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보위부 간첩 맞아" 핵심 증언… "中 국경수비대에 뇌물 주고 도강"유씨 집안 잘 아는 중국인 보위부 연계·재산 상태 등 증언유씨 부인 땐 목격자 소환할 수도… "유우성 간첩 아니다" 항소심 무죄'녹취 증거물' 최종심에 제출 예정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의자 유우성(34)씨의 유죄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를 중국에서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지난 3월말 "유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일정한 연계를 맺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관련자들은 새로운 증거가 오는 25일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해당 증거는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과 그 일행이 지난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중국 지린성 옌지를 방문해 녹취 및 촬영해 온 것으로, 김 회장은 이것을 국정원에 제공했다. 김 회장과 일행은 옌지에서 재북화교 출신 중국인 7명을 만나 이들로부터 유씨와 보위부의 연계 및 유씨의 재산상태‧신상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돌아왔다.

이 중국인들은 유씨 부친의 친구 및 지역 화교협회 회장 등으로, 유씨를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간 봐 왔으며, 유씨 집안의 내부사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지난 8일 기자와 만나 "유가강이 간첩이 맞다는 진술과 (프로돈(대북송금) 사업과 정보원 활동을 부인하는) 유가강의 재산이 9억이라는 증언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6년 5월 모친의 장례식 당시 "유씨가 중국 싼허 변방대(국경수비대)에 뇌물을 주고 북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목격자를 확보해, 유씨가 이를 부인할 경우 목격자를 증인으로도 소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것은 기존에 유씨가 중국 공민이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북한 출생 화교는 중국공민증을 취득하려면 중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해야 하지만 유씨는 중국에서 거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국적은 1년 뒤인 2007년 5월 취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일 열렸던 결심공판에서 유씨가 제출한 최후진술서에서 "저는 그때 '제가 북한국적임에도 북한 어머님(의) 장례식(에) 무사히 갔다 올 수 있었던 것은 뇌물을 많이 줬기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진술한 것과도 상반된다.

중국인 증언자들에 따르면 북한 거주 화교는 북한을 떠난 지 만 2년이 지나면 중국정부에서 발급해주는 '여권'과 북한에서 발급해주는 '출국사증'이 있어야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유씨가 2006년 5월 모친의 장례식을 위해 입국했을 땐 중국 공민증이 없었다. 중국국적 취득은 2007년 5월로 그 이후이기 때문이다. 북한 영주권이 말소되고, 중국 공민증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없었다. 이로 볼 때, 중국 변방 수비대에 '뇌물'을 주고 '임시 통행증'을 받아 북으로 들어간 것을 목격했다는 중국인의 주장은 높은 신빙성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입국 후 북한에서의 4박 5일간의 자유로운 활동은 다음과 같은 또 다른 중국인의 진술로 뒷받침된다. 이 재북화교 출신 귀화 중국인은 "싼허 세관에서 도장을 찍고, 북에 도착해서 도장을 찍고, 목적지인 회령에 도착하면 회령 보위부에서 또 도장을 받아야 한다. 떠나는 날 아침 출발신고를 하면 지체 없이 바로 출국해야 한다. 보위부의 비호 없이 자유롭게 북에서 돌아다닐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입국 시엔 중국의 합법적 협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뇌물'을 썼고, 들어가서는 보위부의 비호를 받아 장례식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도 "유 씨가 2003년에 북한을 떠났는데 그가 없어졌다는 것을 보위부가 3년간이나 모를 리 있나? 재북화교의 영주권은 2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중국인에게 발급되는 임시통행증을 받아 입국한 것을 보위부가 모를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증언들을 바탕으로 현재 국정원은 올해와 2010년에 있었던 탈북자 가족의 대규모 '수용소 행'이 유씨의 정탐 활동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 2010년에 북한은 함북 회령, 혜령, 무산 일대에서 600세대에 이르는 탈북자의 가족들을 함남 장진, 부전, 허천 등지의 오지에 위치한 수용소로 추방했다. 이러한 대규모 추방령이 유씨가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명단'과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 중에 있는 것이다. 증거 조작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국정원과 검찰이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김 회장 일행은 보안을 위해 항공편이 아닌 뱃길을 택해 옌지로 갔다. 