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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사태'로 본 아파트관리비 비리 실태

아파트관리비 연간 12조원… 금품수수ㆍ횡령 등 잇따라
송주열 "아파트 비리 척결하는 공동주택관리청 만들어야"
배우 김부선(53)씨가 연루된 폭행 사건으로 인해 아파트관리비 비리 실태에 아파트 거주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 12일 오후 9시30분께 성동구의 한 아파트 반상회에서 난방비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주민 A씨의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찬 혐의로 신고를 받았다. 김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A(50)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열린 반상회 도중 김씨가 자신의 얼굴을 세 차례 때리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이 반상회 안건인 개별난방에 관해서만 토론하자고 건의하자 김씨가 자기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욕하며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씨는 14일 오후 페이스북에 “전 부녀회장(A씨)이 먼저 폭언과 폭행을 했다. 협박과 허위사실 유포, 게다가 명예훼손까지 했다. 나도 진단서 나왔다. 증인들도 넘친다”는 글과 함께 상처 부위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김씨는 “이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난방 비리를 공개했다. 그는 2007~2011년 서울시 감사 결과 총 536가구 중 300건은 난방비가 제로, 2,400건은 9만원 미만이라고 했다. 김씨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지난 17년간 난방비 한 푼 안 냈다”면서 “거기엔 동 대표도 있고 아파트 선관위원장도 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저명한 인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만원의 관리비가 나와야 정상인 집에서 150원, 300원, 몇 만원 밖에 내지 않는 것이 말이 되나. ‘해외여행을 가 있었다’ ‘실제로 살지 않는 집이다’라고 해명을 하고 있다는데 가진 사람들, 있는 사람들이 쓴 만큼도 내지 않고 자신보다 낮은 사람들의 약점을 잡아 오히려 협박하는 실정”이라고 아파트관리비 비리 실태를 고발했다.

김씨가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아파트관리비 비리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수년간 고군분투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를 대하는 네티즌들의 눈이 바뀌고 있다. 폭행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지만 지금은 “김부선을 지지한다”는 응원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반전한 건 아파트관리비 비리 문제에 상당수 네티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총 1,332만 가구 중 아파트는 863만 가구로 64.7%(2012년 말 기준)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관리비 또한 어마어마하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 해에 걷히는 관리비가 무려 12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관리비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약 5개월간 아파트 관리 비리 164건을 수사해 5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581명을 검거한 바 있다.

유형별로 비리 행태를 살펴보면 입주자대표 등이 아파트 공사 관련업체 등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가 45%(260명)로 가장 많았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이 도장공사업체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관리소장이 엘리베이터 유지보수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 관리소 직원이 하자보수공사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사례 등이 적발됐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관리비를 빼돌리는 횡령 행위가 39%(228명)로 그 뒤를 이었다. 아파트 자치회 총무가 개인적인 용도로 관리비를 사용하는 사례, 관리소장이 장기수선충당금을 딴 곳에 사용하는 사례,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이 카드연체금을 갚는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례, 부녀회장이 다른 용도로 임의 사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밖에 입주자대표회장 등이 공사금액을 부풀려 신청해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편취하거나 관리소장이 허위견적서를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편취하는 사례, 동대표 등이 개인변호사비를 관리비로 지급하는 행위도 있었다.

그렇다면 관리비 비리는 누가 가장 많이 저질렀을까? 공사업체 선정 등 권한이 집중돼 있는 입주자대표회장ㆍ동대표가 41%(237명)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관리소장ㆍ직원 등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28%(162명)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처럼 아파트 비리가 끊이질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입주자대표회의에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장ㆍ동대표 등으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비집행 승인, 각종 공사업체 선정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관리비 등 집행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한 것도 비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관리비 등 집행 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입주민과 마찰을 빚은 경우도 많았다. 아파트 관리에 대한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감사 기능도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부선씨와는 달리 입주민들이 관리비 문제 등에 무관심한 것도 비리를 키우는 요소다. 상당수 입주민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인 동대표의 경우 입후보자가 많지 않아 선출이 어렵다. 이에 따라 소수 동대표 등이 아파트 관련 공사나 용역을 부당하게 결정하는 악순환이 반복하고 있다.

송주열 아파트비리척결운동본부 회장은 “김부선씨 사건은 약과”라며 “입주자대표와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 머리가 한 주먹씩 빠져 경찰이 출동하는 것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비 문제를 놓고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입주자대표가 진단서를 끊어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찰이 사건에 개입하면 귀찮은 문제에 휘말리기 싫은 주민이 관리비 문제에 관심을 끊는다는 것. 송 회장은 “사람들이 떠나도록 (입주자대표 측이) 상황을 그렇게 만드는 거다. 그러다 보면 겨우 몇 명만 남아 비대위를 꾸리게 된다. 정치판과 똑같다. 지치도록 놔두는 거다”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우리나라 법체계상 아파트는 사유재산이다. 입법하지 않고 방치하다 보니 주민들 간에 다툼이 많이 생기고 이웃 간 화합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개입해 한국 실정에 맞는 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동주택관리청 같은 걸 만들어 공공주택에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동주택관리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시정을 명령할 수 있고 시정하지 않으면 과태료나 벌금, 관리소장 한 달 자격정지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시정명령밖에 할 수 없는데 지자체가 감사하면 뭐하나. 비리를 저지른 관리소장을 퇴출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사법경찰권을 가진 공무원들이 잘못한 사람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그러면 무서워서라도 절대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장ㆍ동대표의 장기 재임을 방지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아파트 관련 공사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해 공사를 시행하도록 해야 아파트관리비와 관련한 비리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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