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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망자 순직 확대 국방부 '꼼수' 논란

군내 자살자 순직범위는 확대 홍보… 군의문사엔 눈감아, 사실 왜곡까지
  • 국방부 건물. /연합뉴스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 가동, 군 권익 향상 자랑
'자살자'에 한해 순직 심사… '군의문사' 외면
법원 판결ㆍ타 국가기관 결정 군의문사엔 차별 적용
"김훈 중위 사건 '진실' 왜곡, 위법" 비판도
권익위 "군의문사 순직처리 규정 마련해야"


국방부는 4일 외부 민간인 중심으로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구성한 후 처음으로 군복무 중 사망한 장병에 대한 순직 여부를 심사했다.

국방부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민간인 전문가로 구성한 것은 9월 1일 개정ㆍ시행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에 따른 것으로 군내 사망사고 처리의 공정성ㆍ전문성ㆍ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법조ㆍ의료ㆍ인권전문가 등 위원의 2/3를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에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을 임명했다.

국방부는 군내 사망사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군에 대한 불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큰 허점이 있다. 새롭게 출범한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대상은 자해사망자(자살자)에 국한된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인(死因)이 불분명한 '군의문사'는 제외됐다

  • /연합뉴스
때문에 군의문사 유족들은 국방부가 사회 저명 인사로 구성된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내세워 마치 군내 사망사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국방부가 훈령을 개정ㆍ시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법원 판결과 타 국가기관의 결정을 차별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군의문사 재심사 대상에서 배제

국방부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설치한 근거는 9월 1일부로 시행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 이다.

이 훈령에 따르면 자살자의 순직범위는 확대된다. 가령 그간 자살자에 대한 순직요건을 한정적으로 적용해 왔으나,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에서 '공무와 상당인과관계'를 포괄적ㆍ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했다.

  • 군의문사 유족들이 8월 18일 국회에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4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6명의 자살자를 심사해 모두 순직 대상자로 인정했다. 향후 순직 대상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그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군내 사망자는 자살자에 국한된다. 자ㆍ타살이 불분명한 군의문사는 처음부터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의 심사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현행 군(軍) 법ㆍ훈령에 따르면 군 사망 구분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이고 사망 원인은 크게 자살, 타살, 변사로 나뉜다. 군은 자ㆍ타살이 불명한 군의문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자ㆍ타살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군 수사 부실, 과실 등으로 사망원인이 불분명하게 된 경우(국가기관 간 사망원인에 이론이 있는 경우) 등 진상규명이 불능한 경우다. 현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사망사건(579건) 중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된 것은 48건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하면서 국민,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타 국가기관과 관련 전문가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살자의 공무관련성 판단 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개정 훈령에 반영해 순직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자ㆍ타살이 불분명한 군의문사는 개정된 훈령에 따른 재심사 및 순직처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국방부는 앞서 훈령 개정 때와는 다르게 군의문사자에 대해선 국회. 법원, 국민권익위원회 등 타 국가기관의 의견을 무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법원의 판결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군의문사자 및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국가기관 결정 차별적으로 적용

군은 자살자의 순직 대상 범위를 넓히는 등 일부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인이 불명한 군의문사에 대해선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된 것이 48건이고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군이 이들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향후 군 사망자에 대한 명예와 인권, 그리고 군의 신뢰 및 위상과도 직결된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군의문사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호도해 군의문사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서슴치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군의문사 사건이자 진상불능 48건 중 첫번째 대상인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꼽을 수 있다.

김훈 중위는 제15대 대통령(김대중) 취임식 하루 전인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241GP)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국방부는 당일 현장 검시도 하기 전에 '자살'로 발표했고, 1~3차 수사 및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훈 중위의 유족과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과학적 증거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타살' 주장을 해왔다.

이렇게 국방부와 김훈 중위 측의 주장이 팽팽하기 맞선 가운데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제3기관의 '판단'을 군이 무시하고, 심지어 왜곡하는 경우까지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그럼에도 군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종전 입장(자살)을 유지하고 있어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 제도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이 미군 범죄수사대(CID)와 합동으로 진행한 1차 수사(1998.2.24~1998.4.29)는 물론, 육군본부 검찰부의 2차 수사(1998. 6. 1~1998. 11. 29),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설치된 특별합동조사단의 3차 수사(1998. 12. 9~1999. 4. 14.), 이후의 총기실험 결과(자살이 아닌)에도 불구하고 김훈 중위가 자신의 권총을 이용해 자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와는 달리 국회(국방위원회), 대법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최고 국가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1999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치되었던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는 그해 5월 31일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 15가지를 제기하며 '김훈 중위가 타살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정 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김훈 중위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해 "초동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지으려 하거나 '자살'을 전제로 순직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훈 중위 유족은 2011년 9월 권익위에 사건 재조사후 순직 인정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권익위는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총기 격발실험 등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후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권익위는 그해 8월6일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따른 순직처리 권고안'을 육군본부에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3개월 뒤인 11월26일 유족에게 김훈 중위 사건을 타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군은 자살자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타 국가기관과 관련 전문가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순직 범위를 확대한다고 홍보했다. 반면 군의문사에 대해서는 3대 국가기관의 결론까지 무시하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국방부는 2011년 11월1일 작성한 '故 김훈 중위 사망사고 분석ㆍ판단' 문건에서 보이듯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미국 군수사연구소 증적(證跡)자료, 국제 논문 등의 내용을 조작해 '자살'의 증거로까지 활용했다.

