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항문 봉합으로 뉴트리아 박멸' 실현성 조사하니

네티즌 갑론을박… 방법 내놓은 용환율 서울대연구원 "물의 죄송"
동물보호연대 "동물학대"… 낙동강유역환경청 "고려 안하고 있다"
"농민의 고통 아나" "동물이 무슨 잘못" 네티즌 사이에서도 설전
  •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제공
'뉴트리아를 마취해 항문을 봉합한 뒤 풀어주면 멸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뉴트리아를 마취해 항문을 봉합한 뒤 풀어주면 뉴트리아의 멸종을 유도할 수 있는 걸까?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일으킨 뉴트리아 박멸법을 언론매체에 기고한 용환율 서울대 면역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정리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제안한 뉴트리아 박멸법이 인터넷 등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자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뉴트리아를 마취해 항문을 봉합한 뒤 풀어주면 배변을 못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어린 새끼를 비롯한 동종을 물어 죽이는 카니발리즘을 유도해 뉴트리아의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지난달 한 매체에 기고했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한 동물원의 쥐를 박멸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기고문에서 용 연구원은 "겨울잠 없이 1년 내내 먹는 왕성한 식성을 보이는 뉴트리아는 수면 위로 나온 수풀이 없는 겨울철에 훨씬 더 습지 생태 환경을 초토화한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 수생식물의 뿌리까지 다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골프채로 잡고, 덫으로 잡고, 전파송수신기를 달아 소굴을 찾아내 잡는 방법 등이 동원돼 뉴트리아 섬멸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부분적인 제거 외에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복잡한 굴을 파서 생활하고 번식력이 왕성한 뉴트리아를 한반도 토종생태계에서 축출하기 위해서는 뉴트리아를 이용해 'generation to generation'을 끊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용 연구원의 기고문 내용이 라디오 인터뷰와 언론매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동물자유연대가 홈페이지에 성명을 발표해 "명백한 동물학대행위"라며 반발했다. 생태환경을 보호하려면 인도적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고 동물자유연대는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용 연구원의 기고문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실제로 실현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전문가들도 용 연구원이 글에서 설명한 카니발리즘을 유도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환경부에서도 용 연구원의 방법을 보고 당황할 정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나라 어디에서도 동물을 이 방법(용 연구원이 주장한 방법)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한 사례가 없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포획한 뒤 안락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면서 "환경부에서도 그 방법을 적용했다. 이미 2009년부터 뉴트리아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포획하고 있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여러 마리를 동시에 포획할 수 있는 '인공섬 트랩'을 도입했다"고 했다. '인공 섬 트랩'은 수면에 부표를 이용 인공 섬을 만든 뒤 그 위에 미끼를 이용한 틀을 설치해 뉴트리아를 생포하는 장비다. 그러면서 그는 "생태교란종이라고 해서 동물학대를 해도 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한국 동물보호법은 생태교란종에도 적용된다. 인도적으로 포획해 도살하는 게 실제로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용 연구원과 연락을 해봤나"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의견서를 용 연구원에게 발송했다. 개인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지만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원에서 공식적인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서울대 측은 용 연구원의 기고문은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연구원이 추후 해명 자료를 보내주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뉴트리아 포획을 총괄하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관계자는 "기고문을 봤는데 용 연구원이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뿐"이라며 "우린 그 방법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굴속에 있는 뉴트리아까지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고려하진 않고 있다. 누군가가 (뉴트리아 항문을) 봉합해야 하는데 그런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전문 포획단이 뉴트리아를 잡거나 개인이 뉴트리아를 잡아 왔을 때 2만원을 주는 광역수매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뉴트리아는 생태교란퇴치종이기 때문에 잡고난 뒤 포획틀을 물에 담궈 죽인 뒤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가 2014년부터 '뉴트리아 퇴치 10년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1년에 4,000마리 이상 잡으면 2016년까지 50% 정도가 감소하고 2020년까지 보이는 건 다 퇴치할 수 있다는 게 계획의 골자"라고 했다.

용 연구원 주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네티즌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돈을 주고 뉴트리아를 매입해도 박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가장 현실적인 뉴트리아 박멸책이라며 용 연구원의 주장을 지지했다.

아이디가 '원펀치스컬크러셔'인 네티즌은 "뉴트리아가 받는 고통은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뉴트리아로 인해 피해 받는 농민의 고통은 외면하나? 농민의 생존권이 쥐보다도 못한가?"라고 말했다. '까오까오'는 "피해 받는 농민들의 고통 1%라도 이해를 한다면 동물학대를 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람사는세상'도 "(뉴트리아가) 생태계를 교란시켜 파괴하는데 당연히 없애야 한다"며 용 책임연구원에게 동조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Digital Athenes'는 "물론 해악이 너무 많으니 살처분(?)하는 방안을 세워야겠지만 정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현'은 "돈 된다고 마구 수입해놓고 돈 안 된다고 하천에 버린 무책임한 사람들이 문제지 이 동물들이 무슨 죄인가. 유해동물로 인간 맘대로 지정해놓고 이런 잔인한 짓을 벌여도 된다는 생각 자체가 미개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뉴트리아 이용법을 고민하자고 말했다. '육체안에갇힌영혼'은 "피해 농민들 생각하면 어떻게든 개체 수 조절해야 하는 건 맞는데, 항문을 꿰매 다시 풀어준다는 발상 자체가 약육강식에 근거한 엽기적이고 잔인한 생각 같다"면서 "차라리 뉴트리아를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구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뉴트리아 맛이 오리와 닭고기의 중간 맛이고 상당히 맛있다고 하더라. 뉴트리아를 단번에 덜 고통스럽게 죽여서 그것을 식량으로 잘 활용한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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