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임 병장은 왜 동료에게 총을 겨눴나

軍 부조리 임 병장 '잠재 분노' 건드려
사고유발 고위험자 방치… 대형사고 내
'집단 따돌림' 가능성… 극단적 행동 단초
  • 국군 강릉병원으로 이송되는 임병장. 연합뉴스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가져온 가운데 가해자인 임모(22) 병장의 범행동기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임 병장 또한 범행동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데다 피해 병사들의 유족마저 임 병사의 유서(메모) 공개를 반대해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임 병장의 입대 전후 생활과 군 관계자의 증언, 임 병장의 메모 내용 등이 알려지면서 '범행동기'의 가닥이 잡히고 있다. 군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도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군과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임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곳은 강원도 동부전선 55연대 GOP의 13소초. 지난 6월21일 오후 8시 부대 삼거리에서 수류탄을 투척하고 K2소총으로 사격을 가한 뒤 곧바로 생활관(내무반)으로 이동해 동료 사병들을 향해 2차 사격을 하였다. 이 사고로 병사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임 병장은 부대를 이탈해 도주를 하다 군에 포위되자 23일 소지했던 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검거됐다.

임병장은 2012년 12월에 입대해 제대를 불과 3개월 앞둔 '말년 병장'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임 병장을 설득하던 부친은 임 병장이 휴가를 마치면 한달 남짓해 제대하는데 왜 엄청난 사건을 일으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떨어지는 낙엽도 피한다'는 말년의 임병장이 전역까지 몇 개월을 참지 못하고 수류탄과 소총으로 동료들을 살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임 병장이 자살 직전 남긴 메모와 그가 근무하던 부대의 내부 문서는 이번 사건이 임 병장 개인의 병력보다 이런 사병에 대한 관리 소홀과 부대내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임을 증거한다.

A급 관심병사 관리 소홀

임 병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위험행위를 언제든지 일으킬 수 있는 '관심병사'였다. 그것도 특별관리가 필요한 'A등급'에 해당하는.

국방부는 군 생활 적응이 힘들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병을 '관심병사'로 분류해 특별관리하는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2005년 경기도 연천군 전방초소(GP) 총기난사 사고를 계기로 도입했다.

A등급은 자살계획ㆍ시도자, 사고유발 고위험이 있는 사병으로 특별관리 대상이며 GOP 근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병사 약 47만명 중 A급 관심병사는 약 1만7,000명(3.6%)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임병장은 입대 전 학생 때부터 심리상태에 이상을 보여 2012년 입대해서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근무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재검사에서 한단계 낮은 B급 판정을 받았다. B등급 사병은 자살위험이나 결손가정ㆍ경제적 빈곤자, 성격 장애 등으로 인해 중점관리 대상이며 GOP 근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A급 관심병사이던 임 병장을 B급 병사로 판단해 GOP 근무에 투입했고, 이번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리 소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 25일 KBS가 입수해 보도한 임 병장의 군 부대 내부문건을 통해서도 상당 부분 드러났다. 이날 KBS의'"관심 병사 파악 미흡" 두 달 전 소대장 해임'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임 병장이 속한 13소초 소대장 문 모 중위가 갑자기 보직 해임됐다. 군 내부 문서에는 소대장이 '관심 병사에 대한 신상 파악이 미흡하다', '폭언과 욕설 등 소초 내 부조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관심 병사에 대한 신상 파악이 미흡하다'부분이다. 당시 B급 '관심병사'는 13소초에만 모두 4명으로 임 병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임 병장은 지난해 8월 군소속 전문 상담관을 만나 상담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임 병장은 "부담감을 느끼"고 "화가 나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상담 결과에도 군은 두 달여 뒤 다시 인성검사를 실시해 특이사항이 없다며 임 병장을 관심 A급에서 B급으로 낮춰 GOP 경계근무에 투입했다.

KBS 보도를 종합하면 임 병장은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오히려 군은 그를 관심A급에서 B급으로 낮춰 GOP에 투입하는 등 관리감독에 소홀했고, 결국 이번 총기난사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왕따'극단적 범행 원인 추정

이번 사건에서 임 병장이 수류탄과 총기로 동료 사병을 살상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에 대해 임 병장이 입을 다물고 있어 구체적인 범행동기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메모나 앞서 군 내부문건에 따르면 부대 내 '집단 따돌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임 병장은 자살 직전 남긴 메모에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나 같은 상황이었으면 누구라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동료와 부대생활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임 병장이 집단따돌림이나 계급(기수)열외 등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불만으로 극단적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군 내부문건에 소대장이 '폭언과 욕설 등 소초 내 부조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부분에서도 추론된다.

또한 임 병장 소속 부대의 장병들은 "임 병장이 자주 열외됐다. 선ㆍ후임병에게 인정을 못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부대 내 잔존해 있던 병영 부조리가 이번 사건을 촉발한 요인의 하나로 추정된다. 특히 임 병장의 소속 부대에서 폭언과 욕설이 존재했던 사실을 군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임 병장에 대한 사법처리와 함께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등 지휘계선 상의 지휘관들도 문책을 받은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임 병장의 사법처리와 관련, 군형법상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중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군형법 제53조 '상관살해'는 "상관을 살해한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임 병장이 살해한 동료 중에는 상관인 김모 하사가 포함돼 있다.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장병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격을 가해 살해했기 때문에 군형법 제59조 '초병 살해 및 초병 살해 미수 혐의'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임 병장이 도주 과정에서 추격조 소대장에게도 총상을 입힌 만큼 '상관 살해 미수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임 병장이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군형법의 법정 최고형은 '사형'이지만,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사실상 '무기징역'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05년 6월 경기도 연천 중부전선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고(8명 사망, 2명 중상)를 일으킨 김모 일병과 2011년 7월 강화도 해안초소에서 발생한 총기사고(4명 사망)의 범인 김모 상병은 각각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아직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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