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실적 넘어서 경영능력 뽐낼까

다보스포럼 회의장 지붕에 설치된 한화그룹의 태양광 모듈과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작은 사진).
한화그룹이 요즘 신이 났다.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몇 년째 집중해 온 태양광 사업이 드디어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의 계속되는 재판으로 그룹 투자가 묶여 있을 때도 태양광 사업에만은 유독 힘을 실었던 한화그룹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본 셈이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중심을 잡고 이끌어온 사업이라 의의가 더욱 크다. 그룹 전체가 어려운 시기에 적자만 내던 미래먹거리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이상 후계자의 경영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흑자전환이 반짝 실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흑자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해 1분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100억원 내외(신한금융투자 150억원, 교보증권 100억원, 한국투자증권 92억원 등)의 흑자를 거둘 것이라 예측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한화그룹은 2012년 2분기 이후 12분기만에 흑자전환한 것이 된다.

한화그룹은 2010년 8월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를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 1만톤 규모의 공장건설을 결정하며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한 한화그룹은 2012년 8월 독일의 큐셀(현 한화큐셀)까지 인수하며 외연을 넓혔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ㆍ웨이퍼(한화솔라원)-셀ㆍ모듈(한화큐셀, 한화솔라원)-발전시스템(한화큐셀, 한화솔라원)에 이르는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이 지금까지 쏟아 부은 금액만 해도 3조원 가까이 된다.

물론 상황이 한화그룹의 기대만큼 좋지만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보조금을 줄이기 시작한 데다 태양광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공급과잉으로 폭락하며 시장의 거품이 꺼진 것이다. 그 결과 중소형은 물론이고 대형 태양광 업체까지 줄도산을 면치 못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관련 계열사들 또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실제로 2012년과 지난해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은 각각 2,528억원, 104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맺은 결실은 더욱 달콤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 악화가 가져온 태양광 업체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과 폴리실리콘 가격의 상승으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1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각각 북중미와 유럽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데다 공장 가동률이 90%를 넘어선 상황이라 전망도 비교적 밝다.

장남 공으로 돌려 경영능력 검증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성공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다. 김 실장이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맡은 이후 성적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26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한 김 실장은 한화케미칼이 솔라펀파워를 인수할 때부터 그룹의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확신에 찬 김 실장의 자신감이 태양광 사업의 신성장동력 가능성을 고민하던 김 회장과 가신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을 거친 김 실장은 지난해 8월부터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중심 격인 한화큐셀의 전략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김 실장이 사실상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핵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도 김 실장은 다보스 포럼, PV엑스포, 국제석유화학산업콘퍼런스 등에 참여하는 등 현재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 실장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때와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이 살아나기 시작한 때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물론 몰락하던 태양광 사업이 오롯이 김 실장의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태양광 사업이 살아나는 타이밍에 맞춰 김 실장으로 하여금 해당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했다는 해석이 더 신빙성 있게 들린다. 여기에 올해 초 가까스로 재판을 마무리 지었으나 건강 악화와 도의적 문제로 당분간 경영에 나서기 어려운 김 회장의 상황까지 고려해 본다면, 태양광 사업이 후계자인 김 실장의 성공적인 경영데뷔를 위한 도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크다.

계속된 성공으로 후계구도 굳힐까

문제는 깜짝 반등을 시작한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일지 여부다. 이에 대해서는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은 치킨게임이 어느 정도 막을 내린 만큼 한화그룹, OCI 등 지금까지 살아남은 승자들의 파티만 남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4개월째 1㎏당 20달러를 유지한 폴리실리콘 가격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소규모 및 가정용 태양광 시장이 확장되는 것이 이 같은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어두운 미래를 얘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일단, 태양광 사업의 경우 선발주자와 후발주자 간 기술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태양광 사업이 호황이었을 당시 국내외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었던 것처럼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금보다 대폭 상승할 경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치킨게임의 승자로 반도체 사업을 석권한 삼성전자의 경우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전히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데다 각국 정부가 태양광 관련 지원을 급격히 줄여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태양광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태양광 보조금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이럴 경우 타산이 맞지 않는 태양광 사업은 지속할수록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분기부터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삼성, SK그룹과 포스코 등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사업 비중을 줄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태양광 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전망이다. 비주력 사업부인 드림파마와 한화 L&C를 매각, 확보된 유동성을 태양광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도 지니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후계자인 김동관 실장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이 태양광 사업의 꾸준한 성공을 통해 한화호의 차기 선장으로 경영능력을 검증받을지 아니면 또다시 몰락하는 사업을 붙들고 함께 추락할지 주목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