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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대북전단 살포

"북한은 스스로 변하지 않아" vs "교류협력이 우선" 대북전단 딜레마
  • 북한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면 남북관계는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풍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제국주의 사상 문화 침투 봉쇄하라" 연일 선전
전문가들, 북한 반응에 '일희일비' 하지 말아야
대북풍선 전단 행사 "언론 비공개로 조용히 해야"
"주민 봉기 위해선 외부 정보 유입 관건"
정치적 문구 바꾸고 北 주민 자존심 상하지 않게 접근해야


대북 풍선 사격,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전말 누설, NLL 침범 등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앞두고 북한 정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때 아닌 '대북전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인간쓰레기들의 삐라 살포 망동에 대한 책임은 남조선 당국에 있다"고 대북전단 살포 주체와 우리 정부를 동시에 비난했다. 23일자 <노동신문>엔 '제국주의 사상 문화 침투를 봉쇄하라'는 사설을 실어 "삐라 중단이냐 전쟁이냐"를 선택하라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북한 정권에게 전단 살포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10일 연천군 고사총 사격 사건 후론 2차 고위급 접촉 무산 가능성뿐 아니라 북한의 무력 재발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을 두고 2차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22일엔 백은종 <서울의 소리> 대표가 이민복, 박상학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국내 대북전단 활동을 주도하는 단체들의 대표들이다.

  • 이민복 대북풍선단 단장이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대북전단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 남북간의 '삐라' 심리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전단 살포로 인해 최근 '남남갈등'이 조장되고 있다. 특히 핵을 갖고 있는 상대와의 관계 악화는 낭패를 가져올 수 있다는 면에서 자제를 요청하는 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단 운동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되고 남북관계의 긴장만을 불러온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전단 날리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은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거세다. 한 탈북자 단체장은 "공개적으로 언론을 불러서 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쇼"라며 "해당 일에 풍향도 모르면서 어떻게 날리나?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단 자체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수령 우상화 교육을 받고 자란 북한주민들에게 전단 문구가 너무 말초적이고 저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반발심과 적개심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유리한 풍향과 풍속을 만나 전단을 띄웠을 때 얼마나 북한주민이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도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 10%도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군의 때 아닌 고사총 사격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와 휴전선 근처 주민의 생존권이 상충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간의 대결로 인한 긴장 국면보다 지속적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포용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변화 끌어내는 도구

기존 북한이탈주민 중 대북전단을 직접 목격했다는 비중이 높지는 않다. 이것은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출신지역이 대부분 북부지역 혹은 국경지역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대북전단이 주로 휴전선 근처에서 멀리 떨어진 곳, 즉 내륙 깊숙이 들어가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수 차례 강경 대응을 하고, 삐라 수거에 북한주민들이 동원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으로 미뤄 볼 때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휴전선 근처에 사는 주민이나 군인이 주웠다고 해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내륙으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 대북전단의 의의를 설명하고 후원을 권유하는 홍보전단과 폴리비닐로 만든 대북전단, 수첩식으로 제작된 대북전단, 이민복 대표가 개발한 전기식 타이머장치 등. 대북풍선단 제공
6ㆍ25 전쟁이 끝난 직후 북한포로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무려 33.1%의 포로들이 삐라에 의해 마음이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ㆍ사회변동이 거의 없는 폐쇄된 북한사회에선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에게 여전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대북 풍선에 전단과 함께 매달아 보내는 DVD 등의 저장매체의 중요성이 최근 커지고 있다.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남한 드라마와 영화의 위력이 대북 전단보다 크기 때문이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을 변화시킬 유일한 변화의 촉진제가 바로 외부정보"라고 전제한 뒤 "풍선이 가는 물리적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DVD의 경우) 국경을 통한 밀반입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 시장 유통망이 있어서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남한의 자유와 인권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식 타이머 개발로 내륙 깊숙이

2004년 남과 북이 상호 비방을 중지하기로 하면서 민간단체들이 대북풍선 활동을 주도했다. 그중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대북풍선단, 대표 이민복)과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북풍선단의 경우 전체 전단량의 90% 이상을 소화하고 있고, 타 단체의 위탁을 받아 함께 전단 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 대북전단 안에 함께 들어가는 라디오.
초기엔 고무풍선 하나에 종이 전단지 하나씩을 묶어서 파주 임진각에서 날려 보내는 등 정치적 이벤트에 가까웠다. 그러다 2005년 이민복 단장이 염화철을 이용한 화학식 타이머장치 대형풍선을 발명하면서 한 번에 수십만 장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후 이 단장의 풍선은 기계식, 전기식으로 업그레이드를 거듭했다. 예약한 시간이 다하면 공중에서 고리가 풀리면서 전단이 뿌려지도록 설계됐다. 타이머도 3~10시간으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대형 풍선은 길이 12m 정도로, 풍선 개당 제작비 10만원에, 전단(8×10.5㎝) 6만장, 7.5㎏을 나를 수 있다.

