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장 공천 제사람 줄세우기 잡음… 지방선거 광주 패배땐 정치적 치명타여론조사나 경선과정 없이 '안철수맨' 윤장현 전략공천당 안팎 '밀실정치' 비난 빗발무소속 후보 당선 땐 광주 민심 이반 '정치적 위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오른쪽), 김한길 공동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광주광역시 전략공천 관련 해명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또 다시 정치적 위기가 찾아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광역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광주시장 후보에 안 공동대표 사람으로 분류되는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론조사 등을 거친 경선이나 당원들의 의향을 묻는 절차도 없이 전격적으로 당 지도부에 의해 전략 공천됐다.

광주시장 출마를 준비해 온 강운태 현 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펄쩍 뛰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구태정치의 대표격인 밀실정치, 보스정치가 안 공동대표에 의해 부활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아직 선거가 4주 가량 남아있지만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무소속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승부의 무게중심은 이들 단일 후보에게 쏠릴 것이란 게 현지 분위기다. 만일 단일화에 실패해 3자 구도로 치러지면 윤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안 공동대표가 공천을 주도한 광주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는 광주민심이 안 공동대표에게 등을 돌렸다는 방증으로 여겨질 수 있다. 안 공동대표가 자초한 정치적 위기다.

안 공동대표는 정계에 입문한 지 이제 1년하고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 짧은 정치 이력 중에 그는 적잖은 위기 상황을 연속으로 겪고 있다. 대부분 말바꾸기 등의 언행 불일치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14일광주 서구 치평동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 앞에서 이용섭 국회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 지지자 100여명이"지역 국회의원들의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지지선언은 특정후보 편들기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 결선에도 못올라

올해 초 새정치연합 창당을 주도하면서 안 공동대표는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하면서 각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 달도 채 안돼 민주통합당과의 합당 선언으로 자신의 공언을 뒤집었다. 그의 정치 멘토라는 윤여준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마저 "바로 전날까지 민주당을 낡은 정치 세력으로 규정하다가 하룻밤 새 힘을 합쳐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고 한 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시도 의원들이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쏟아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안 공동대표는 이어 민주당과의 합당 명분으로 기초선거 무공천을 꺼내 들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라고 주장했지만 이도 역시 보름 여 만에 "당원들의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발을 뺐다. 당연히 결과도 공천 찬성이 대세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정부 여당 방안에 대해 결사 반대를 외치던 안 공동대표는 불과 7개월이 지나자 "법안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자당 의원들을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안 공동대표의 지지층은 줄어들었고 당내의 친안(親安) 세력도 자연히 위축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8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측면 지원한 이종걸 의원은 결선 투표에도 오르지 못한 채 패퇴했고, 강성파인 박영선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김-안 공동대표가 체면을 구긴 것은 물론 또 다른 부담스런 존재의 등장에 잔뜩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수 차례 자충수 같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위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 중 광주시장의 전략 공천 부분은 안 공동대표의 정치적 운명마저 결정지을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강운태, 이용섭 탈당 무소속 출마

광주시장 등 호남지역 광역단체장은 역대 대부분 경선을 통해 후보를 가려왔다. 야당의 텃밭인데다 민주화 성지라는 상징성이 있어 적어도 전남북 지사와 광주시장만큼은 유력 후보들간 경쟁을 통해 공천자를 가렸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안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가 연휴 직전인 2일 밤 11시에 전격적으로 전략 공천했다. 새정치연합의 광주시장 후보로 확정된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은 대표적인 친안철수계로 분류된다.

한번 생각해보자. 연휴 전날 밤 11시에 발표할 만큼 광주시장 후보 결정이 급박한 사안이었을까. 당연히 그럴만한 일이 아니다. 당 지도부가 스스로 잘못된 결정임을 자인한 것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또 통상 전략공천은 유력 인사를 내세워 상대당을 누르기 위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광주가 새누리당이나 진보계열 정당에게 뒤질 만큼 새정치연합 지지도가 위태로운 지역인가. 그것도 전혀 아니다.

게다가 왜 광주를 전략 공천해야 하는지, 왜 윤장현 전 위원장을 꼭 선택해야 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합당 과정에서 이면 합의한 지분 나누기의 일환으로 광주시장 자리를 친안철수계에게 양보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비후보간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던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이번 공천을 주도한 안 공동대표를 '구태정치의 화신'이라고 공격한 뒤 미련 없이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둘을 따르는 지지자들도 이번 공천을 "심야의 정치테러" "낙하산·밀실 공천"으로 규정하고 집단 탈당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광주시장 공천과 관련, "'안철수는 김대중(DJ)이 아니다' '그런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막말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후보들이 경선을 요구했고 시민과 당원들도 경선을 희망했는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당 지도부는 연휴 직전 한밤중에 윤 후보를 전략 공천함으로써 광주시민을 우롱했다.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상임고문도 "민주주의의 본산이자 민주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광주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전략공천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새정치는 줄세우기가 아닌데 줄세우기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새정치는 기득권을 만드는 정치가 아니다"고 사실상 안 공동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광주시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그 중 안 공동대표가 전략공천에 앞서 "(윤 전 위원장은)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엄연히 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을 이기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면서 "아무나 내려꽂아도 당선된다고 보는 게 바로 구정치"라고 쏘아붙였다.

