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로열티 통한 국부유출 심각해

한국암웨이, 한국허벌라이프, 뉴스킨코리아등외국계 다단계 업체들의도넘은 국부유출이 논란이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빌딩에 위치한 한국암웨이. 주간한국 자료사진
우리나라 다단계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외국계 업체들의 과도한 배당 및 로열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번 돈의 거의 전부를 외국 본사에 고스란히 송금, 사실상의 국부유출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최근 10여 년간 계속돼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의 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업체가 다단계 시장 잠식

다단계 판매란 일반적 유통망인 도소매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판매원이 되어 연쇄적인 소개로 시장을 넓혀가는 무점포 판매기법을 의미한다. 회사 측에서는 판매원의 퇴직금이나 의료보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판매원 측에서는 여가활동으로 하면서 능력에 따라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론상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소비자가 판매원으로 둔갑, 가지를 치면서 조직을 방대하게 늘려 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거대유통망을 형성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가 1995년 7월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며 합법화한 이래 점차 활개를 치고 있는 다단계 판매 시장은 현재 외국계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다단계 판매업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4월 기준 공제조합에 가입된 다단계 판매업자는 94개사였고 이들의 2012년 전체 매출액은 3조2,936억원에 달했다.

94개 다단계 업체 중 매출액 기준 1~3위는 외국계 업체인 한국암웨이와 한국허벌라이프, 뉴스킨코리아가 차지했다. 이들의 2012년 매출액은 1조9,666억원으로 전체의 59.7%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다단계 판매 시장의 60%가량을 상위 3개 외국계 업체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업체들 모두 지난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부 유출 막대해

문제는 배당, 로열티 등을 통한 외국계 다단계 업체들의 국부유출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배당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영업활동을 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배당이 많은 기업일수록 이익의 많은 부분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해당 주주들은 그 돈으로 소비활동을 함으로써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지분의 100%를 본사가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배당액 전체가 외국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당연히 국내 경제에는 어떠한 보탬도 되지 않는다.

다단계 판매업계 1위인 한국암웨이는 암웨이(유럽)리미티드가 전액 출자해 1988년 설립됐다. 암웨이(유럽)리미티드의 지배기업은 미국의 알티코 글로벌 홀딩이다. 미국의 본사가 한국암웨이의 지분을 전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암웨이의 배당성향은 예외 없이 100% 수준이었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100%인 기업은 그 해 올린 순이익 전부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다. 한국암웨이의 경우 지난 10년간 번 돈 모두를 배당, 미국 본사의 배를 불린 셈이 됐다. 2006년에는 당기순이익(328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당금(331억원)으로 책정, 배당성향이 101%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을 결산해본 결과 한국암웨이는 3,7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3,703억원을 배당, 배당성향이 100.08%에 달했다.

한국허벌라이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허벌라이프 인터내셔널은 1994년 설립된 한국허벌라이프의 발행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허벌라이프의 경우 한국암웨이처럼 매년 배당성향 100%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적자를 기록한 2005년은 물론이고 2006, 2009년에는 아예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2010(48.43%), 2007년(77.14%) 등 다른 해에도 배당성향은 대부분 100%에 못 미쳤다. 다만, 5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2011년에 무려 911억원을 배당금으로 책정(배당성향 152.69%)한 영향이 너무 컸던 까닭에 10년 동안의 배당성향 평균은 100.11%를 기록했다.

3위인 뉴스킨코리아의 경우 앞서의 두 회사보다 상황이 덜 심각하다. NSE아시아가 전액 출자해 1995년 설립한 뉴스킨코리아의 지난 10년간 배당성향은 68.86%에 불과하다. 2008, 2010, 2013년 순이익의 50% 가량만 배당금으로 책정했고 2011년에는 아예 배당하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여타 업체에 비하면 배당성향이 높은 편이지만 외국계 다단계 업계 내에서는 양호한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로열티를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뉴스킨코리아는 한국 내에서의 독점 판매와 관련한 라이선스 및 판매계약을 뉴스킨인터내셔널과 체결, 매출액의 6%를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뉴스킨 인터내셔널 매니지먼트그룹과도 경영자문서비스 계약을 체결했고 뉴스킨 엔터프라이즈와는 상표권 사용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5%, 제조법을 동시 사용했을 경우엔 8%를 지급한다. 뉴스킨코리아가 지난 10년간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한 금액은 1,776억원으로 순이익(1,233억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배당금(849억원)까지 감안하면 번 돈의 거의 두 배가량을 본사로 송금한 셈이다.

이는 한국암웨이도 마찬가지다. 특수관계자인 액세스 비즈니스그룹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한 한국암웨이는 국내 구입분에 대해 매출액의 1~5%를 기술도입료로 지불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기술도입료 명목으로 지출된 액수는 514억원에 달한다. 한국허벌라이프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로는 로열티 액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계 다단계 업체들의 국부유출 행위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순이익 이상을 배당금 및 로열티로 가져가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국내 다단계 업체 관계자는 "다단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계 업체들이 재투자나 기부 등을 통한 사회환원 없이 수익 전부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엄연한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각각 3,703억원, 849억원을 배당한 한국암웨이와 뉴스킨코리아는 기부금으로 불과 11억6,300만원, 4,200만원만을 지출해 빈축을 샀다. 한국허벌라이프의 경우 금융감독원 공시 상으로는 기부금을 확인할 수 없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