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심층분석] 유병언 도피 행각에 검경수사 헛발질

유씨 소재 파악 못해… 밀항 우려
유씨 국내 있다 없다 못 밝혀… 유씨 측근 이용 교란작전
유씨 도피 장기화에 검찰ㆍ경찰 수뇌부 책임론 대두
  • 관피아 척결에 나선 검찰이 지난달 28일대전 한국철도시설공단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공단 1층 로비모습. 연합뉴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행각이 장기화되면서 수사당국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유씨의 행방을 둘러싼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씨가 비상시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비밀 아지트에 은신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유씨가 이미 밀항선을 탔을 가능성이 크며 국제 수사 공조를 피하기 위해 밀항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단 검찰은 유씨가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겹겹이 쳐진 검경의 해변ㆍ해상 포위망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씨의 도피가 장기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행방조차 파악되지 않음에 따라 검경 내부에서도 밀항가능성에 조금씩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또 유씨를 사실상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수사라인 교체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 지도부에 대한 경질 요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사정기관 인사가 단행될 수도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유씨 증발, 아직 국내 있나

최근 유씨에 대한 2개월짜리 구속영장 시한이 20여일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 기한 내에 유씨를 체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검경 내부에서조차 20여일 안에 유씨를 체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매우 드물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지 40일이 다 돼가는 동안 검찰은 유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그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하는데 그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이 유씨의 소재와 관련해 한결같이 함구하거나 거짓정보를 흘려 검찰은 유씨의 구체적인 소재를 파악하는데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구체적인 은신처를 추정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찰 주변에서는 유씨가 해안지방의 해안가 주변에 은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감시가 삼엄하다는 이유로 다른 의견도 제기된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유씨의 도피행각과 관련해 “현재 목포ㆍ해남ㆍ군산 등을 중심으로 밀항 루트를 차단하고 은신처를 찾기 위해 이 지역 주변을 이 잡듯 수색하고 있다”며 “그러나 도서지역으로 피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서해안 도서지역으로 피신했다면 유씨를 찾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유씨의 밀항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선박 수색에 집중했기 때문에 유씨가 교란작전을 구사하며 국내 도서지역을 오가는 선박에 몸을 실었을 수도 있다. 수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씨가 무인도 등 서해안 도서지역에 숨어들었을 경우 유씨 검거에 적어도 수개월이 더 필요하다. 일부에서 제기된 것처럼 유씨가 무인도에 마련된 특수시설에 은신했다면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는 “필리핀도 우리나라처럼 수천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나라의 경우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무인도 등 섬으로 숨어들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며 “서해안 역시 수백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범죄자들이 은신처로 선호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찾기도 힘들다. 서해 섬에서 염전 노예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초조해진 수사본부 불안감 확산

경찰에 따르면 해남에서 유씨 측근들의 동선이 포착되기도 했다. 유씨 측근이 “큰 배를 빌릴 수 있느냐”는 문의를 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는 것이다. 또 수사 당국은 유씨 측근 소유 차량이 지난달 말 전남 영암ㆍ해남ㆍ무안 일대를 돌아다닌 것을 확인했다. 유씨 핵심 측근 명의의 승합차량이 이달 초 해남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은 유씨가 해안과 가까운 지역에 있기 때문에 그 측근들의 움직임이 해당 지역 일대에서 포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목포ㆍ해남 인근의 구원파 신도 집 등에 은신하고 있으며 잠시라도 감시망이 뚫릴 때 재빨리 밀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해운사업을 장기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재 파악한 바에 따르면 밀항을 위해 필요한 인맥을 적지 않게 확보하고 있다. 더구나 구원파 신도 가운데 어선을 보유한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유씨가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밀항’ 때문이다. 그가 바닷가 지역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 때문”이라며 “해남의 경우 매일 수백 척의 배가 드나들고, 주변에 인적이 드문 섬과 크고 작은 항구가 많아 눈에 띄지 않게 배에 올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근 완도와 무안에 유씨의 연고지와 구원파 계열의 영농조합이 분포해 있어 이 지역 부근에 유씨의 은신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검찰은 유씨 측근들을 줄줄이 심문하고 있지만 유씨 행방과 관련된 진술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검찰 경찰의 정보와 수사능력 부재를 질타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사팀뿐만 아니라 검찰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경은 해남군 마산면에 있는 구원파 영농조합을 압수수색하면서 신도 4명을 연행했지만, 이들에게서도 별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 수사 초기 주변 수사에 집중하다 유씨 일가가 도피할 시간을 줬을 뿐 아니라 검거작전에서도 경찰과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을 보여 지도부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최재경 인천지검장뿐 아니라 김진태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에 대해서도 수사 장기화에 따른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편 군산에서 유씨가 목격했다는 제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서해를 통한 밀항을 시도할 경우 군산의 최적의 장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산은 지형적으로 중국과 뱃길로 가장 가깝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초 4조원 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은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 충남 태안에서 중국 다롄으로 밀항에 성공한 전력이 있어 더욱 그렇다.

2011년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북 김제 ‘마늘밭 110억원 사건’의 주범인 이모씨도 서해를 통해 중국으로 밀항한 것으로 경찰을 추측하고 있다. 경찰이 이씨의 출입국 기록을 뒤졌지만 해외로 출국한 기록은 없었지만, 중국 현지에서 국내 가족들과 수시로 국제 전화를 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철피아 수사 가속도… 공단 반발


● 검찰 철도마피아 수사 용두사미 우려

윤지환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주와 잇따른 총리 후보자 낙마 등 어수선한 정국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철피아(철도+마피아)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하청업체 그리고 감사원 등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철도 마피아'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감사원 감사관 김모씨를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기관급 기술직 감사관인 김씨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각종 사업을 감사하면서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AVT에 유리한 감사결과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김씨의 자택에서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AVT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철도 관련 감사업무를 맡으면서 AVT를 비롯한 납품업체들과 감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철피아의 숨통을 조이고 들어가자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새벽 6시7분께 소환조사를 받은 한국철도시설공단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에 따르면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 대청댐 주차장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 정보통신처 이모(51) 부장이 자신의 차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부장은 광동영상 장비 구매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으며, 납품업체로 부터 수년동안 차량 2대와 휴대전화 등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 부장은 A4 용지에 쓴 유서에서 '가족에게 미안하다. 모든 걸 짊어지고 가겠다. 검찰이 더 큰 걸 원하는 것 같다'는 내용을 남겼다. 유서 내용이 일부 드러나면서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의욕만 앞서 무리하게 수사를 한 것 아니냐"며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전지검은 지난 11일 이 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으며, 혐의 사실을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강압수사 등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장의 자살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사는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철피아 수사를 두고 야권에서는 "철피아 수사의 핵심은 철도시설공단"이라며 "검찰 수사가 몸통으로 향하지 않고 깃털만 계속 건드리는 모양새"라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또 사정기관에 철피아 비리를 제보한 업계의 한 관계자도 수사와 관련해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철피아의 정ㆍ관계 유착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고 철피아의 인맥은 현 집권여당까지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제대로 된 결말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현재 검찰 수사의 흐름을 보면 철피아 비리 핵심인 공단으로 향하지 못하고 주위만 겉도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은 외부에 "검찰이 철피아 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문제될 것 없다"며 "철피아 문제는 공단과 관계없이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철도시설공단은 자사와 관련해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등에 결백을 주장하면서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허위사실이라며 고소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도시설공단의 이 같은 모습에 "이번 검찰 수사로 철피아를 척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철피아의 방어벽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향후 검찰 수사가 몸통을 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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