문제는 또 있다. 광역단체장에 이어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도 친안철수 인사들이 하나 둘 전면에 부상하면서 광주에 이은 공천 다툼 2라운드가 벌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만일 광주처럼 다른 기초단체장 공천에서도 전략 공천으로 친안철수 세력이 나서거나 당 지도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내정된다면 자칫 겉잡을 수 없는 내홍 양상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

문재인 등 친노의 계산된 침묵

김-안 공동대표 체제에 밀려 비주류로 전락한 문재인 의원 등 친노그룹은 광주 공천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른 기초단체장 공천 과정에서도 아직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공천 과정의 이 같은 불협화음이 김-안 공동대표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친노 입장에선 8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들이 측면 지원한 노영민 의원이 결선 투표에서 박영선 의원에게 패한 게 뼈아프다. 노 의원이 이겼다면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대여 관계를 통해 친노의 선명성을 한껏 부각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또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는 비노진영으로 분류되기에 정서적으로는 친노보다 현 지도부와 거리감이 적다.

때문에 일단 자세를 낮추면서 지방선거 결과에 잔뜩 신경을 쏟고 있다. 친노 입장에선 야당이 대승을 거두는 것도 어떻게 보면 마뜩하지 않을 수 있다.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라이벌인 안 공동대표의 기를 살려주는 것은 물론 친노진영은 여전히 비주류로 남게 되는 이유때문이다.

그렇다고 선거 지원을 거부했다가는 야당 내부의 공적이 된다. 적극적 지원과 소극적 지원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하면 친노에게 기회가 찾아 오는 셈이고,, 여기에 광주시장마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친노는 자연스레 새로운 주류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

安, 박근혜 지지율 하락만 믿는다

당초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존재감을 한껏 부각하며 대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은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와 접전 양상으로 나오던가 아니면 오차범위 안팎의 근소한 리드를 보이는 곳이 2~3지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 당연히 안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가 헛발질을 계속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게 반갑지 않을 리 없다.

리얼미터가 4월말~5월초에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비율은 지난달 최고 64.7%까지 상승했다가 참사 이후 57,9%로 하락했다가 최근에는 52.9%로 떨어졌다. 반면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27.2%-33.8%-39.7%로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새누리당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서 43.5%에 그쳤다. 그나마 새정치연합이 23.9%를 기록하는데 그쳐 양당 격차는 19.6%포인트에 이르지만 무당파가 28.1%로 늘어났다. 이는 여당 지지층이 상당부분 무당파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과거 선거를 분석해보면 여야 양측의 고정표는 공히 30% 가량씩 나뉘어있다. 나머지 40%의 무당파 부동층이 어느 쪽에 많이 서느냐에 승패가 갈리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무당파 부동층이 과연 여당 쪽에 표를 많이 던져줄 것인가 하는 점에 정치 전문가들은 선뜻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다수가 야당으로 돌아선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투표 자체를 하지 않거나 일정 부분 여당을 외면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빙 구도로 흐르던 서울시장 선거가 박원순 시장의 근소한 우위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적어도 야당에게 불리하게는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안 공동대표가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부분이다. 공천 과정의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선거전에 돌입하면 바닥 판세가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접전을 벌이던 서울-인천-강원-충청 지역에서 야당이 대거 당선되리란 희망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광주의 경우 새정치연합 윤 후보가 당선되고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이 선전하거나, 광주는 무소속이 가져가지만 다른 지역에서 새정치연합이 대거 당선될 때 당 지도부가 어떤 상황에 처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물론 양쪽 상황 모두 안 공동대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할 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광주에서 무소속에게 져도 공천을 주도한 안 공동대표에겐 치명타가 되는 것이고, 비록 광주는 이기더라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서 지면 야권의 패배로 인식되기에 이도 역시 안 공동대표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안 공동대표 입장에선 광주를 반드시 이긴 뒤 서울 등 나머지 접전지역에서도 최소한 절반 이상을 가져가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다. 때문에 안 공동대표의 운명이 광주시민에게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정치적 고비 처에 서 있는 안 공동대표가 불과 한달 후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최세훈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