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공기업 사장 만나 하청 특혜

박근혜 정부가 공직자의 무능 부패 척결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공기업과 정부기관이 특정 인물의 전방위 로비를 통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끈다.

현재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A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정기관의 조사가 청와대의 하명사건인데, 이 하명사건은 A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B사의 로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 총리실에서 사정기관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석연치 않는 것은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물증이나 명백히 드러난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끼워맞추기식으로 사건조사가 이뤄진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A사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조건 수사하는 바람에 회사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청와대뿐 아니라 감사원 경찰 등 여러 기관에서 연이어 계속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아무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사정기관의 조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어 특정 업체를 겨냥한 표적사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집요한 괴롭힘의 시작

A사는 지난해 9월경 감사원으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 직원들은 아예 A사에 상주하며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감사원은 4개월에 걸친 조사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사 직원들은 계속 조사를 받느라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지 못해 이 회사는 반쪽만 운영되다시피 했다.

감사원의 이 같은 조사는 익명의 투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A사의 여러 문제점을 투서에 담은 제보자가 B사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A사 측은 여러 정황으로 미뤄 B사가 감사원에 투서를 넣은 게 분명하다고 확신한다. 문제의 감사원이 접수한 투서가 명확한 근거에 의한 게 아니라 대부분 사실과 무관한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또 증거도 없는데 감사원이 일단 털고 보자는 식으로 조사를 강행했다는 것이 A사의 주장이다.

A사 측 관계자는 "누군가 우리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고발해 사정기관이 투서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조사결과 문제가 없으면 거기서 끝나야 하는데,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오늘 이 기관 조사가 끝나면 내일은 저 기관 조사가 시작되는 식이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사는 얼마 전 청와대 민정실이 이 업체의 비리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업체는 대외에 결백함을 호소했지만 이 업체를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A사를 비롯한 업계 일부에서는 연이어 계속되는 A사에 대한 수사를 두고 "배후에 권력의 힘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사정기관의 조사가 익명의 투서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또 A사에 대해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투서가 청와대 민정실, 검찰, 경찰, 감사원, 공정위 등 대부분의 사정기관에 접수됐고 A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 '배후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의 한 인사는 "최근 청와대 하명사건으로 사정기관이 A사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민정실 조사과정에서 청와대 직원들이 사건조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청와대 직원들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사건을 키우려다 발각돼 이 사건을 하명사건으로 사정기관에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등 사정기관은 A사를 수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인지사건일 뿐 투서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 민정실 측도 마찬가지다. A사를 조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 "A사가 문제가 많다는 첩보가 입수돼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 그 이상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정실 관계자는 투서가 있었냐는 질문에 "그런 내용은 모른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업계에서는 청와대와 사정기관의 A사 사정 움직임이 B사 작품이라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B사에 대한 여러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B사의 사장 Y씨가 현 정권 실세를 비롯해 청와대 핵심 인사와도 친분이 깊다는 말이 무성하다.

정권 실세에 로비 정황

B사에 대해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Y씨가 정권 실세와 가까운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정치권 고위 인사나 정부 기관 고위 간부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Y씨는 하청업체이면서도 공기업 사장이나 정부 부처 차관 등과 같은 고위 인사들을 쉽게 만났고 일대일 개별 독대도 원하면 아무 때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 외에도 업계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A사에 대한 청와대 사정기관의 수사와 관련해서도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A사 측은 일단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업계 전반에는 수사의 배경에 B사의 청탁을 받은 모종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A사를 조사하고 있는 사정기관은 A사 관계자들을 비롯해 A사 거래처 관계자들을 불러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캐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정기관은 조사와 관련된 정황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백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원이 A사를 조사한데 이어 청와대 민정실이 조사하고 이어 사정기관이 다시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는데도 다른 사건과 연결해 추가로 수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업계 일각에서 "B사가 정권실세를 동원해 A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B사가 공기업과 정부기관 고위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는 말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B사가 공기업과 기관의 하청을 상당량 수주했으며 이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던 것 같다"는 의혹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심지어 "Y씨가 ○○공사 사장과 절친한 사이이며 정치권 친박 핵심인 L씨와도 가까워 청와대까지 영향력이 미친다"는 소리도 들린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맹세컨대 정치권이나 관가에 아는 인맥이 전혀 없다"며 "민정실과 사정기관은 우리가 로비를 한다고 조사하는데, 정작 로비 등 비리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업체는 손끝하나 안 대고 무고한 우리를 상대로 털고보자식의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