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ㆍ거짓으로 농림부 판단 흐렸다"시민단체와 용산주민대책위, 한국마사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주민과 의회 의원들 "이전 사실 몰랐다"용산 화상경마장 마사회의 핵심 수입원 시범운영 중단 "평가위원회 결과 수용"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마사회 용산 화상경마장 전경. 주간한국 자료
한국마사회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용산역 인근의 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을 주변 학교와 아파트, 주택가 일대로 확장 이전 작업을 추진하다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민단체와 주민대책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한 때문이다.

마사회가 허위 이전 승인 신청서로 농림부의 잘못된 판단을 이끌어 냈다는 게 고발인들의 주장. 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주간한국>이 입수한 고발장을 토대로 마사회가 추진하는 용산 화상경마장 확장 이전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인근에 유치원, 초ㆍ중ㆍ고 6곳

참여연대와 용산주민대책위는 최근 마사회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이들은 "마사회가 2010년 2월 말 농림부에 제출한 용산화상경마장 이전 승인 신청서에 허위와 거짓으로 가득한 내용을 담아 농림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행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에게 오인이나 착각, 알지 못하게 하고 이를 이용함으로써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에 관해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하는 경우 성립된다.

그렇다면 마사회가 농림부의 잘못된 결론을 유도했다는 근거는 뭘까. <주간한국>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마사회는 신청서에 반경 200m 이내에 교육시설이 없어 학교환경정화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과 235m 거리의 성심여중ㆍ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가 신청서에 첨부한 주변 지도 2건에 용산전자상가와 용산빗물펌프장, 주차장ㆍ아파트 등의 명칭을 적시한 반면, 성심여ㆍ고는 따로 적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학교의 존재를 누락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이 학교 경계선 200m 밖에 있어 학교보건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발인들은 "이 지역은 성심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불과 235m에 위치할 뿐 아니라 500m 내에 6개의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원 가능성 인지 후 "개연성 없다"

마사회는 또 신청서를 통해 해당 지역이 잡음 없이 이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동일 지역 내 이전이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동의서가 필요하지 않다', '신축·이전 장소 주변은 전자상가 등 일반상업지역으로 민원 발생 개연성이 없다' 등을 들었다.

그러나 고발인들은 마사회가 민원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사회가 ▦지자체 재정 기여 ▦현지인 우선 채용 ▦레저·문화공간 무료 개방 등 구체적인 지역 민원을 해소 예방 대책을 세우고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발장에서 고발인들은 면적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장하고 주민 생활권 방향으로 이전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2008년 도박중독유병률이 79.6%로 높은 화상경마장을 축소하고 외곽으로 이전하라는 원칙을 세운바 있다.

고발인들은 "화상경마장 확장이전 추진이 강행될 경우 전국 30곳의 화상경마장 주변이 증명하듯 도박꾼들이 거리를 휩쓸고 불법 유흥업소가 난립할 것"이라며 "교육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될 뿐 아니라 학생들이 각종 범죄에 노출될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확장 이전 강행한 배경은?

마사회가 처음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을 신청한 건 2010년의 일이다. 실제 부정적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주민들은 물론 용산구 의회 의원들조차 화상경마장 이전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밀실행정의 전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화상경마장 이전이 알려진 건 지난해 5월 용산구 의회 의원들을 통해서다. 이후 이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 등을 중심으로 주민대책위가 구성됐다. 주민대책위는 이 시기 제1차 회의가 개최된 이래 현재까지 이전 반대를 외치며 마사회와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6월 "주민들의 요구가 타당하니 이전을 철회하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용산구의 국회의원·시의원·구의원, 국회 교육문화관광위까지 모두 나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지난 6월부터 10월 초까지 화상경마장 시범운영을 강행해왔다. 마사회가 이처럼 '불도저식'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뭘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마사회의 매출 상당부분을 화상경마장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마사회 연매출 7조8,000억원 중 2조원대의 본장 매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화상경마장에서 나왔다. 특히 용산 화상경마장은 마사회의 핵심 수입원이다. 지난 10년 동안 거둔 매출만 1조2,122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화상경마장의 매출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화상경마장의 마권판매액 비중은 2005년 전체의 68.3%에서 올해 72.1%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용산 화상경마장 운영이 중단될 경우 마사회로선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마사회는 지난 2일 용산 화상경마장의 시범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마사회 관계자는 "시범운영을 중단키로 한 것은 평가위원회의 평가계획과 정부 권고안을 수용한 것"이라며 "평가위원회의 최종 평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사회는 충남 보령지역 화상경마장 유치를 두고서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보령시는 지방세수 확대 등을 위해 대천해수욕장 일대에 마사회의 화상경마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7월 유치신청서를 낸 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도박장 유치철회를 위한 보령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 유치 철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는 10일 보령시청과 동대동 원형광장 일대에서 '화상경마도박장 유치 철회를 위한 보령시민 기자회견 및 궐기대회'를 열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