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에 얽힌 정치·경제 효과단일종목으로 최고 인기… 본선 진출땐 최소 85억 챙겨'경제 특수' 수십조원 달해 "올림픽보다 경제적 효과 커"정치도 경제도 불안한 브라질 우승 트로피로 회생할지 주목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곧 열린다. 전세계인들은 이제 약 한 달간 작은 공의 움직임에 따라 울고 웃게 됐다.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국인 브라질 경제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월드컵 유치로 인한 국가 브랜드 향상뿐 아니라 천문학적인 마케팅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열기로 뜨거운 곳은 브라질만이 아니다. 각국의 방송사들은 중계 전쟁에 돌입했고 기업들은 월드컵 특수를 노린 마케팅을 선보이고, 정치권도 월드컵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최국 브라질은 월드컵 결과에 아예 '운명'을 맡긴 모양새다. 스포츠 이벤트에 각국이 목매는 이유가 뭘까. 월드컵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알아보았다.

월드컵, 브라질 구하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오는 13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개막돼 다음달 18일까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브라질에게 이번 대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을 자랑하지만, 자국에서 우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64년 만의 자국 우승'이 몇 년간 침체에 빠져 허우적대던 경제를 부흥하고, 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세간에서는 이번 대회를 '역사상 최악의 대회'로 전망하고 있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도 각 경기장 공사 진척률은 절반에 그치고, 도로 및 교통 시스템 정비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느냐다. 해외 언론들은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마약과 폭력, 총기사용 문제로 인한 고질적인 치안 불안"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거기에 브라질 현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시민들의 시위가 빈번한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호세프 대통령은 "치안력을 총동원할 예정이니 안전을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월드컵 효과'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돈 오가는 잔치

월드컵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로 엄청난 돈이 몰리는 대회다. 일단,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내건 상금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FIFA에 따르면 브라질월드컵의 총상금은 5억7,600만달러(6,096억원)다. 2010 남아공월드컵의 총상금이 4억2,000만달러(4,445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무려 1억5,600만달러(1,651억원)나 늘어났다.

월드컵은 본선 참가만으로 의의가 깊은 대회지만, 돈과 명예가 동시에 따라온다. 이번 대회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은 32강 조별리그 단계에서 출전수당 800만달러(85억원)를 지급한다. 준비비 150만달러(16억원)는 별도로 준다. 16강 토너먼트에 오르면 900만달러(95억원), 8강에 진출하면 1,400만 달러(148억원)를 받는다.

성적이 좋아지면, 받는 상금도 눈에 띄게 불어난다. 4강에 오르면서부터는 대접이 달라진다. 조별리그에 비해 상금이 2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4강에 오른 팀이 겨뤄 순위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 받는 상금의 액수도 달라진다. 4위는 2,000만달러(211억원), 3위는 2,200만달러(232억원), 2위는 2,500만달러(264억원)를 받는다. 영광의 1위인 우승국은 3,500만달러(370억원)로 준우승국보다 1,000만달러(105억원)를 더 거머쥐게 된다.

상상 초월하는'월드컵 효과'

개최국으로서 브라질이 얻게 될 혜택도 크다. '언스트앤영'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로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를 약 520억달러(약56조원)로 추산했다. 브라질정부도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브라질관광공사는 월드컵 기간 동안 약 360만명의 관광객이 브라질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서 파생하는 관광수입만 110억달러(약11조2,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도 '월드컵 효과'를 노린다. 기업들은 월드컵 기간에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선수단 협찬뿐 아니라 제품 마케팅에도 열성적이다. 광고시장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월드컵은 지구촌 곳곳에 TV로 중계되는데, 올림픽보다 광고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2002년과 2010년의 추억

이쯤 되면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을 비롯해 각국이 혈투를 벌이는 이유를 알 법도 하다. 명예와 돈을 한번에 쥘 수 있는 기회이니 좋은 성적을 갈망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들만 기회를 갖는 건 아니다. 개최국도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대회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직접적인 마케팅 효과뿐 아니라 국가브랜드나 지위가 향상될 수 있는 '무형의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개최 효과'를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경험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2한일월드컵 당시 1조825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5조3,357억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대회 한달 간 관람객이 총 350만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면서 만들어낸 국가브랜드와 기업이미지 상승 효과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비 진작 등으로 전국적인 생산유발효과가 11조4,797억원, 고용효과가 35만명 등이다.

