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추행 분노" vs "결백, 법적 대응"

검찰총장을 지낸 골프장 회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전 골프장 여직원 A씨가 지난 11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에 골프장 회장 B씨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 검찰총장 B씨는 혐의를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사진은 해당 골프장의 모습. /=연합뉴스
고소女 "아버지 피해볼까 침묵… 다른 여직원 추행에 고소"

피의자 골프장 회장 "부적절한 행동 없어… 법적 대응"

고소-피고소인 주장 엇갈려… '진실게임' 될 수도

전직 검찰총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윤모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저명한 수학자로 알려진 강모 교수 등에 이어 또 다시 불거져 나온 고위층의 '권력형' 성추문이다. 피해 여성 A씨는 부친과 함께 11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에 골프장 회장 B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6월 22일 오후 10시께 포천 소재 모 골프장 여직원 기숙사에서 일어났다. A씨는 B회장이 기숙사 방까지 찾아와 샤워 중이던 자신을 나오게 한 뒤 강제로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30분 이상 샤워장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A씨가 화를 냈음에도 B회장은 뽀뽀를 안 해준다며 채근했다고 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저는 아빠한테만 뽀뽀한다"고 하자, B회장은 "너희 아빠가 나보다 더 대단하냐"며 부모까지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또 "넌 내 아내보다 100배는 예쁘다. 이제부터 내 애인이다"라며 치근덕댔다고 한다.

B회장은 2시간가량 머문 뒤 자정께 방을 나서면서 A씨의 손에 5만 원을 쥐여줬다. 경찰에서 A씨는 당시 기숙사에 자신 외에 룸메이트가 함께 있었으며, B회장은 밤늦게 여성 간부와 함께 찾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골프장의 전 직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을 줬다는 말은 나도 들었다"며 "사건 직후부터 회사 안에서 소문이 파다하게 났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직원과 함께 프런트에서 근무했던 여직원이 2명 더 있는데 지금은 골프장을 그만 두고 둘 다 외국에 나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B회장은 해당 골프장에서 2009년 7월부터 사내이사 겸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 외에 이모 대표와 또 다른 이모 이사가 B회장과 지분을 서로 나눠 갖고 있는 형태다. B회장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모 골프장에도 회장으로 등재돼 있다. 이모 대표가 실질적인 골프장 경영을 맡고 있으며, B회장은 재원 조달과 법적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이모 이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부지 출자를 맡았다.

앞서의 전 직원에 의하면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지목된 여직원 숙소는 골프장 내 클럽하우스 뒤편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회장단 숙소 바로 옆에 나란히 있다고 한다. 경기보조원 숙소는 정문에서 더 가깝게 따로 지어져 있다. B회장과 이 대표, 이 이사가 머무는 해당 숙소 2개 동은 3층 높이로 매우 화려하게 지어졌으며, 직원들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전 직원에 의하면 간부들은 자주 내려와 며칠씩 머물며 골프장 일을 보고, 정재계 인사들과 어울려 골프를 친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B회장이 숙소에서 머물며 늦은 밤에 옆에 위치한 여직원 숙소로 A씨를 찾아간 것이라고 한다.

사건 직후 2년여 동안 프런트 데스크에서 근무했던 A씨는 골프장을 그만뒀다. 1년 5개월여가 지난 뒤 고소장을 접수한 이유에 대해 경찰에 "사건 당시 동료들이 B회장의 위세에 눌려 눈치만 보고 내겐 참으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골프장 기술자로 일하는 아버지에게 피해가 갈까봐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다. 1년이 넘은 뒤에도 (다른 여직원들을 상대로) 그런 행동을 또 보여서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회장은 12일 언론 보도가 나간 후 같은 날 오후 5시 30분께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해명 자료를 냈다. B회장은 "어떠한 부적절한 행동도 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주장하면서 "허무맹랑한 고소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퇴사하려는 직원을 설득하려고 골프장 간부와 함께 숙소를 찾았고 숙소에 있던 직원 3명에게 모두 5만원씩 줬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A씨의 가족은 "회장이 여직원 사표낸다고 밤에 찾아오는 자체가 이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B회장이 숙소를 떠난 시간도 B회장은 10시, A씨는 12시라고 엇갈리게 주장해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룸메이트와 여성 간부는 모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와 함께 프런트 근무를 했던 나머지 2명의 여직원도 골프장을 그만뒀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A씨가 성추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진술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진실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소인 A씨에 대한 진술조사를 마쳤으며, 골프장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조만간 B회장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해당 골프장 이사… 과거에도 뇌물 공여 처벌


신상미 기자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포천의 골프장은 착공 당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법적 분쟁과 구설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골프장은 지난 2009~2010년 공사과정에서 27홀 규모의 공사를 1년 만에 졸속으로 완공하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겪었다. 당시 직원들은 월 400시간의 근무를 했지만 초과근무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에 사측에선 나중에 적절히 보상한다고 무마했으나 2011년 하청계약 해지를 이유로 대량 해고사태를 유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십 억대의 손배소송을 청구,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노조를 해산시켰다.

2011년엔 이모 이사가 이중효 전 포천시의회 의장에게 골프장 인ㆍ허가를 잘 봐 달라며 2006~2008년에 걸쳐 1억 8,3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처벌 받았다. 당시 이 전 의장은 구속기소 후 집행유예를 확정 받으면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끊겼으나 경찰 및 검찰수사 단계에서 B회장은 조사를 받은 일도 없었다.

이를 두고 포천지역 정가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골프장 인ㆍ허가 추진 문제에 이사 단독으로 로비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이사가 뇌물을 건넨 시점은 B회장의 부인인 조모씨가 대표이사를 맡던 기간과 일치한다. 그러나 재판은 이 전 의장이 집안 친척인 이 이사에게 골프장 인허가 명목이 아닌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마무리 됐다.



신상미기자 frontpage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