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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반격' 시작됐다

세월호 광폭 행보… 박근혜정부 비판
당내 목소리 높이며 존재감 과시
대선 패배 이후 '자숙 모드' 접고 진도 앞바다서 실종자 가족 위로
정부 수습과정 강도 높게 비난… 당내 주도권 다툼 재기 발판 마련
차기 대선 염두에 둔 활동 재개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월호 침몰 18일째인 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앞바다를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더니 참사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 당국의 혼선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정상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대선 패배 이후 자숙 모드로 한동안을 보냈고, 민주통합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합당 과정에서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지켜보고 있던 문 의원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공동대표가 측근을 광주시장 후보로 내세우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도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그랬던 문 의원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입을 떼고 있다. 정확히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대선 유력주자 급 정치 활동을 본격 재개하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넘겨줬던 당내 헤게모니 쟁취도 당연히 계산에 넣고 있다. 문재인의 대권 재도전을 향한 첫걸음이다.

코너 몰린 安, 재기 발판 마련된 文

야당의 통합 과정에서 문 의원의 입지는 축소될 대로 축소됐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전광석화처럼 창당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친노진영의 역할은 없었다. 상대적으로 문 의원도 통합에 대한 형식적 찬성 의사만 비췄을 뿐이다. 당내 대주주이자 친노의 좌장 격인 자신에게 아무런 예우도 하지 않는 김-안 공동대표에게 서운함이 가득했을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통합을 반대할 수도 없었기에 예전 민주통합당 시절 당내 60%의 지분을 갖고 있던 친노가 새정치연합이 되면서 30% 지분의 소수 세력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 지난 17일 제7회 녹색생활실천 환경그림대회가 열리고 있는 울산시 남구 달동 문화공원에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인 문재인 의원이 방문해 이상범 울산시장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숨죽이고 있던 문 의원에게 처음 기회가 찾아 온 것은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고수하고 있을 때다. 당내에서는 "무공천이 새정치냐" "새누리당 좋은 일만 시키느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그 과녁은 무공천을 고리로 양당 통합을 이끈 안 공동대표에게 맞춰졌다.

문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에 앞서 당원 뜻을 물어봐야 한다"고 안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와는 결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당내에선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철회 주장이 봇물을 이뤘고 꿈쩍하지 않았던 안 공동대표는 결국 여론조사로 결정하겠다고 발을 뺐다.

문 의원에겐 당내 주도권 다툼을 위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두 번째는 당 공천 과정이었다. 광주시장 공천에서 지도부가 경선 없이 전략 공천을 통해 안 공동대표의 대표적 측근인 윤장현 후보를 전격 결정하자 당 내부에서부터 안 공동대표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경선을 준비하던 강운태 광주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즉각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그를 따르던 당원들도 대거 탈당계를 냈다. 손학규 고문이나 박지원 의원 같은 중진도 안 공동대표 등 지도부의 광주시장 전략 공천은 민주주의 역행이라고 규정하며 비난의 대열에 섰다.

광주시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했다. "야당이 아무나 내려꽂아도 당선시켜주는 곳인 줄 아느냐"라면서 공천 결정을 비난했다.

실제 17일 안 공동대표가 광주를 방문하자 50여명이 차량을 가로막고 욕설을 퍼붓고 계란을 던졌다. 일부는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가는 등 위협적인 언사를 50여 분간 계속했다. 안 공동대표로서는 정치 입문 이후 전례 없는 봉변을 당한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17~19일 실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현 시장인 무소속 강운태 후보가 25.7%로 21.2%의 윤장현 새정치연합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무소속 이용섭 후보는 18%로 3위에 그쳤고, 이어 새누리당 이정재(4.6%), 통합진보당 윤민호(3.3%), 무소속 이병완 (2.2%), 노동당 이병훈 후보(0.7%) 순이었다.

무소속 강 후보와 이용섭 후보가 단일화를 물밑 교섭 중인데, 만일 성사된다면 어느 쪽으로 결정돼도 새정치연합 윤 후보의 열세라는 게 현지의 대체적 분석이다. 안 공동대표가 "광주시장 공천을 시민 여러분과 미리 상의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현지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처럼 안 공동대표가 정치적 위기 상황에 놓이면서 상대적으로 힘을 받는 쪽은 당연히 정치적 라이벌인 문 의원이다.

