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권모양 큰아버지 "부모와 오빠 죽었다는 소식 말 못했다… 어떻게 말하나"

서울광장 앞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 주변에 노란리본이 달려있다.(사진=한국아이닷컴 권영민 인턴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살아남은 권모(5)양의 안타까운 사연이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권양은 구조 후 간호사들에게 "엄마와 오빠가 구명조끼를 입혀 위로 밀어 올렸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신 바 있다. 권양은 침몰 당시 승객들에게 구조됐지만 어머니는 지난달 23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아버지와 오빠(6)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고 직후부터 부모와 오빠를 만나지 못해 정서적으로 몹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권양은 여전히 부모와 오빠를 찾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권양의 큰아버지인 권오복씨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조카에게 부모와 오빠가) 죽었다고 말을 못했다. ‘제주도로 이사 가기로 해서 (배를 타고) 갔는데 나만 놔두고 다 이사 갔다’고 하면서 우니까…. 죽었다고 어떻게 얘기하겠는가”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사회자가 “아이가 많이 울겠다. 지금 엄마아빠 한참 찾을 나이인데”라고 하자 권씨는 “자다 깨어서 울어댄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심리치료를 받으러 간다”고 말했다.

권씨는 권양 오빠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권씨는 “작으니까 어디 그냥 쑥 들어가 있어서 못 찾을까 봐 그것이 걱정이다. 맨 늦게까지 (실종자로) 남을까 봐”라고 말했다.

권씨는 한 달째 생업을 포기하며 진도체육관에서 지내고 있지만 1촌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생활안정자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는 사망자 가족에 세대당 85만3,400원의 생활안정비와 1인당 42만원의 구호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씨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국민 관심이 식어가는 걸 느낀다며 “우리 조카뿐만 아니라 사고 난 사람들에게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오늘로써 세월호가 침몰한 지 딱 한 달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에는 실종자들이 여럿 남아 있죠. 이 실종자의 가족들은 한 달째 생업도 놓은 채 진도 팽목항에서 아들, 딸, 형제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점점 비어가는 체육관 바라보면서, 또 식어가는 관심 보면서 제일 안타까워하고 계시다는데요. 이분들 가운데 한 분을 어렵게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세월호에서 5살 어린아이가 구조됐던 것 기억하시죠. 그 여자 어린이의 큰아버지세요. 권오복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권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권오복> 네, 권오복입니다.

◇ 김현정> 지금 팽목항, 진도체육관에 계시는 거죠?

◆ 권오복> 네, 아침에 팽목항 갔다가 지금 다시 체육관에 왔습니다.

◇ 김현정> 정말로 딱 한 달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권오복> 그냥 기다리는 거죠, 찾아주기만…다른 방법이 없죠.

◇ 김현정> 한 달이나 그렇게 계시면 생업들은 어떻게 하세요?

◆ 권오복> 다 접었어요.

◇ 김현정> 실례지만 권 선생님은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 권오복> 자영업 했어요.

◇ 김현정> 가게 문 닫아놓고 오셨어요, 그럼?

◆ 권오복> 네.

◇ 김현정> 하긴 가족이 지금 아직도 물속에 있다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시겠습니까.

◆ 권오복> 안 잡히죠.

◇ 김현정> 당시 5살 권 양은 구조가 됐었죠.

◆ 권오복> 네, (구조)됐고. 지금 걔 어머니는 찾았어요, 23일 새벽에.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권오복 선생님한테는 제수 씨인 조카의 엄마는 시신으로 발견이 됐고.

◆ 권오복> 동생하고 남자 조카는 아직 못 찾았죠.

◇ 김현정> 5살 권 양의 아빠하고 오빠는 아직 안 나온, 권 양 식구 중에는 우리 5살 어린아이 하나 산 상황.

◆ 권오복> 네.

◇ 김현정> 가족 분들의 제일 큰 걱정은 지금 어떤 건가요?

◆ 권오복> 지연이도 걸리죠. 아직 죽었다고 말은 못하잖아요. 제주도로 이사 가기로 해서 갔는데 자기만 놔두고 다 이사 갔다고 그러면서 우니까….

◇ 김현정> 엄마, 아빠, 오빠가 나 하나 버리고 다 이사갔구나, 이렇게 얘기를 해요?

◆ 권오복> 그렇죠. 그러니까 기가 막히죠.

◇ 김현정> 그러면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합니까, 그럴 때는?

◆ 권오복> 아직까지는 말을 돌려가지고, 죽었다고 어떻게 얘기합니까. 이제 수습하고서 얘기하려고 아직 하지 말라 그랬어요.

◇ 김현정> 아이가 많이 울겠네요. 지금 엄마, 아빠 한참 찾을 나이인데.

◆ 권오복> 그렇죠, 울죠. 자다가 깨어서 울어대니까.

◇ 김현정> 이 아이를 어떻게 하나, 그 생각하면 제일 걱정이시군요.

◆ 권오복> 일주일에 한 번씩은 치료받으러 가요, 치료라 해 봐야 심리치료인데요.

◇ 김현정> 그때 우리 아이가 혼자 어떻게 구조가 됐었죠?