이 단장은 21일 <주간한국>과 만나 "나도 삐라를 보고 6ㆍ25 남침의 진실을 알았다. 탈북하는데 영향을 줬다고 했다. (호소력 있게) 문구를 쓰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는 "1년 중 8월에 바람이 가장 좋아서 제일 많이 날려 보낸다"며 "기상청 예보를 통해 풍향을 전날 새벽에 확인하고 항상 비공개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비공개로 보내는 것은 북한에게 도발할 빌미를 주지 않고 해당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 단장은 컴퓨터에 연도와 월별로 폴더를 만들고 풍선을 띄우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보관한다. 비공개로 띄우기 때문에 후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꼼꼼히 촬영한다.

정치 메시지 과잉된 문구 수정해야

국내 탈북자단체들은 대북전단을 제작하고 띄워 보내는 비용을 어디서 충당할까. 이를 두고 최근 안팎에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탈북자단체도 여타 시민단체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도 통일부, 안행부, 국무총리실, 미국 국무부, 국립민주주의기금(NED) 등에서 시행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제안서를 낸다. 선정이 되면 국내기관 공모는 연 1,000만~9,000만원 미만, 미국의 경우 평균 30만~40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

  • 1달러 지폐와 라면.
물론 탈북자단체라는 특성상 그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운영방법도 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나 막 입국한 탈북자들이 건네주는 대북 정보를 일본 등 해외 언론사에 넘기고 사례를 받거나 탈북자들을 한국까지 데려오는 비용(1인당 100만원)을 받아 운영에 충당하기도 한다.

미국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숄티와 남신우 북한자유연합 부회장 등 미국 소재 시민활동가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전단을 살포하는 이들도 있다. 종교단체, 실향민 등의 후원도 들어오고 있다. 앞서의 대북풍선단도 주로 개인 후원자로부터 후원을 받아 활동비를 충당한다. 국내 후원자뿐 아니라 멀리 미주, 독일, 노르웨이, 일본 거주 한인들도 후원한다.

이 단장은 "북한정권은 스스로 변화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교류 협력은 별 의미가 없다"며 "북한은 주민의 각성과 봉기로 무너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통제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주민이 스스로 각성하기 어려운 체제"라며 "그래서 대북전단 살포가 중요하다"고 전단 활동의 의의를 부연했다.

앞서의 강 교수는 북한주민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현재의 정치적인 문구를 수정하고 남한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감정적으로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북한 사람들도 드라마, 영화를 보고 남한이 발달됐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정권을 향한 직접적 비난보다 나도 저 나라에 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텍스트가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남한에서 보라고 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정치적 메시지가 과잉돼 있다.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을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단 안 보내고 구호품만 보내기도


"삐라만 뿌리는 게 아니에요"
임진각서 보내는 것 효과 적어…
중국 드나드는 상인 통해 낙하지점 알기도


국내 대북단체들은 대북 풍선 안에 전단뿐 아니라 다양한 구호품도 넣는다. 국내에서 연간 가장 많은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풍선단'의 경우 풍선마다 후원자의 이름을 써넣어준다. 구호품도 후원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하는 대로 넣는다. 기본적으로 볼펜, 라이터, 스카프, 1달러 지폐, 아스피린 등의 약, 라디오, 라면, 쌀 등의 생필품을 넣는다. DVD, 메모리카드, USB 등도 넣는데, 이들 매체 안엔 주로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저장한다.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경우 한국 지폐, 미국 1달러 지폐, 동영상 DVD 등을 넣는다고 알려졌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대표 최우원)은 1달러 지폐, 양말, 라면, 사탕 등을 넣는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는 20개의 국내 탈북ㆍ보수단체의 연합체로 연간 서너 차례에 걸쳐 4만장 내외의 전단을 북한으로 보내고 있다.

국내 8개 탈북ㆍ시민단체가 결집한 '남북보수연합'의 경우 초코파이, 건빵 등 식품만을 보내고 있다. 해당 단체는 "정치적 선전을 담은 전단지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굶주린 북한 주민을 구제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초코파이와 건빵을 약 50개의 풍선에 매달아 총 360~400㎏가량 보낸다. 앞으로 후원이 좀 더 많아지면 미숫가루도 보낼 예정이다.

김성중 자유조선방송(RFC) 국장은 한때 이인복 단장과 함께 약 2년간 대북전단 보내기 활동에 전념했다. 김 국장은 "풍선 하나당 8㎏ 정도의 무게만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단만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존의 언론 보도와는 달리 취재에 응한 단체 중 GPS(위성항법장치)를 풍선과 함께 날려 보낸다고 응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유일하게 앞서의 김성중 국장이 과거에 GPS 송신기를 풍선꾸러미에 넣어 낙하지점을 분석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국장은 "평양으로 보내려면 백령도에서 해야 한다"며 "강화도에서 날리면 개성, 개풍군으로 들어간다. 강원도 철원, 연천에서 날리면 북한쪽 강원도로 간다. 민간인보다는 군인들이 주워서 보는데,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다. 임진각에선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분석결과를 설명했다.

취재에 응한 관계자들은 GPS를 고려는 하고 있지만 가격이 300달러로 부담스러운 편이라 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한 실험해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북보수연합에 속해 대북전단 활동을 해온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회장의 경우 GPS를 넣지 않는 대신 단둥 등 북중접경지역 도시를 드나드는 상인들을 통해 7~10일 정도면 떨어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임진각, 통일전망대 등에서 날리는데 풍속과 풍향이 잘 맞으면 평양 근교, 황해도 사리원, 송림, 황주 등에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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