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한 통 2600원… 일탈 대가는 돈유부남 유부녀 온라인 데이트 주선 불륜·간통 조장 비난과 인기 비례가입은 무료, 흔적 지우려면 '유료'… 금기에 대한 호기심 자극해 돈벌이

'애슐리매디슨'의 첫 화면(위). 해당 사이트를 탈퇴하면서 사용 흔적을 제거하고 싶으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애슐리매디슨홈페이지(https://www.ashleymadison.com) 화면캡처
기혼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애슐리매디슨'이 지난달 한국어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현재 전세계 35개국에서 2,500만명 가량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를 당당하게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전세계 어디서나 파장이 거세다. 미국을 중심으로 홍콩,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불륜과 간통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애슐리매디슨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한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어 사이트 정식 출시 전에 벌써 12만명이 가입하는 등 모여드는 사람이 상당하다. 간통을 알선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논란의 현장을 직접 살펴보았다.

유부남 유부녀 '만남의 장소'

"즐겁게 살고 싶어요." "일탈을 꿈꿉니다." "로맨스가 필요해." "벚꽃 구경 가실래요?" "차 한잔 할 수 있는 친구를 찾아요." 지난 2일 오후, 애슐리매디슨에 기혼 여성 회원으로 가입하자 수십여명의 남성 사진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이 정리된 목록이 떴다. 목록에는 닉네임과 함께 간단한 소개인사, 나이, 위치, 키, 몸무게 등이 적혀 있었다.

프로필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한계와 상태 알림. 가입시 최소한의 자기 정보를 공개하게 되어 있는데 이때 자신의 혼인여부를 밝히게 되어 있다. 상태는 ▦매여있는 남성이 여성을 찾음 ▦매여있는 여성이 남성을 찾음 ▦여자를 찾는 싱글남성 ▦남자를 찾는 싱글여성 ▦남자를 찾는 남성 ▦여자를 찾는 여성으로 나뉘어 있다. 외도시 내가 넘을 수 있는 '선'도 미리 밝혀야 한다. 한계는 ▦짧은 관계 ▦장기적인 관계 ▦사이버 연애/에로틱한 채팅 ▦날 흥분하게 하는 모든 것 ▦뭐든지 가능 ▦아직 결정 안 남이다.

프로필에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한 남성들도 상당했다. 대부분 얼굴 사진에 '오페라의 유령' 속 남자주인공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 가면을 씌웠고, 일부는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남성들은 모두 가입시 여성이 입력한 우편번호를 바탕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세부 프로필을 클릭하면 성적 취향 등을 노골적으로 밝히거나 야한 사진을 걸어놓은 경우도 허다했다.

어리둥절하게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는데 '윙크 메시지'가 20여통이 도착했다. '윙크 메시지'는 상대 남성의 프로필을 확인한 후 여성이 응답을 하는 방식이다. 좀 더 적극적인 남성들은 직접 메시지를 보내거나 채팅을 신청하기도 했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40대 남성은 "처음인데 용기를 내서 연락한다"며 말을 걸어왔다. 답장을 보내자 남성은 "가볍게 차도 마시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성친구를 찾고 있다"면서 "나는 총각이지만 결혼한 유부녀가 대화상대로 좋더라"고 얘기했다.

미혼남녀에게도 '불륜' 권해

애슐리매디슨은 2001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첫 선을 보였다. 현재 캐나다, 미국, 일본, 홍콩 등 36개국에서 2,50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인 노엘 비더만 대표는 일부일처제에 갇혀 사는 현대인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겠다면서 "바람을 피우라"고 외쳤다.

애슐리매디슨은 미혼남녀도 이용 할 수 있다. 사이트 소개에서 회사 측은 "다양한 이유로 기혼남녀를 만나려는 싱글들이 있지만, 싱글은 다른 기혼자를 만나는 경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기혼자를 만나고 싶으면 시간을 두어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권한다.

사이트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회원가입은 무료다. 하지만 이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면 남성은'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 사이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 즉 일종의 사이버 머니를 구입해야만 채팅을 할 수 있는 탓이다. 남성이 유료 메시지를 보내면 여성은 무료로 이용한다. 크레딧을 구입해 채팅을 즐겨도 비밀은 보장된다. 신용카드 명세서의 요금청구 내역엔 제3자 대금결제 서비스의 상호로 표시된다.

일탈의 대가는 만만치 않다. 애슐리매디슨 이용 크래딧 기본 단위는 100크래딧으로 49달러다. 우리돈으로 약 5만2,900원. 원하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5크레딧(2,645원)이 차감된다. 메시지가 아니라 채팅을 하고 싶다면 1분당 1크레딧(529원)이 소모된다. 한 달에 20달러(2만1,000원)를 내면 출장지에서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트래블링 맨', '트래블링 우먼'등의 프로그램도 있다.

가입은 무료? 탈퇴는 유료?

서울 도곡동에 살고 있다고 밝힌 30대 김모씨는 부인과 자녀가 있는 유부남이다. 그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껴 사이트에 가입한지 약 2시간 만에 6만원을 지불했다. 김씨는 "유료결제를 하기까지 망설였지만 비밀보장을 확실히 해준다는 말에 솔깃했다"면서 "메시지를 하나 보낼 2,000원이 넘는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불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씨는"아이를 낳은 후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늘 상상 속에서 일탈을 꿈꿔왔다"면서 "실행에 옮기기에는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팅을 통해 다른 상대와 교감을 나눈 것 만으로도 짜릿하지만 죄책감도 든다"면서 "계속 이용할지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상태메시지는 '매여있는 여성이 남성을 찾음', 한계는 '아직 결정이 안 남'이었다.

하루 동안 사이트 탐방을 마친 후 탈퇴를 하고 싶었지만 쉽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계정삭제 방법을 찾았지만 뒷목을 잡았다. "은밀하게 사용한 흔적을 모두 제거하십시오. 수수료는 2만원." 탈퇴는 할 수 있었지만 사이트에 남겨진 내 흔적들을 깨끗이 없애려면 돈을 내야 했다. 깨끗이 제거 가능한 항목은 프로필, 주고 받은 메시지 등 사이트 사용 기록 및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였다. 불륜의 흔적도 지워준다니. 애슐리매디슨이 광고 하나 없이 이용자가 내는 사용료에서 어마어마한 수입을 얻는 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