◆ 권오복> 그 상황은 모르겠고, 아기, 아기하면서 헬기로 구출이 되는 그 장면을 봤어도 몰랐어요. 내 동생이 인천에서 배를 탄다고 안 했어요. 완도에서 타야 되니까 지방에 들렀다가 사람 만나고 가야 되기 때문에 여름에 놀러오라고 그런 식으로.

◇ 김현정> 원래는 인천에서 배 타는 것이 아니라 완도에서 배 타는 줄로 아셨기 때문에, 그 배가 그 배일 줄은 상상도 못 하셨군요?

◆ 권오복> 상상도 못 했죠. 그래서 그것을 보면서도 몰랐어요. 그런데 오후 뉴스에 보호자가 안 나타난다고 하면서부터 내 조카가 알았어요. 그 녀석이 알아서 다시 연락해서 나는 그냥 바로 한국병원 목포에 쫓아가서 봤더니 맞더라고요.

◇ 김현정> 제가 체육관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 이제 몇 가족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큰 체육관이 그냥 휑 하더라고요. 보면서 이분들 얼마나 외로우실까 마음이 안 좋던데, 그런 면에서 좀 불편하신 점은 없으세요?

◆ 권오복> 그것도 그렇고 7살 짜리 조카를, 혁규를 찾으려면 참 힘들 것 같아서 일하다가 맨 끝까지 남는 것 아닌가도 생각해 보고 그래요.

◇ 김현정> 혁규 못 찾을까 봐…얘는 너무 작으니까?

◆ 권오복> 작으니까 어디 그냥 쑥 들어가 있어서 못 찾을까 봐 그것이 걱정이죠. 그것도 맨 늦게까지 남을까 봐.

◇ 김현정> 지금 그 상황이 오래될 수도 있다 해서, 임시로 한 가족당 숙소를 하나씩 지어드리겠다, 그쪽으로 옮기는 것은 어떻겠냐, 이런 얘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들어보셨어요?

◆ 권오복> 그런 얘기하지 말고 얼른 찾는 데나 열중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노숙자 생활 한 달을 했는데 뭘 더 바라겠습니까.

◇ 김현정> 그나저나 지금 배가 이 상태에서 점점 부서져내린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 권오복> 그 안의 칸막이, 옆으로 누웠으니까 옆 칸막이가 천정이 될 것 아니에요. 그것이 무너진 것을 천장이 무너진다 그러는데….

◇ 김현정> 그래서 인양을 좀 하는 것은 어떠냐 하는 얘기도 나오는데, 가족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 권오복>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어차피 지금 봐도 못 알아봐요, 다 손상돼 있어서. 그런데 들은 얘기로 했다가는 역적이 될 것 같아서 말도 못 해요.

◇ 김현정> 가족분들 사이에도 좀 의견이 엇갈리는군요. 인양했으면 좋겠다, 아니다 하는 이 의견들이.

◆ 권오복> 아직까지는 공론화가 안 돼 있어요. 인양을 해도 저희 DNA 아니면 못 알아봐요, 손상돼서. 그래서 인양하고 겸해서 했으면 했는데 그런 말을 못 꺼낼 정도인데요.

◇ 김현정> 하여튼 빨리 찾는 일이 급할 텐데, 지금 빨리 찾아야 된다고 여러 분들이 나서기는 합니다. 특히 얼마 전에는 정몽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들이 거기 찾아가는 장면 뉴스에서 봤거든요. 그런 분들 왔다 가시면 좀 도움됩니까?

◆ 권오복> 하나도 도움도…여기 와서는 도움이 될 이유가 없어요. 저쪽에 잠수사를 더 붙이든지 그쪽으로 해야지.

◇ 김현정> 그런 분들 오시는 것이 지금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하나도 도움은 안 되고?

◆ 권오복> 하나도 도움 안 되죠.

◇ 김현정>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동생과 조카 빨리 찾는 것일 거고요. 그 외에도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걸까요?

◆ 권오복> 얼른 찾아야죠. 내가 이 얘기하면 1촌이 아니고 2촌이기 때문에 생활안정자금도 우리한테는 해당이 안 돼요, 2촌은.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지금 한 달이나 손 놓고, 생업 다 포기하고 계셨는데 우리 큰아버님한테는 아무런 지원 같은 게 없습니까, 생업 포기하고 있는데도?

◆ 권오복> 현재 1촌만 해당이 된대요.

◇ 김현정> 우리 권 양 같은 경우에는 남아 있는 1촌이라는 분이 없는 것인데, 가족들이 다 그렇게 됐으니까….

◆ 권오복> 없죠, 없죠.

◇ 김현정> 그것도 문제가 되겠네요.

◆ 권오복> 1촌은 학생밖에 없죠. 부모, 자식이 1촌인데.

◇ 김현정> 한 달입니다. 오늘로서 꼭 한 달. 아직도 20명의 실종자들이 바닷속에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 지금 듣고 계세요, 정부에서도 듣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실종자 가족을 대표해서 한 말씀 하시죠.

◆ 권오복> 우리 조카뿐이 아니고 이번에 사고 난 사람들에게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이 말씀이죠?

◆ 권오복> 네네, 그렇죠.

◇ 김현정> 지금 좀 식어가는 것이 느껴지세요?

◆ 권오복> 당연히 그렇죠.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고맙습니다. 세월호에서 홀로 구조된 5살 여자아이의 큰아빠세요. 권오복 씨 연결을 했습니다.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hermes@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