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분' 朴정부 지지율 하락세… '아들 악플' 정몽준 위기돌파 할까총리 등 고위 공무원 '헛발질' 정치인 실언·돌출 행동 잇따라패닉 상태 국민들 '부글부글' 정부 여당 득표전 심각한 악재로새정치연합 역풍 맞을까 '저자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침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정부의 위기관리에 대한 총체적 무능력이 이번 6ㆍ4 지방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 여당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가 곤경에 처해 있는 상황을 선거전에 이용한다는 역풍을 맞을까 몸조심하는 것이지만, 내심은 입 가리고 웃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래도 정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득표전에서 새누리당에겐 매우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당연히 새누리당이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의 헛발질이 계속되는 데다 정치인들의 실언이나 돌출 행동도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 출마하거나 공천 경쟁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구설수에 휘말린 경우도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세월호 관련 실언, 與多野少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다른 사람의 글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권 의원은 첨부된 동영상의 여성이 실제 실종자 유가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고 해당 글과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날 포털사이트에서 권 의원의 이름이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같은 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북한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간접 비난한 데 대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고 주장했다가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좌우 이념의 잣대로 색깔론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는 세월호 침몰사고 와중인 20일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막내 아들의 '진도 세월호 침몰 사건'의 SNS 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각각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침몰사고를 애도하는 자작시를 올렸다가 구조 활동이 한창이 와중에 희생자나 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송영선 전 의원은 "국민의식이 재정비 된다면 이번 일이 꼭 불행만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미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건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정몽준 의원이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인 예선(19)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거론하면서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논란이 일자 정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였다. 김황식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과의 공천 경쟁이 한창인 와중에 이 같은 구설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그간 상당부분 앞서 있던 정 의원의 지지율도 앞으로는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또 본선에 들어가서도 박원순 서울시장 측에서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 의원의 서울시장 도전 가도에 가장 큰 고비가 닥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인사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20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 등을 착용하고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네티즌들은 "아이들 생사도 모르고 있고 온 국민이 패닉 상태인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같은 당 장하나 의원은 17일 트위터에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구조대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장 의원은 "구조작업 중인 분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게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에 범죄에 상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사고 발생 사흘째인 18일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다 빈축을 샀고, 새정치연합 소속으로 경기도의회 예비후보로 나선 송정근씨는 세월호와 관련이 없으면서도 실종자 가족 대표로 활동하다 당으로부터 영구 제명 조치됐다.

여야 모두 국민적 비판 대상에 올랐지만 기본적으로 사고 수습과정에서 허술하게 대응한 정부의 책임이 큰데다 실언 퍼레이드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도 상대적으로 여당 쪽이 많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득실로만 보면 당연히 여당에겐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세월호 참사로 인해 여야 정치권이 지방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는 일체 실시하지 않고 있어 당장 얼마만큼의 여파가 미치는지는 가늠키 어렵다. 다만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이전에 비해 훨씬 낮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토대로 여당의 어려움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직후인 18일에는 71%까지 상승했으나, 21일 67.0%, 22일 61.1%, 23일 56.5%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5일 만에 14.5%포인트 떨어진 결과이며 세월호 참사 이전과 비교해도 6~7%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수습 과정을 보고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국민 불만이 커지면서 하락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세월호 참사를 놓고 정부 여당이 다급하게 선거 국면으로 조기 전환할 수도 없다. 때문에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내부 경선 일정을 약간씩 연기하면서 국민 감정이 돌아서기를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경선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5월 12일 열기로 했고, 인천시장과 경기지사 후보 경선은 5월 9일과 10일 각각 개최키로 했다. 부산·대구·대전시장과 충남·강원지사 후보 경선은 모두 이달 30일 한꺼번에 실시키로 했다.

당 공천관리위 부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은 "인천시의 경선 일자가 5월9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서울시장 경선은 5월12일 열게 됐다"면서 "서울시를 가장 마지막에 하자는 당의 정무적 판단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더는 경선을 미룰 수 없는 한계가 왔다"면서 "선관위에 위탁하지 않으면 공정성이 담보 안 된다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4월 30일에 일괄해 처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경선 선거운동 기간 명함 배포와 문자메시지 발송, 후보자 본인의 전화 등 제한적 활동만 허용하고 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옷은 입지 못하도록 했다. 최대한 숨죽여 경선을 치르면서 조심스런 국면 전환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접전지역에서 野 신승 가능성 솔솔

세월호 참사 와중에 아들의 트위터 글로 곤경에 처한 정몽준 의원의 위기 돌파 여부가 이번 선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세월호 참사 직전 만해도 정 의원은 김황식 전 총리를 제법 여유 있는 격차로 따돌리고 있었고 본선을 가상한 박원순 시장과의 맞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나 접전을 벌이는 등의 호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같은 순항을 기대하긴 어렵다. 아들 문제로 인해 당장 예선전에서부터 김 전 총리와 이혜훈 최고위원의 공격을 견뎌내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예비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 "본선에서 야당의 네거티브 공격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식의 비판도 나온다.

예선을 어렵사리 통과하더라도 본선 걱정도 태산이다. 새정치연합이 집중적으로 정 의원의 아들 문제를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크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정 의원의 아들이 언급한 '미개한 국민' 부분이다. 야당 측에서는 "새누리당의 오만함이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의원의 아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며 "아들이 우리 국민을 미개하게 보고 있을 정도라면 정 의원의 아들 교육 수준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공격할 태세다. 정 의원 측은 세월호 참사가 수습돼 선거 국면이 여야의 대결 구도로 조기에 전환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안산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도도 태풍의 눈 격이다. 학부모를 포함한 관련 인사들이 대부분 경기지사 선거 유권자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내부 경쟁에서 앞서 있고 본선을 가상한 여론조사에서도 새정치연합 예비후보들에게 따돌리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경기지역에서 반여(反與) 바람이 불 경우 남 의원이 본선에 나가더라도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인천은 새누리당의 유정복-안상수 예비후보간 경쟁이 남아 있지만 이도 역시 안개 속이다. 특히 유정복 후보의 경우 직전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참사의 간접적 책임도 있다. 예선을 통과하더라도 본선에서 송영길 시장 측이 이 부분을 집중 공격할 게 분명하다. 참사 이전에도 여야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했던 점을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여당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영호남을 제외하고 강원 충남은 야당의 우세지역으로 분류됐고 대전 세종 제주는 여당의 우세지역, 충북은 접전지였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여당의 세종시장 후보가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졌고 전반적으로 여당이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전지는 물론이고 여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되던 곳도 이젠 야당이 승기를 잡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바뀔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세월호 참사가 부동층이나 무당파층에게 반여(反與) 정서를 자극할 경우 자칫 새누리당은 영남 외에는 확신할 곳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여당이 곤경에 처해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것도 아니다.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지, 야당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은 4월 첫째주 33.4%에서 둘째주 28.5% 셋째주 26.9%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여당 지지가 줄어들 개연성을 감안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최세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