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안대화 무엇? 자살 동기 오리무중타살 혐의 없어 서둘러 수사 종결두 사람 평판 좋아… 교제 사실 몰라인턴 과정 때 "서로 친했다" 증언도차 안 대화 자살의 직접적 동기 추정대화 내용은 안 알려져… 입장차 시각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두 명의 의사가 12시간 간격으로 사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대전 경찰과 세종 경찰은 각각의 사건을 타살 혐의가 없는 자살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으나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과 자살 이유를 두고 병원 안팎에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께 대전 소재 모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 A씨(27ㆍ여)가 해당 병원의 주차장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했다. A씨는 해당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부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내 블랙박스를 확보, 분석을 통해 A씨가 3층 높이의 주차장 난간에서 스스로 투신했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은 또 주차장 내 폐쇄회로(CC) TV에서 A씨가 자살 시도 직전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과전문의 B(33)씨와 차량 안에 함께 있었던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에서 두 사람은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B씨에게 A씨의 추락사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참고인 출석을 요청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에 의하면 B씨는 출석 요청을 받은 직후부터 연락이 두절돼 병원 간부들이 밤늦게까지 남아 B씨의 행방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세종경찰서 관계자에 의하면 이 시각 B씨는 당직근무를 하기 위해 해당 병원의 세종분원으로 갔다. 분원에 도착한 B씨는 "몸이 좋지 않다"며 동료와 당직을 바꾸고 병원 주차장으로 갔다.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께 자동차 바로 옆에서 차문이 열려 있는 상태로 B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해당 병원 응급구조사가 발견했다. 병원 측은 B씨를 유성의 한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으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망했다.

차 안에선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와 염화칼륨을 담았던 것으로 보이는 빈 주사기, 소주병 2개와 맥주 캔이 발견됐다. 염화칼륨은 인체 전해질 교정용으로 쓰이나 과량을 쓰면 심장박동이 정지된다.

대전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B씨가 자살 시도 당시 A씨의 죽음을 알고 있었고 경찰로부터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 등은 A씨의 죽음이 B씨의 심경에 영향을 미쳐 자살을 결행하게 했던 것으로 보았다.

경찰은 당초 두 사건이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유족과 병원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타살 혐의가 없는 자살로 결론을 내린 후 수사 결과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한 사업자는 "병원에선 쉬쉬하면서 외부에 아무 말도 안 한다"며 "병원서도 많이들 놀란 것 같다"고 병원 분위기를 전했다.

병원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소속 과는 다르지만 평소에 서로 잘 알던 사이라고 한다. A씨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해당 병원에서 인턴을 마친 후 레지던트 1년차로 근무 중이었다. B씨는 해당 대학병원의 의대를 졸업한 외과전문의로 평범한 가장이었다.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한 관계자는 "교수들에게 들으니 A씨는 인턴과정 때 열심히 잘했다고 하더라"며 "병원에서도 자기의 일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병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B씨는 교수를 바라볼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고 평판이 좋았다"며 "자기 관리가 철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알았다고 한다. 한 전문의는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무척 놀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 때 병원 실습을 나와서 처음 알게 됐을 수도 있고 인턴 때 로테이션을 돌면서 외과에 갔을 때 서로 친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학부를 졸업한 것으로 볼 때 학생 때부터 알았던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또 "함께 차 안에서 얘기하다가 A씨가 나와서 갑자기 뛰어내린 것으로 봐선 둘이 다퉜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 와선 아무도 모른다. 그 두 사람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나? 둘 사이의 구체적인 사정은 가까이서 근무했던 주변 사람들도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 병원 관계자들은 두 사람 사이에 다툴 만한 사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어떤 징조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이 더욱 놀랍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에 두 사람이 언제부터 알았고 얼마나 깊은 사이였는지, 특히 사건 당일 차 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A씨가 대화 중 차 밖으로 나가 투신한 것이나 자기 관리에 철저한 B씨가 자결한 것에 비춰 A씨의 요구를 B씨가 거절하자 A씨가 자살하고 이에 따른 죄책감과 경찰의 조사로 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한 B씨가 극단의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연이은 자살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왜 죽었느냐는 특별히 더 파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탐문조사를 했으나 자세한 내용을 알려줄 순 없다. 타살 흔적이 없기 때문에 수사를 종료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신상미기자 frontpage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