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안철수' 행보에 전략적 대응'때' 기다렸다 대반격 나선다김-안 주도 지방선거 결과 분기점 승패따라 친노 위상·진로 갈릴 듯'기초선거 무공천'신당에 빨간불… 안철수 지지율 하락도 불안 징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창당위원장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2일 부산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새정치민주연합 부산광역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합하면서 공식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일단 창당 초반에는 순항하는 편이다. 창당 과정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콤비를 이뤄 통합을 주도하면서 민주당 대주주인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친노진영의 불만은 상당했다. 특히 안 의원이 문 의원과 별도 회동도 거치지 않은데다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고집하면서 친노와의 갈등상이 노출되기도 했다.

실제 3월16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발기인 대회에 민주당 의원 126명 중 문재인, 이해찬 의원 등 40여명은 불참했다. 문 의원은 "지역구인 부산에서 다른 일정이 있어 불참한 것"이란 이유를 댔지만 정치권에서는 김한길-안철수 콤비의 주도로 이뤄지는 통합과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때문에 통합 이후 비노 및 친안철수 연합세력이 친노를 상대로 일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안철수 의원의 정치 멘토 중 한명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신당의 발전을 위해 문재인 의원의 사퇴를 주장해 파장이 일었고, 조경태 의원은 "매노(賣盧ㆍ노무현을 파는)세력과 종북세력은 함께 갈 수 없다"고 이른바 '친노 배제론'에 힘을 실어 당내 분란이 일기도 했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탈당을 포함해 김-안 지도부와의 전선 형성 등 친노의 집단 행동이 나타날지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친노의 공개적인 돌출 행동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응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친노의 핵심인 문재인 의원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안 공동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높이 평가하면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띄웠다. 최 원내대표는 안 공동대표의 연설 중간에 "너나 잘해"라는 막말을 퍼부어 빈축을 산 바 있다. 문 의원은 이 글에서 "어제 새누리당 대표 연설과 오늘 안철수 대표의 연설을 한 번 비교해보길 권한다"며 "야당을 비난하고 탓하고 싸우려는 자세와 국가와 국민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자세가 뚜렷하게 대비된다"고 안 공동대표를 적극 칭찬했다. 또 문 의원은 안 공동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전후해 웃으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3월 말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당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설에 휘말렸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를 놓고 친노가 새정치연합 지도부와 관계 개선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문 의원이 대권 경쟁에서 가장 대척점에 있는 안 의원과 손잡고 대여 투쟁에 함께 나설 것이란 가정은 쉽게 현실화하기 어렵다. 또 폐쇄적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집단화 및 조직화 돼 있는 친노가 다른 세력 밑으로 들어가 순순히 소수그룹으로 남아 있을 것이란 점도 상상하기 힘들다. 결국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친노가 전략적 숨고르기를 선택하고 있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만일 지방선거에서 김-안 콤비가 주도한 새정치연합이 승리를 거둬 정국을 주도한다면 친노의 잠행은 좀 길어지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새정치연합이 패배할 경우 자연스레 친노가 다시 주목받게 될 것이란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野 선거 패배가 친노에겐 약(藥)?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친노의 표정은 애매모호하다. 문재인 의원은 기초 선거 공천 폐지를 강조하는 김-안 공동대표와 달리 "당원들의 뜻을 물어봐야 한다"고 짐짓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문 의원은 "지금은 기초공천 폐지 공약 이행 촉구에 모든 노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조금 각도가 다른 말을 했다.

물론 그는 공천 폐지 요구 활동에 동참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다각도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일단 거리를 두긴 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지도부의 공천 폐지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쪽에 섰다.

표면적으로 보면 자신도 대선과정에서 무공천 공약을 했던 만큼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또 현 지도부가 당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기초 선거 무공천 방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가 어디 그리 단순하기만 할까. 복잡한 이해관계가 시시각각 변하면서 서로 충돌하거나 합치되거나 하는 곳이 정치판이 아니었던가.

