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두 얼굴의 탈북 브로커 실태

'돈되는 '탈북자 타깃', 꽃제비'는 외면…' 탈북 비용' 놓고 탈북자와 분쟁
  • 목선을 타고 한국으로 향하다 일본해역에서 표류한 탈북자들이 2011년 10월 4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중무장을 한 채 입국장에 나타났다. /=연합뉴스
국내 탈북 브로커 약 50명… 중국 현지 브로커 점조직 활동

도강 포함 3국까지 안내 비용 1500만원 가량

중국 경내에서 한국까지는 성인 250만원, 미성년 200만원 정도

NGO-종교단체보다 10배 이상 비싸

탈북 생각 없는 북한 주민에 접근해 집요한 설득

  •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23일 미국 텍사스 댈러스 부시대통령센터에서 열린 북한 인권법 제정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탈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랜트 밀러, 부시대통령센터 제공
탈북자 수 급감하면서 브로커끼리 밀고도


국내에 막 입국한 탈북자들과 이들의 입국을 도운 탈북 브로커 사이에서 '탈북 비용' 지급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수의 북한이탈주민에 의하면 통일부 및 하나원(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정착 지원을 위해 설치한 통일부 소속기관) 관계자들이 하나원 교육과정에서 브로커에게 비용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에 탈북자는 비용을 주려 하지 않고 브로커는 비용을 받으려 하면서 잦은 충돌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쟁이 생기는 원인은 단순히 하나원 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에 무사히 입국한 탈북자들은 북한과 중국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들로부터 다양한 '인권유린'을 경험하면서 이들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쌓이게 된다.

국내, 중국 현지 브로커 활개

국내 거주 탈북 브로커는 약 50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오래 거주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탈북자 출신이라고 한다. 반면 중국 현지에서 탈북자들을 안내하는 브로커들은 조선족이나 한족인데, 이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

  • 문서를 위조해 탈북자에게 미국 비자를 발급받도록 알선한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관련 수사 자료.
비용은 출발지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다. 도강을 포함해 제3국까지 안내하는 비용은 1,500만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경내에서 한국까지는 성인은 250만원, 미성년은 200만원 정도다.

한 탈북자단체장은 "보통 처음부터 한국에 올 생각으로 탈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국에 나와 몇 년 살면서 TV도 보고 인터넷도 접하면서 남한에 올 생각을 한다. 그때 접촉하는 것이 브로커"라고 귀띔했다.

하나원을 수료하면 정착지원금이 입금되므로 하나원을 나온 후에 브로커에게 비용을 지불하곤 한다. 앞서의 비용은 NGO(탈북자인권 단체)나 종교단체보다 최고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또 종교단체의 의뢰를 받은 브로커들은 당사자와 종교단체 양쪽에서 돈을 받아 챙기기도 한다.

성인 가격의 경우, 250만원 중 중국 거주 브로커에 160만원을 보내고 나머지 90만원은 국내 거주 브로커가 갖는다. 이중 일부는 각종 경비에 소요되거나 도움을 준 지인에게 사례하기도 한다. 현지 브로커는 100만원을 취하고 60만원은 경비(교통, 숙박, 식비, 뇌물비)에 쓴다고 한다.

탈북 브로커 횡포 지나쳐

  • 탈북 청소년 정광영(20) 씨가 2010년12월 중국 창바이(長白) 지역에서 꽃제비로 생활하던 모습. 박선영전의원 제공.
그동안 브로커의 웃돈 요구, 성폭력, 인신매매 등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왔다. 함경도 출신인 40대 초반의 탈북 여성 최씨는 북한의 한 국경 도시까지 넘어온 탈북자 출신 한국인을 포함해 브로커 4명이 지점마다 인계하는 방식으로 태국까지 도착했다.

최씨는 남편을 포함해 가족과 탈출했지만 중국에서 합류한 30대 여성 두 명은 혼자였다. 최씨는 "우리를 안내한 한족 브로커가 한 여성에게 지분거렸다"며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한국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 같았다"고 밝혔다.

