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나머지는 정부 책임

김종훈(오른쪽)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1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미 FTA 2차 본협상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한-캐나다FTA 타결로 과거 우리나라가 맺었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들의 의의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올해 발효 2년째를 맞은 한-미 FTA의 경우 체결 과정이 험난했던 터라 이후의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에서는 '한ㆍ미 FTA 2년의 이행 현황과 성과' 보고서를 통해 상품, 서비스 투자, 규범 분야로 나눠 한ㆍ미 FTA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수입보다 수출에 큰 기여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에 대폭 증가했고 이후에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대미 수입은 2012년부터 다시 감소하고 있다. 그로 인해 무역수지 흑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지난해에는 20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ㆍ미 FTA 이후만을 놓고 살펴본 결과, 발효 이후 22개월간(2012년3월~2013년12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발효 이전 동기대비 12.16% 증가했고 수입은 5.51% 감소했다.

연구원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입 변화를 요인별로 나눠 살펴본 결과, 한ㆍ미 FTA 발효로 인한 대미 수출은 18.18%, 대미수입은 14.8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원 측은 "한ㆍ미 FTA가 발효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대미 수출은 오히려 6.02% 감소하고 대미 수입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1년과 2013년 수출입 품목을 이용, 한ㆍ미 FTA 발효 2년 차에 대한 우리의 대미 교역품목 변화를 살펴본 결과 수출에서는 247개 품목이, 수입에서는 231개 품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ㆍ미 FTA가 양국 간 무역의 외연적 확장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법률서비스만 소폭 개방

우리나라는 서비스 분야에서 법률, 회계, 통신, 방송 등의 분야를 추가적으로 개방하고, 그 외의 분야는 기존의 개방 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한ㆍ미 FTA를 체결했다.

한ㆍ미 FTA 발효 2년이 경과한 현재, 서비스 분야에서는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에 따른 미국계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및 미국에서 자격을 취득한 외국법자문사의 국내 진출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외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대세계 및 대미 서비스 수지 변화를 살펴본 결과, 한ㆍ미 FTA 발효로 운송, 지재권, 기타사업 서비스에서의 양국 간 교역이 활발해진 것으로 판단되지만 서비스산업의 점진적 개방 등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아직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자본 유치 크게 늘어

우리나라의 대세계 및 대미국 외국인직접투자는 한ㆍ미 FTA 발효 이후 전 기간(2012년4월~2013년12월) 동안 각각 285억달러와 68억달러를 유치했다. 한ㆍ미 FTA 이후 유치실력이 대폭 향상된 셈이다.

자본수지 중 주요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 변화를 살펴본 결과, 2011~2012년간 대미 직접투자는 대일본이나 대EU 직접투자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ㆍ미 FTA 발효 이후 미국과의 투자관계가 보다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세계, 대아시아 해외직접투자 추이와 비교하면, 한ㆍ미 FTA로 인한 미국으로부터의 투자유치 증가는 유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한ㆍ미 FTA가 발효된 2012년의 대세계 및 대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투자가 각각 9.0%와 7.4% 증가한 데 반해 대한국 투자는 16.5% 증가했다.

미국 요구로 법령 개정

규범 분야의 경우 미국 정부의 강력한 권유로 정비된 법령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우선 의약품 분야에서는 미국 측에서 주목하는 의약품 지식재산권 분야가 주목된다. 특히, 의약품의 품목허가와 특허를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법령이 정비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에서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복제품목의 허가신청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게 되므로 허가 심사과정이 현재보다 길어지거나 복제의약품의 시장진입이 늦어져 복제의약품의 기대매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제약업계에 부담이 될 소지는 있으나 산업계에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닐 것"으로 평가했다.

한ㆍ미 FTA 협상 의제 중 가장 논란이 되었던 자동차 세제 분야에서 당시 미국 측은 자동차 관세 철폐 외에도 자동차 국내 세제 개편을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ㆍ미 FTA 제2.12조에서는 차량의 배기량 기준 세율을 기존 3단계에서 배기량 1,000cc 기준으로 2단계 개편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자동차 환경기준과 관련해서 양국은 자동차의 환경성능 및 안전에 관한 표준을 국제기준에 조화시키기 위해 양자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자동차 배기량 기준 세제 변경으로 인해 특소세 면제 폭이 확대되고 2,000cc 초과 차량에 대한 세율 인하로 인해 소형차 및 대형차에 대한 내수를 촉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로 미국 수입차의 경우 14% 안팎의 가격인하 효과를 얻게 되면서 미국산 중형 승용차뿐 아니라 국산 중형 승용차도 가격 인하요인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지적재산권은 한ㆍ미 FT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나라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호수준의 강화를 요구해왔던 분야다. 당시 핵심 쟁점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 일시적 저장에 대한 복제권 인정, 접근통제 기술적 보호조치 강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면책 조항 및 의약품 특허권 관련하여 특허 존속기간의 연장 문제 등이 제기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합의사항은 대부분 국내 법제도상으로 이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법 집행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따라 실제적인 파급효과의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별 맞춤형 활용대책 필요

한ㆍ미 FTA 발효 이후 2년간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되며 향후 어떻게 개선돼야만 할까. 연구원 측은 "한ㆍ미 FTA가 양국 간 상품교역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산업별 맞춤형 활용대책을 수립하여 효과를 제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ㆍ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수출입 품목 다변화와 활용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 긍정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FTA 활용과 기업들의 원산지 증명 부담완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연구원은 "서비스와 투자 분야 개방이 우리 경제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제도의 선진화와 최근 활발한 글로벌 통상규범 재편논의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이행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