세월호 참사에 文 의원 광폭 행보

당내에서 목소리를 키울 만한 분위기가 무르익던 와중에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것도 문 의원에겐 또 다른 기회가 됐다.

문 의원은 이달 초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실종자 가족을 끌어 안았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유실되게 생겼다"며 "같은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꼭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에 문 의원은 "자식 키우는 마음이 똑같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말아달라"고 위로했다. 박 대통령과 정홍원 총리, 주무 부처 장관들이 경호원이나 보좌진을 앞뒤로 세워 현지를 찾은 것과 달리 문 의원은 수행 비서 1명만 대동한 채 현지를 누볐다. 여권 수뇌부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SNS에 문 의원과 관련한 글을 띄웠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캠프의 대선 슬로건이 떠오른다. 그 때는 그냥 선거용 구호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안에 우리 사회에서 우선시 해야 할 가치에 관한 중요한 정치철학적 화두가 담겨 있었던 것"이라고 썼다. 문 의원의 당시 구호가 이번 참사와 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을 진 교수가 문 의원의 현지 방문을 계기로 적시에 연결 지은 것이다.

문 의원은 8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송이 국화꽃이 된 아이들…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버이날'이라고 적었고 15일엔 '선생님들 아이들 다 데리고 돌아오십시오. 스승의 날입니다'라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가슴 찡한 글들을 연달아 띄웠다.

이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둔 17일에는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 죽지 않아도 될 소중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점에서 광주의 국가와 세월호의 국가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르겠느냐'라면서 '근원적인 반성의 결여…광주 34주년을 맞는 회한'이라고 적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세월호와 광주를 연결 짓는 선동적 행태"라며 "세월호 희생자는 물론 5ㆍ18 희생자마저 모독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워낙 세월호 참사 수습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 수준이 국민 기대에 워낙 못 미치던 상황이라 새누리당의 반박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했다.

문 의원은 계속 나아갔다. 19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눈물 담화'를 발표하자 바로 혹평했다. 문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월호 사고 후 국민은 국가가 무엇이고 왜 존재하는지 지속적으로 질문을 제기한다"며 "그러나 박 대통령의 담화엔 그에 대한 답이 전혀 없었다. 아쉽고 실망스러웠다"고 날을 세웠다.

문 의원은 이어 박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 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 데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사회로 가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된다"며 "대통령이 진심으로 안전을 얘기하려면 세월호 이상의 위험을 안은 노후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호는 기울 수밖에 없고, 국민의 분노와 슬픔이 참여와 심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날엔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문 의원은 20일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가치와 국정철학,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정상성을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박 대통령의 해양경찰청 해체와 해양수산부 축소 방침과 관련해서도 '포퓰리즘 처방'으로 규정한 뒤 "정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은 외면하며 하부기관에게 극단적 처방으로 책임을 묻는 건 옳지 못한 일이자 무책임한 처사"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등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것은 대선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안철수 공동대표에도 미치지 못한 지지율 등을 감안해 신중 모드로 일관했던 문 의원이 정부의 잇단 헛발질과 안 공동대표의 자충수 같은 당 운영 등을 완벽한 부활의 호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권 여론조사 야권 1위로 부상

문 의원의 정치적 보폭이 커지면서 지지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9일 밝힌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21.1%로 여전히 1위를 기록했고, 2위엔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14.2%)이 차지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2.3%로 3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문 의원이 안 공동대표를 추월한 것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이다.

4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11.7%), 5위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5.6%), 6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4.3%), 7위 새정치연합 손학규 고문(4.1%), 8위 김문수 경기지사(3.5%) 순으로 나타났다.

안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통합 과정 속 잡음과 기초공천 무공천 방침 철회 논란에 이어 최근 광주광역시장 전략공천 갈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부 여당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적 비판 대상이 된 점도 문 의원에겐 지지율 상승 효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1주일 전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한 51.1%를 기록해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19일 '눈물 담화' 이후에는 하락세가 주춤하며 소폭 상승한 결과도 나왔다.

문 의원으로선 정몽준 의원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더욱 추가적인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광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압승하지 않는 한 안 공동대표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의원으로선 정치적 재부상의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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