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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① '뿔난 국민들', 단통법이 뭐길래

단통법 시행 한 달째, '전 국민 호갱법' 오명
'불법보조금 대란'도 여전
  •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전 국민이 호갱님이 되었다"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사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신수지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동통신시장의 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호갱(호구+고객)’을 없애려다 전 국민이 호갱이 됐다", 판매점들은 "이러다 다 망하겠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중이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기종별로 구매 지원금(보조금)을 일괄적으로 공시해 소비자들이 어디서나 동일한 혜택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이고, 이 금액의 최대 15%까지 대리점·판매점에서 추가할 수 있다. 종전에는 같은 제품을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일이 벌어졌기에 이러한 차별을 없애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법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했던 효과는 미미하고 소비자 혜택만 줄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가 부과하는 보조금에 상한선이 걸리고 저가 단말기와 저가 요금제에도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개개인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만 깎이다 보니 결국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재앙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9월까지 월평균 번호 이동 건수는 70만 건을 넘는 수준이었으며, 많을 때는 100만 건 이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단통법이 등장한 지난달 1일 이후 29일까지 번호 이동 건수는 23만 9,663건에 그쳤다. 평상시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이통 3사의 하루 평균 가입자 수도 5만 700건으로 단통법 시행 전인 9월 일평균(6만 6,900건)보다 24.2% 감소했다.

단통법 시행 초 급격히 얼어붙었던 시장이 지난달 말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다. 지난달 첫 주 일평균 9,100건에 불과하던 번호이동 건수는 마지막 주 들어 1만 6,100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관련 부처는 “단통법 이후 '단기적 성장통'이 있었으나 시장이 서서히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긍정적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애플의 아이폰6 출시로 인한 단기적 변화’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단통법으로 수반된 문제들이 해소됐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점은 판매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판매점주는 “장사가 되지 않아 매장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매장을 닫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유통상들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30일 “단통법은 유통 현장의 소상인만 죽이는 법”이라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국의 휴대전화 매장은 5만여 개, 대리점주와 판매점 사업자는 각각 8,000여명과 3만여 명에 달한다. 소비자들도 “예전에는 잘 알아보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가격 부담이 심해 스마트폰 바꾸기가 두렵다”고 목소리를 냈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도 현 상황이 편치 않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등 출고가 관련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해명에 진땀을 흘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고가는 국내외에서 비슷하지만 보조금 상한제 때문에 국내 제품이 더 비싸다는 착시현상이 발생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단통법으로 통신사들의 배만 불리는 격’이라는 지적이 쏟아져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이전에는 보조금이 일부 소비자에게 몰렸으나 현재는 가입자 전반에 골고루 배분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마케팅 비용은 법 시행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가입자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큰 이득도 없다”고 항변했다.

가입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다보니 지난 2일 새벽에는 불법 보조금 살포까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이폰6가 최저 10만 원대의 가격에 판매되는 일명 ‘아이폰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정상가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준 뒤 소비자의 계좌로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을 조건으로 내세운 판매점들의 '반짝 세일'이 벌어지면서 사전 예약 등으로 제 값을 다 주고 구매한 소비자들만 억울하게 된 상황이다. 단통법의 본래 취지까지 무너진 셈이다.

방통위는 이에 판매현장에 시장조사관을 파견해 보조금 지급 방식과 규모 등을 파악하는 한편, 조사 결과에 따라 이통사 과징금 부과나 대리·판매점 과태료 부과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대란을 주도한 일부 판매점들이 정부의 과징금 철퇴를 피하기 위해 아직 기기를 받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개통 취소를 요구하는 등 뒷수습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관련 부처는 ‘단통법은 차별적 보조금을 막지도 못하는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비판을 더욱더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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