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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2롯데월드 안전한가… 전문가 의견 '극과 극'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63빌딩도 모래 위에 지었는데 멀쩡하지 않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주변 건물들까지 주저앉을까봐 걱정스럽다"
제2롯데월드에서 바닥 균열이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서도 균열이 발견돼 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도 잇따라 일어나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개장한 제2롯데월드의 바닥 균열은 같은 달 27일 한 매체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완공된 지 5개월밖에 안 된 건물에서 균열 현상이 나타나자 롯데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바닥 균열에 이어 천장 균열까지 발견되자 시민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롯데 측은 바닥 균열에 대해선 "디자인 콘셉트다. 1930년대의 분위기를 재현한 것뿐"이라는 해명을 내놨고, 천장 균열에 대해선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골을 감싸는 내화보드(타이카라이트)의 이음매 부분에 생긴 균열이라 건물 안전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잘 작동하던 에비뉴엘동 사람ㆍ화물 겸용 53인승 엘리베이터가 약 15분가량 멈췄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한 직원은 폐쇄증을 호소해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2일엔 같은 동 엘리베이터가 10여분간 멈췄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L(28)씨는 "3층쯤에서 층수를 안내하는 숫자가 꺼졌다. 벽에 최대한 붙어 손잡이를 잡고 기다리자 엘리베이터가 다시 작동하더니 3층에서 문이 열렸다"고 했다. 이에 롯데 측은 "기계 오작동이 아닌 직원 실수"라고 설명했다.

제2롯데월드의 바닥과 천장에서 균열이 발견되고 엘리베이터까지 말썽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부실공사 때문인 걸까? 롯데 측의 해명대로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걸까? 제2롯데월드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과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에게서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박 국장은 "제2롯데월드에서 발견된 균열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늘상 있는 일"이라면서 "균열도 지반침하 문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이 교수는 제2롯데월드 지역의 지반 침식 가능성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의견을 전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그대로 게재한다.

◇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균열 문제없는 듯"

제2롯데월드에 몇 번 갔다 왔다. 워낙 고층이고 세간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일반 신축 아파트 건물에서도 균열은 많이 발견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구조적 문제가 절대 아니다.

제2롯데월드 바닥과 천장에서 발견된 균열은 건물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콘크리트는 충분히 굳은 후에 후속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공사기간이 10개월 이상 늦어지는 바람에 빨리 완공하려고 양생 기간을 지키지 않고 24시간 공사를 진행했다. 균열이 발견된 건 이것과 관련이 깊다. 부실공사라고 보긴 힘들다. 시공할 때 설계 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건물에 구조적인 기울임 현상이 있으면 벽과 바닥 이음새 부분에 틈이 벌어진다. 바닥이 갈라지는 게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몇 번 고장을 일으킨 건 시험가동 중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리하고 정비하면 된다.

건물 자체의 문제나 지반 침하 가능성보다 비행기 충돌이 더 우려스럽다. 제2롯데월드는 모래 퇴적층 위에 지어졌다. 유동인구도 많고 건물 하중도 상당한데 '잘 버틸 수 있을까'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63빌딩을 생각하면 다르다. 63빌딩도 모래 위에 지어졌다. 그런데 멀쩡하지 않나.

석촌호수가 지하수로 유입돼 지반 침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우려스럽다. 제2롯데월드는 지하 6층까지 뚫은 건물이다. 석촌호수 수위보다 훨씬 깊게 파들어 갔다. 석촌호수 물이 현재 지하로 계속 유입돼 하루에 120t 이상씩 퍼 올린다고 들었다. 이런 현상은 지반 침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석촌호수 물이 계속 줄어들고 그 물을 계속 퍼 올린다면 나중에 어떻게든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러나 롯데 측이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지반을 튼튼하게 다져 건물을 올렸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 이르다. 지반 침하 가능성을 제기할 뿐이지 지금 확신을 하는 건 큰 무리가 있다고 본다.

◇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주변 건물까지 우려"

제2롯데월드의 지반은 원래 물이 많이 나오는 곳이다. 석촌호수 수위가 점점 낮아져 물을 집어넣고 있는 건 당연하다.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에 물이 빠졌기 때문이다. 주변 건물들까지 주저앉을까봐 걱정스럽다.

석촌호수는 지금 하늘에 붕 떠 있는 깨진 항아리일 뿐이다.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다고 항아리가 차겠는가?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에 석촌호수 물이 지하로 다 흘러들어가는 거다. 물이 빠지면 그곳에 다시 물을 채워 넣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하루에 450~600t까지 뽑아내고 있다고 한다. 많게는 750t까지 뽑아낸다. 더 걱정되는 건 주변 건물들도 지하에 흘러드는 물을 동시다발적으로 뽑아내고 있다는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물을 계속 빼내고 있다. 정말 걱정스럽다.

지반이 약한 대도시에 빌딩을 짓고 물을 계속 빼내면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예측하고 1998년에 서울시 땅속 지도를 만드는 데 동참한 적이 있다. 16년 전 서울시에서 용역을 받아 땅속 지도를 만들었다. 서울시가 나서서 땅속 지도를 만들어놓곤 건물을 올릴 때 전혀 참고하지 않는다. 답답하다.

서울시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서울시가 땅속 지도를 보고 도시계획을 했다면 지금처럼 물을 빼내는 일도 안 생겼을 거다. 시민의 불안감도 없었을 거다. 그래도 지반이 약한 곳에 건물을 올려야겠다면 취약한 지질에 맞는 건축 공법을 서울시가 유도했어야 한다. 지반이 약한 곳의 지하 공간을 만들 땐 방수공법을 쓰면 된다. 그럼 물을 뽑아낼 일이 없다. 이건 토목공학 교과서에도 다 나오는 얘기다. 그걸 무시하고 빌딩을 지으니 싱크홀이 계속 발생하는 거다. 전부 다 예측이 가능한데 서울시가 무리한 허가를 한 거다. 사고가 나도 공무원은 책임을 지지 않으니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거다. 외국은 1980년대부터 땅속 지도를 바탕으로 도시 계획을 하고 있는데 참 답답하다.

제2롯데월드가 지어진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P교수가 '지반이 약한 곳'이라며 건설을 극구 반대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교수가 입을 꾹 닫았다. 롯데 측에서 5억원 정도의 용역을 받고 '제2롯데월드 균열 원인 규명 자문단'에 소속된 후부터 그랬다는 걸 알게 됐다. 침하 위험성을 앞장서서 주장했던 교수의 말이 한 순간에 쏙 바뀌니 전문가로서 좀 황당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카르텔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대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원인 조사를 하라고 용역을 준다. 문제 제기를 하던 이들은 일단 돈을 받았으니 협회 등의 이름을 빌려 왜곡된 보고서를 만든다. 판교 환풍기 사건과 관련해서도 예전부터 전문가들이 위험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그런데 그냥 두다가 결국 수많은 이가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지 않은가. 이게 다 카르텔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규명하지 않으니 달라지는 게 없다. 히딩크가 한국 감독으로 선임돼 한국 축구를 4강에 올려놓은 것처럼 국가 재난안전을 지휘하는 목적으로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에도 외국 자문단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한국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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