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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울리는 알뜰폰 사연 들어보니

"SKT인줄 알았는데 SKT 아니네요"
SK텔링크, SK텔레콤 앞세워 영업?
알뜰폰 구입한 소비자인 노년층은 정보 부족해 '유사 상호' 혼동 피해
시민단체 "불공정 영업 방식" 비판
부담스러운 통신비를 줄일 순 없을까? 최근 통계청의 '2014년 1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는 가구당 월평균 15만9,400원이다. OECD 각 나라의 가구당 통신비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일본, 멕시코를 제치고 가장 비싸다. 통신비가 비싼 이유 중 하나는 '공룡'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가 알뜰폰인데, 최근 공룡들의 교묘한 횡포로 알뜰폰 업계가 침울하다.

"같은 SK라고 생각했는데…"

주부 윤은화(가명ㆍ59)씨는 2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윤씨의 통신비는 기본요금 3만4,000원에 단말기 할부요금 1만원. 부가세를 더하면 월 5만원에 가까운 요금지만 몇 가지 혜택을 받아 월 4만원이 조금 넘는 요금을 내고 있다. 윤씨는 평소 데이터 이용이나 통화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어서 요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윤씨는 얼마 전 통신비를 줄일 요량으로 TV홈쇼핑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그가 구입한 건 SK텔링크의 알뜰폰. 홈쇼핑에서는 월 기본요금 2만3,000원짜리 상품을 사용하면 신형 스마트폰 기기를 주는데다가 각종 혜택을 더해준다고 설명했고, 윤씨는 월 3만원 가량의 요금을 내면 될 것으로 계산했다.

그런데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SK텔레콤과 SK텔링크가 전혀 다른 회사라는 걸 알지 못한 것이다. 윤씨는 홈쇼핑을 30여분 가까이 시청하면서 요금을 따져 보았지만, SK텔링크가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별도의 통신사업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윤씨는 "SK텔레콤 장기 가입자로 누려온 혜택이 사라진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면서 "내가 몰랐던 일이니 누굴 탓할 순 없지만 로고도 비슷하고 이름도 비슷해 구분하기가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윤씨는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혜택이나 장기고객 할인, 가족간 할인 혜택 등을 받지 못하게 돼 결과적으로 통신비를 절감하지 못했다.

유사 상호로 혼동 우려

윤씨처럼 휴대전화 관련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이 알뜰폰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알뜰폰의 주 소비층이 통화나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노인이나 학생, 주부지만 정작 이들에게 정보가 덜 제공돼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보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SK텔링크 업체 관련 상담건수는 총 409건이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 175건(42.8%), 유사 상호와 관련 피해104건(25.4%), 청약철회 40건(9.8%) 계약해지/해제 18건(4.4%), 명의도용 11건(2.7%), 기타 61건(14.9%) 순이다.

SK텔링크의 피해 사례 중 주목할 부분은 '유사 상호'다. 상대적으로 휴대전화 이용에 관심이 없을 경우 윤씨처럼 SK텔레콤과 SK텔링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간소비자단체에 접수된 피해 사례 97건 중 50-60대 상담건수가 49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노인들의 경우 피해를 입고도 피해 구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접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SK텔링크가 대놓고 '유사 마케팅'을 펼쳤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SK텔링크 상담원이 SK텔레콤이라고 하거나 SK라고만 소개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면서 "SK텔레콤 장기 고객이기에 서비스 차원에서 공짜로 휴대폰을 준다고 하는 등 구매를 부추겼지만, 청구된 요금을 확인해보니 매달 1만1,800원의 할부금이 청구됐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알뜰폰 시장도 장악?

왜 헛갈리는 상호가 이동통신 시장에 등장하게 된 걸까. 문제는 중소업체가 터를 닦아 놓은 알뜰폰 시장에 이동통신사들이 뛰어들면서 불거졌다. 이동통신사들이 기존의 상호와 비슷한 자회사들을 진출시키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다.

2011년 7월, 중소업체들이 이동통신사의 망을 대여해 저렴한 요금의 상품을 제공하는 알뜰폰이 등장했다. 지난달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300여만명.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500만명 중 5.45%를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는 2012년 1월에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KT는 KTis, LG유플러스는 미디어로그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당장 SK텔레콤이 순환영업정지 기간 중 SK텔링크를 활용해 가입자를 유치했을 뿐 아니라 SK텔레콤과 함께 텔레마케팅을 이용해 불법·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링크 측은 "본사 지원 때문에 가입자가 늘어난 게 아니라 홈쇼핑 판매 등으로 가입자가 늘었다"면서 "SK텔레콤과 텔레마케팅 정보 공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사들의 알뜰폰 시장 장악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당장은 경쟁이 과열돼 가격이 저렴해지겠지만, 멀리 보면 이동통신사들이 망을 독과점하는 일이 재연돼 통신비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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