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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커 600만 시대, 명동은 '울상'…왜?

요우커 돈 펑펑 써?… "일본인 만큼 구매력 없어"
"일본인 줄어 힘들어"… 화장품매장 외 폐업 늘어
개인자유여행 늘어…요우커 '강남'으로 관광 확대
“그래도 일본인들 몰려 올 때가 좋았다”, “명동은 원래 일본인 상대로 시스템이 다 갖춰져 있었는데 그게 바뀌면서 다들 힘들어졌다”, “예전에 일본 관광객은 가격이 좀 있는 객실서 묵었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시끄럽고 매출도 줄었다. 화장품은 많이 살지 몰라도 숙박업은 별로인 것 같다.”

10월 26일 찾은 명동 소재 숙박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명동 일대는 외래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서울의 명소 가운데 하나지만 실제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들고 요우커(중국계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을 찾는 요우커가 약 600만 명으로 예상되면서, 요우커가 쇼핑 관광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는 복수의 보도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e-나라지표가 제공한 ‘외래객 입국: 목적별․국적별 누계’ 통계에 따르면, 2014년 9월 누계 기준으로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한 일본인은 165만 3,385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계(중국-대만-홍콩 합계) 관광객은 445만 5,620명이 한국을 찾았다. 중국계가 일본인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일본인 관광객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7%가 줄어든 수치다.

실제로 복수의 상인들이 체감하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비율도 비슷했다. 한 환전상은 “(본토) 중국인이 50%, 동남아 화교, 홍콩, 대만 관광객이 30% 가량이고, 일본인은 20% 정도로 줄었다” 전했다. 다른 상인들도 요우커를 70~80% 정도로 꼽았다. 2012년 말께부터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인 관광객 수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요우커가 차지한 것이다.

이 환전상은 “관광객들이 국적 별로 얼마나 환전해 가느냐”는 질문에 “딱히 평균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한창 일본인들이 입국할 땐 2박 3일 내지 3박 4일 국내에 머물면서 1인당 50만~100만원 정도 환전해 갔다. 중국인들은 대략 17만~20만원 정도 환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전소에서 머물면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휴일임에도 문의만 하고 환전은 하지 않고 돌아가는 요우커들이 눈에 띄었다.

명동 메인거리의 한 한국식품 매장 관계자는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인은 점점 줄어들고 중국인이 늘었다”면서 “중국인들이 매출엔 도움이 안 된다. 일본인들이 더 구매력이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언론에선 중국인이라고 다 통틀어 말하지만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마카오, 말레이에서 오는 등 사람들이 다 제각각이다. 동남아인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본토 이외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이 중국인보다 더 돈을 잘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매장은 인삼, 김, 초콜릿, 과자 등 한국식품을 팔고 있었다. 특히 인삼의 경우엔 중국에서도 익숙한 아이템이어서 잘 팔리지 않는 듯했다.

기자가 만난 복수의 상인들은 외국인이 구사하는 언어를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언론에서 뭉뚱그려 중국인 혹은 요우커라고 말하는 관광객 안엔 여타 중국계와 동남아 화교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들이 쓰는 신용카드를 통해 국적을 알 수 있고, 현금을 쓸 경우엔 출신지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옷차림이나 신용카드로 볼 때, 중국 본토 출신 관광객보다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폴 등지의 관광객들이 그나마 구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네일숍, 피부관리실, 안경점, 숙박업소, 한국식품 매장, 의류 매장 등은 매출이 줄었다. 특히 일본 여성들이 즐겨 찾았던 피부관리실, 네일숍 등은 태반이 문을 닫았다.

대신 명동 메인거리인 명동 8길엔 요우커의 수요에 부응해 저가의 화장품 로드숍이 빼곡히 들어섰다. 유일하게 타격을 면한 곳이 화장품 매장과 요식업이다. 하지만 요우커가 비싼 음식은 거의 찾지 않고 길거리 음식을 선호하면서 명동거리엔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한 화장품 매장의 관계자는 “90%가 중국인”이라며 “팩, 색조, 마스카라 등이 잘 나간다”고 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는 “팩 한 세트(30장)에 6만원인데 1인당 최소 2세트는 사간다”며 “100만원이 넘게 사가는 중국인도 많다. 중국보다 훨씬 저렴해서 되팔 목적으로 사가는 보따리상”이라고 귀띔했다. 밤늦은 시간에도 화장품 숍은 개인 여행자로 보이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았다.

모 화장품 회사 홍보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우커들이 사전에 브랜드를 잘 알고 온다. 브랜드별로 잘 팔리는 품목(기초, 팩, 색조)이 다르다”면서 “한류 아이돌에 관심이 많아서 메이크업도 그런 걸 찾는다. 특히 한국 여성의 스타일을 많이 따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국내 베스트셀러 순위를 많이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로드숍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이 울상을 짓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명동 소재 백화점은 큰 부침 없이 여전히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가이드가 인솔해오는 단체관광객의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중국 여유법(관광법)이 개정되면서 한화 3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덤핑관광이 법으로 금지되게 됐고, 개인자유여행이 점차 느는 추세다. 최근 요우커는 명동뿐 아니라 홍대, 용산, 가로수길, 코엑스 등 서울 타 지역도 즐겨 찾는 경향을 보인다. 강북을 찾는 요우커가 생필품, 화장품, 의류 등을 구매하는 반면 강남의 경우엔 시계, 보석 등 고가의 명품을 선호하는 등 쇼핑 패턴도 다르다.

지난해 외래 관광객 중 82.8%가 명동을 찾았지만 동시에 명동은 외국인이 가장 실망한 관광지 3위에 올랐다. 특색 없는 쇼핑과 콘텐츠 부재 때문이다.

원래 명동은 일제강점기엔 ‘혼마치’(현 충무로2가)라고 불리는 조선 최대의 유흥가였다. 부근엔 일본인 집단거주지가 형성됐다. 맞은 편 남산 중턱엔 조선 최대의 신사인 조선신궁(현재 발굴 중)이 조성됐고, 바로 아래엔 조선총독부(현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1926년까지 자리 잡았다. 현재 중국대사관 자리는 1885년 조선에 온 청나라 군벌 위안스카이가 10년 동안 살던 곳이고, 그즈음 화교들이 부근 땅을 사들이면서 중국인 거리의 시초가 됐다. 중국이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물러갔지만 해방 후부터 화교들이 다시 명동 일대에 들어왔다. 명동성당, 명동예술극장(1936년 메이지좌로 설립),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구 경성전기 사옥(1928년 건축한 현 한국전력 본사), 동양척식회사 본사 터(현 외환은행 본점)등 역사성이 풍부한 오래된 공간도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론 쇼핑 위주의 관광보다는 지역이 가진 친근함을 바탕으로 각각의 공간이 지닌 스토리텔링을 담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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