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목사 비자금 관리女, 법정 나온다궁지 몰린 희준씨, 새 증인 및 주식가치 재감정 신청재판 비공개 요청 거절… 보석신청 받아들일까검찰은 왜 항소 안했나?… '유죄' 조 목사, 퇴진 서명운동 '위기'

130억원대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2월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조 목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벌금 50억원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비자금 58억을 관리한 인물로 지목된 최 아무개(여․60)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채택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 심리로 열린 조용기-조희준 부자 배임 및 조세포탈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조희준 측 변호인의 요청으로 최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조씨 측 변호인은 "경천은 조 목사의 비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최씨 명의로 설립된 회사로, 희준씨가 운영에 관여할 수 없었다"며 "최씨가 조 목사의 비자금을 관리했고, 최씨 명의로 아파트와 빌딩을 구입했다"고 진술하며 최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어 "민망한 관계가 포함돼 있다"며 '비공개' 재판 진행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사적인 활동이 왜 증언의 내용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피고의 방어권과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도 증인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비공개 진행은 거절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씨는 국민일보 건물 지하에 30억 원을 투자해 한정식 음식점을 경영하다 2000년 폐업했으며, 남동생은 여의도순복음교회 계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또 다른 남동생은 조 목사의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언론에 폭로된 경천인터내셔널의 공동대표를 지낸 바 있다. 이 남동생은 1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천은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조 회장을 믿고 그에게 위임을 했으며, 그의 처분만 바라고 있다"며 조 목사와의 관계를 부정했다.

한편 희준씨는 지난 2월말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아 앞서 2013년 배임 혐의로 선고받은 1년 6월의 형도 소급해 복역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형을 감형받지 못하면 4년 6월의 실형을 살아야 하므로, 이번 항소심에서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고, 새 증인과 주식가치 재감정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씨 측은 "10여 년 전부터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아 수감생활을 지속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구금상태에선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보석신청을 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조희준 전 넥스트미디어 그룹회장 (조용기 원로 목사의 장남)
이번 항소는 조 목사가 지난 1월말 1심 최후진술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하느님의 결정으로 알고 순종하겠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결정이어서 주목된다. 조 목사는 1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돈인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으나 유죄선고를 받은 후 다른 변호인을 선임해 항소심에 임했다. 일설에 의하면 1심 당시 선고를 앞두고 무죄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교회 안팎으로 널리 퍼졌으나 기대와는 달리 조 목사는 집행유예를, 희준 씨는 구속되자 다른 변호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목사 부자는 나란히 항소한 반면, 이들 부자의 '배임'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아무개 장로와 나 아무개 장로는 기자에게 호언한 것과 달리 항소하지 않고 유죄를 확정받아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은 것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검찰의 실수"라고 했으나, 한 교계 관계자는 "검찰 내부에서 검찰 수뇌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항소에 난색을 표했다"고 밝혀 의문을 더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들은 항소를 한 반면)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는 바람에 재판이 복잡해졌다"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현재 교회 내부에선 장로들을 주축으로 조 목사 퇴진 서명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순복음교단 헌법에 의하면 목회자는 기소가 되면 설교가 금지된다. 그러나 조 목사는 기소를 당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계속 설교를 해왔으며, 해외 설교여행도 꾸준히 다녔다. 현재도 조 목사는 주일 오후 1시 예배 설교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법조인으로 구성된 교회내 법제위원회는 교회법 상 조 목사는 더 이상 설교할 수 없으므로 운영위를 열어 관련 안건을 상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장로들 사이에서 조 목사의 설교 중단 및 퇴진을 위해 서명운동을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재판은 희준씨가 국민일보 평생독자기금을 주식에 투자해 손해를 낸 후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국민일보판매(주)에 아이서비스 주식을 1주당 7만5,000원에 매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국민일보판매(주)가 손해를 입어 국민일보 노조가 고발하겠다고 나서자 경천인터내셔널과 영산기독문화원을 거쳐 교회가 해당 주식을 고가로 매입하게 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박 아무개 장로를 내세워 영산기독문화원을 청산했다. 주식이 국민일보판매(주)로 가면서 희준씨가 행한 100억대 배임과 횡령은 지난 2008년 처벌받았다.

이와 관련해 1심재판의 한 관계자는 <주간한국>에 "아들이 한 일을 교회재정으로 도와주려고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고발인들도 이를 인정하고 사죄하면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에도 조 원로목사가 장로들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겼다. 도장, 서명, 서류 등 물증도 다 있다. 200억이나 손해를 끼쳤으니 유죄판결은 당연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조 목사 일가는 또 다른 소송에도 휘말려 있다. 지난 4월 초 조 목사 부부와 장남 희준씨는 편법구입한 부동산의 관리인으로부터 노동법 위반 등 11개 항목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고소당했다. 또 처남인 강남순복음교회 김성광 목사도 일간지에 광고를 내 '강남교회 인수 약속을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등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측도 조 목사의 '횡령' 관련 비리를 추가 고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