여름에 더워도 찬물로 샤워를 못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구타와 고문 과정에서 다수의 수용자가 숨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엄청나게 많이 맞아서 반쯤 죽었더라도 '병원 1'이라고 체크되면 치료받고 소대로 무조건 복귀하게 된다. 그런데 안 돌아오고 '병원 1'로 며칠 동안 적혀 있다가 어느 순간 '병원 1'이 지워지면 총 인원이 한 명 줄어든다. 돌아오지 않고 그냥 지워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형제복지원에 의해 지워진 수용자들의 시신은 해부학 실습용으로 판매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 1987년 신민당 형제복지원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사망자 중 37명은 유족에게 시신이 인계됐다고 돼 있으나 확인 결과 유족 주소가 미상으로 돼 있거나 허위 주소인 것으로 드러나 사망자 사인에 대한 의혹이 증폭된 바 있다. 형제복지원 부지 43만㎡는 1988년 폐쇄 이후인 1996년 한 건설사에 팔려 현재 1,000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이로 인해 복지원 주변에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발굴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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