인천에서 다롄까지 배를 타고 이동, 다시 이곳에서 열차편으로 옌지에 도착했다. 도착 후에도 보안상 호텔이 아닌 지인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김 회장은 "국정원의 요구로 갔다온 것이냐"는 질문에 "국정원과 상관없이 간 것이다. 아무런 연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들려준 녹취 및 사진이 전문적인 장비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녹음되고 촬영된 것으로 볼 때, 국정원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였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김 회장은 유씨 소유의 옌지 소재 고급 아파트를 직접 확인하고 촬영해 오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는 옌지를 관통해 흐르는 부르하통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12층짜리 고급아파트다. 중국 동북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으며, 한화 약 2억 원가량의 40평대 아파트라고 한다. 한 중국인의 증언에 의하면 "가강이의 아버지도 이미 중국에 귀화신청을 한 상태"라고 한다. 이 아파트에서 현재 유씨 부친과 동생 유가려씨가 거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씨는 자신의 외가에도 상가를 사줬다고 한다. 김 회장이 수집해 온 정보에 의하면, 상가는 지린성 퉁료시에 위치한 한화 약 5억 원가량의 건물로, 1층은 상가, 2층은 살림집 형태다. 이곳에 현재 외가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 씨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위부 '정탐' 활동과 '프로돈' 사업을 모두 부인하는 유씨는 중국에 어떻게 이런 경제적 기반을 닦아놓은 것일까. 김 회장이 만난 북한 출신 중국인들은 입을 모아 "가강이가 재산만 9억"이라며 "북에서 대대로 살아온 유씨 일가는 중국에 경제적 기반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국가안전보위부와 통일전선부가 화교를 정보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북한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도하면서 많은 화교들이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무역에 종사해 큰 부를 축적했다. 이때부터 화교는 보외부와 통전부의 잠재적 정보원이라는 인식이 생겨 났다. 보위부에게 뇌물을 주고 중국을 드나들면서 각종 정보와 탈북자 동향을 수집해준 것이다. 유씨 역시 준의사로 일하는 한편 중국을 드나들며 보따리상으로 돈을 벌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씨가 2007년 5월 중국국적을 취득하기 이전인 2006년 5월 북한에 다녀온 것은 보위부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함경도 지역에만 26억 원을 송금한 것 역시 보위부가 눈감아 주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프로돈 사업과 관련,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다. 그가 제출한 '출입경 기록'도 위조됐다는 고발이 접수됐으나, 검찰의 출석 요청에 일절 불응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청진의대 졸업 허위 학력, 입국과정에서의 불법성, 대북송금사업 개입, 위조 맹원증 제출, 2중국적, 영국난민 신청 정황, 여동생 가려 씨의 불법 위장입국 시도, 공문서 위조 의혹 등 그를 둘러싼 논란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SH공사 앞에서 탈북동포회가'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피고인 유우성씨의 SH 임대아파트 퇴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탈북자 사회이지만, 유씨가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추방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탈북자들이 유 씨에게 분노하는 이유는 그들이 새누리당 편이어서도, 프로돈 사업으로 혼자 잘 사는 유씨를 시기해서도 아니다"라며 "탈북자 명단이 북으로 넘어가 남은 가족이 고초를 겪거나, 탈북자 자신이 보위부로부터 협박당해 북으로 들어가야 할 경우가 생길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유가강이 전에 내게 와서 추방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더니 그후 민변을 만나 민변만을 구세주로 여기고 있다. 자기 정체성을 털어놓고 2만 7,000명 탈북자들에게 사죄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하며 "지금이라도 유씨가 자신의 잘못을 탈북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추방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유씨는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국정원 조사 등에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신분을 숨기고 거짓말을 했을 뿐 "간첩이 아니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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