기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무공천을 유지한 채 이번 6ㆍ4 지방선거를 치를 경우 여당에게 참패할 것이란 전망은 압도적이다. 단수로 기호1번을 받아 출마하는 여당 후보에 비해 야당은 무소속 기호인 5번에서 10번 사이를 받게 돼 유권자들은 누가 새정치연합 측 후보인지도 알 수가 없게 된다. 또 여당은 내부에서 공천을 통해 단일 후보로 교통정리 되지만 야당은 단수 후보를 인위적으로 낼 수도 없다. 어차피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이기에 친야 성향의 후보가 난립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없다. 때문에 어떤 후보는 친노로, 어떤 후보는 친안철수로, 어떤 후보는 전통적인 민주당 후보라는 점을 앞세워 선거전에 우후죽순 나설 수 있다. 여당 후보가 한 명인데 야당 후보는 누가 적자인지도 잘 모르는데다 표 분산이 확실시되는 복수의 후보자들이 나선다면 그 결과는 당연히 야당 참패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문 의원과 친노진영에서 김-안 공동대표의 무공천 방침을 지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선거에서 야당이 패하는 게 선거 이후 친노가 다시 전면에 부상할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연장선상에서 문 의원은 6ㆍ4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당내 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면서도 "그런 중요한 직책을 맡는 게 아직은 좀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에 오른다면 선거 결과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같다. 지방선거의 승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문 의원이 김-안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정치 상황에 올라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위기의 안철수, 지지층 이탈 조짐

안철수 공동대표가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이어가곤 있지만 정작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는 조짐이 보여 안 대표 측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10일~28일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안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20, 30대의 젊은 층, 무당층, 중도층의 지지가 눈에 띄게 줄었다.

3월 2주차(10∼14일)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24.6%였지만 이후 23.2%(3주차)-18.1%(4주차)로 감소했다. 30대에서도 22.9%(2주차)-28.2%(3주차)-21.2%(4주차)로 소폭 하락했다.

무당층의 지지율은 2주차에서만 해도 18.5%로 전체 차기 대선주자군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4주차 조사에서는 11.3%로 떨어져 박원순 서울시장(15.4%)이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14.5%)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층의 안 대표 지지율도 3주차 조사에서는 23.4%였지만 4주차에는 18.6%로 하락했다.

이는 정치적 무관심층과 중도층을 바탕으로 견고한 지지세를 갖고 있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퇴조로도 해석할 수 있는 조사결과다.

130석의 제1야당 공동대표에 오르면서 전국을 돌며 야당의 간판으로 활보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지지율이 주춤하거나 하락한다는 것은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안철수의 위기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 공동대표가 새정치를 강조하며 정치 전면에 나섰지만 여태껏 새정치에 대한 실체가 뭔지 국민 앞에 보여주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말의 성찬만 늘어놓았을 뿐 구체적 행동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또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하는 바람에 당 내부는 물론 그와 연관된 지지층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만일 무공천으로 선거를 치렀는데 당이 여당에 참패할 경우 이 같은 불만의 폭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다 친노와의 갈등상 노출로 인해 친노 지지층에서 안 의원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도 감안할 수 있다.

다만 안 공동대표의 지지율 정체나 소폭 하락 현상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 변화를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어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오히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에 압승한다면 안 의원의 지지도는 다시 급부상 할 수도 있다. 안 의원 측이 가장 바라고 있는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가정이다.

지방선거 이후 당권투쟁 가능성

'문재인 사퇴론'을 제기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31일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당권투쟁이 머지않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교수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머지않아 심대한 내부 당권투쟁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봤으며 이런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지도부가 역사적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으로 당을 이끌기 위해 문재인 의원이 살신성인의 모범으로 당권투쟁의 현장에서 비켜서기를 간청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 역시 문 의원과 안 의원 간 내부 주도권 경쟁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빠지면서 문 의원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안 대표와 문 의원의 당내 지지율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 이후를 가정해보자. 야당 승리로 끝난다면 현 김-안 공동체제는 더욱 공고화하면서 문 의원 등 친노그룹이나 손학규 정동영 고문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야당 내에서 목소리를 키울 공간을 줄어든다. 한동안 김-안 체제가 더욱 힘을 받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시 아무래도 선거전의 낙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방선거 패배 쪽에 무게를 두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김-안 공동대표에겐 모든 선거 패배 책임론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여당의 무덤이란 지방선거에서 패했으니 그 원인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집한 두 공동대표에게 있다는 지적이 난무할 것이 자명하다.

지도부 퇴진론이 거세질 것이고 이 경우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는 게 '문재인 대표론'이다. 문 의원은 친노의 대주주이면서도 대선 후보만 역임했지 아직 당의 대표나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은 맡은 적이 없다. 이 참에 문 의원에게 당의 선장역을 맡겨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이어진 문 의원과 안 공동대표간 파워게임은 이제 2라운드를 맞고 있는 셈이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