개최국으로서 '달콤한 열매'를 맛본 우리나라가 '승리의 열매'를 맛본 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해 개인당 약 1억7,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16강 진출로 인한 경제 효과도 상당했다. 2010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조사한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10조 2,000억원이었다. 월드컵 관련 상품 수출과 매출 증가 등 직접적인 부분이 3조 7,000억원, 국가 브랜드 제고와 관련 기업 이미지 상승 등 간접적 효과가 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의 한국선수단 선전으로 인한 경제효과 6조원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정치권도 영향받는다

수많은 스포츠 이벤트 중 유독 월드컵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축구는 전세계에서 단일종목으로선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축구는 90분간 11명의 선수들이 거친 몸싸움과 환상적인 개인기, 팀워크를 보여주면서 팀 대결을 펼치는 경기다. 응원을 하는 관람객들은 자연스레 문화적, 정치적, 지역적 감성을 공유하게 되고, 월드컵과 같은 국가간 팀 대항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전국민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이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붉은악마'의 열정적 거리응원이나 한국대표팀을 '태극전사'로 지칭하는 것만 보더라도 축구가 갖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축구가 국가적인 스포츠인 만큼 정치권의 관심도 크다. 과거 수많은 독재자들이 자신의 실정을 감추거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축구를 이용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1934이탈리아월드컵에서 개최국인 이탈리아는 첫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무솔리니의 영향으로 인해 편파 판정이 난무한 월드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978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는 독재자 호르헤 비델라가 월드컵 유치에 앞장선 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 편파 판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비델라는 아르헨티나와 페루의 경기를 앞두고 페루에게 '부채 5,000만 달러를 탕감해 주겠다'는 뒷거래를 해 파문이 일었다.

축구에 대한 정치적 관심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 축구는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축구의 인기를 정치권이 제대로 체감한건 2002한일월드컵때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았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대표팀의 4강 진출 등에 힘입어 정치인으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이에 힘입어 대선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브라질월드컵은 장밋빛?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길어지자 여러 나라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포츠 이벤트를 선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있고 2017 U-20 청소년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각국은 경기장을 짓는 등 시설 투자는 물론 유치를 위한 로비에 상당한 돈을 쏟아붓는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이벤트로 인한 경제 효과는 독점적인 후원 계약을 맺은 일부 다국적 기업이나 중계권을 독점한 방송사의 배를 불릴 뿐 실직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 이벤트를 거두는 효과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심각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투자하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데 대한 자국민의 불만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브라질에서는 월드컵효과를 두고 벌써부터 이견이 분분하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으로 인해 거둘 천문학적인 경제효과와 정치적 안정 등 사회적 효과를 자신하고 있다. 축구 강국 브라질이 자국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경우 국민들의 정권을 향한 부정적 시선도 누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은 올 하반기에 있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초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월드컵이 브라질의 국가 및 기업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월드컵 특수로 혜택이 예상되는 부분은 한정적"이라며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111억달러(약11조3,360억원)에 그쳐 2조2,000억달러(2,252조8000억원)에 이르는 브라질 전체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드컵 개최가 브라질 정부에 호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는 "월드컵은 대선을 앞둔 호세프에겐 지뢰밭"이라면서 "호세프에게 최선은 브라질대표팀이 선전해 월드컵 개최를 둘러싼 불만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고 최악은 브라질팀이 초반에 탈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