군은 자살자 순직 처리를 위한 훈령 개정 때와는 달리 김훈 중위 사건 같은 군의문사에선 공신력 있는 타 국가기관의 의견을 폭넓게 인정한 게 아니라 오히려 왜곡하고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 악의적 활용

국방부는 지난 8월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반영해 자해사망자의 공무연관성 판단 기준을 완화하고 순직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자살자와 공무관련성의'인과관계'판단에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입증'대신 '상당한 인과관계'로 판결(대법원 2009.5.14. 선고 2007두18345 판결)한 것을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김훈 중위 사건에서는 그보다 앞선 대법원 판결을 왜곡해 그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이를 대외적으로 강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근거로 활용했다. 즉, 대법원이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중립적' 입장(자살 타살인지 알 수 없음)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자살'로 판결했다며 대법원 판결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회를 비롯 공신력 있는 기관과 단체, 국민을 호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육군보고서(2009년 11월), 육군심의서(2009년 11월), 육사총동창회(2010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속기록 등에는 "대법원 판결문은 자살이다"라고 허위사실을 주장한 내용들이 나와 있다.

2010년 11월9일 육사총동창회에서 김흥석 법무실장(당시 법무계획과장)은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고했다. 김 법무실장은 "국방부 합조단에서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 자살이라고 내린 결론에 대해서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김훈 중위 사건 질문에 "대법원 판결 모두에서 자살로 인정돼 있다"고 발언했다.

2011년 10월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관진 국방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대법원 판결과 같이 검토를 하겠다"며 종래 군의 입장(자살)을 견지했다. 김 장관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순직권고(2012년 8월6일)를 부정했고, 유족에게 자살통보서(2012년 11월22일)를 보내기도 했다.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승장래 국방부조사본부장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은 자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묻자 승 본부장은 "군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군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물론 하급심 모두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ㆍ타살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판결문(2004년 2월17일)에서 "만일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도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 현장 증거품에 대한 미비한 조사, ▦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 2소대 상황일지 및 부소대장의 컴퓨터 등의 미확보, ▦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군의 2차, 3차 수사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을 근거로 '자살'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처럼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한 유족 측과 군의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 온 상황에서 대법원은 지난 3월31일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JSA 김훈 중위, 오른손의 미스터리'편을 방송하면서 대법원에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나타냈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군수사기관의 수사상 직무소홀 행위가 유가족의 사인에 대한 알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원심을 수긍하였기에 대법원의 입장은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의 자의적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제는 군이 대법원 판결을 필요에 따라 인용하거나 배척. 왜곡한 것이다. 국방부는 자체 책임이 미미한 '자살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반면, 책임 추궁이 뒤따를 수 있는 군의문사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을 배척하고 왜곡까지 했다.

때문에 군의문사 유족들은 국방부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내세워 마치 군내 사망사고 전체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꼼수'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국방부 군의문사 입장 변화 없어

국방부가 최근 군내 자살자에 대해 순직범위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ㆍ타살이 불분명한 군의문사를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자살'로 왜곡하거나 자살을 조건으로 순직을 인정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군의 최초 수사와 달리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한 사건이 총 48건이고, 부대 간부의 주도 하에 부대원들이 사건을 은폐하거나 조작한 사건도 11건이 확인됐다.

이러한 부대의 잘못된 조치와 군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에 따른 수사결과는 유가족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군 사망자 유가족이 시체 인수를 거부해 국군병원 냉동실에 보관중인 사체가 17구, 유가족이 인수를 거부해 각 군 보급대에 영현 창고에 보관 중인 유골은 125위에 달한다.

군의문사 유족들은 "군이 자식을 자살로 몰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군이 책임 회피로 일관하기보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 최소한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호소한다.

김훈 중위 부친 김척(71ㆍ육사21기)씨는 "중요한 건 순직이 아니라 김훈의 명예다. 군이 진실 앞에 떳떳해야 국민의 군대가 되고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훈 사건은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군, 유가족, 그리고 군에 자식을 보낼 모든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군의문사에 대한 처리기준과 관련 규정이 없어 아직도 많은 사망사건이 군에서 '재심사 보류' 형태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며 "군의문사를 순직처리 할 수 있도록 국방부의 '전공사상자 처리훈령'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김훈 중위 가족을 비롯한 군의문사 유족들의 절규와 권익위의 주장에 아직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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