특히 브로커들은 탈북 꽃제비(부모를 잃고 떠도는 부랑아)들을 외면한다. 꽃제비의 경우 탈북에 성공해도 21세가 돼야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다.(이들은 성년이 될 때까지 국내 대안학교 등에서 정부지원으로 교육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여러 해를 기다리느니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성인을 선호하는 것이다. 꽃제비들은 어른들의 외면 속에 북한과 중국에서 유리걸식하며 떠돌 수밖에 없다. 가족 단위도 개인 별로 돈을 받을 수 없고 합해서 흥정을 하기 때문에 꺼린다고.

이 외에도 국내 입국자들은 탈북 과정의 '신변 안전' 문제를 많이 호소했다. 최씨는 "산꼭대기에서 강기슭까지 2시간을 꼬박 걸어 두만강에 도착했다"며 "(국경수비대에) 뇌물을 찔러주고 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군인들 잘 때 건너야 한다며 새벽에 건널 때 심장이 떨려서 혼났다. 무릎 높이의 강을 건너는데 10분 정도 걸렸다"고 회고하며 몸서리를 쳤다.

최씨는 자신과 친정어머니, 남편, 딸 등 4인 가족이 탈북하는데 수천 만원을 지불했다. 먼저 탈북해 미국에 거주 중인 친언니가 브로커에게 직접 송금했다. 돈을 충분히 지급했는데도 뇌물을 주고 안전하게 도강하지 않아서 무척 두렵고 겁이 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북 비용이 높은 것은 국경수비대에 제공하는 뇌물 때문인데, 해당 브로커는 뇌물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수천 만원을 받은 것이다. 대신 브로커는 최씨 가족에게 고량주를 건냈고, 자신은 '아편'을 피웠다고 한다.

몽골루트를 따라 탈북한 박 아무개씨도 브로커로부터 황당한 대우를 받았다.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박씨와 동생에게 차표 한 장씩을 건네면서 "종착역에서 만나자"고 한 것. 박씨가 항의하자 "이제부턴 네 운이다"라는 말만 남기고 먼저 떠났다고 한다. 박씨와 동생은 두려움에 떨며 기차 안에서 내내 수면을 취하는 척 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의 최씨에 의하면 옌지(延吉)에서 동남아 국경지대까지 일주일가량 걸려 도착했는데, 메콩강에서 배만 태워주고 브로커는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의 계약은 태국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었다.

탈북 브로커 경쟁 치열

무엇보다 탈북자들이 브로커에게 분노하는 것은 탈북 의사가 전혀 없는 주민에게 접근해 탈북을 집요하게 설득한다는 점이다. 앞서의 최씨는 "브로커가 우리 집까지 와서 설득했다. 나중엔 브로커의 부모까지 왔다"며 "'북한은 곧 망할 거다' '중국에 가서 언니를 만나라' '한국 가면 잘 산다' 등의 말을 했다"고 들려줬다. 결국 최씨는 보안원에게 장사할 물품을 압수당한 직후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국내 입국한 탈북자가 북에 남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무리해서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최근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검거된 한 20대 탈북여성은 경찰에 "브로커에게 가족의 탈북 비용을 지불하려고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에서 거주하며 20년째 탈북자들을 돕고 있는 한 한국인은 "일본에 부유한 교포 친척이 있는 탈북자들은 거의 다 북한을 탈출했다"며 "친척이 브로커에게 비용을 지불해서 탈북 후 일본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에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탈북자는 임대아파트 보증금 1,300만원을 제외한 초기 기본금 400만원 중 250만~300만원을 브로커에게 주고 나면 당장 생계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후엔 분기별로 100만원씩 3회가 지급된다.

그러나 브로커들도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며 탈북자들을 돕는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스스로 안내인, 도우미를 자처한다. 중국 안전국이 브로커들의 핸드폰을 감청하고 위치 추적을 하면서 검거되는 예가 부쩍 늘고 있다. 여기에 2012년께부터 탈북자 수가 급감하면서 브로커끼리 경쟁이 치열해졌고 서로를 공안당국에 신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북조선난민구호기금(Life Fund for North Korean Refugees) 등의 일본 시민단체, 미국 국적의 목사, 선교사 등이 북-중 국경지역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우리 정부는 그런 일에 직접 나설 수가 없기 때문에 탈북 브로커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실이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2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82.7%가 '탈북브로커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탈북자의 절반 이상(58.9%)이 '브로커의 도움으로 탈북했다'고 답했다. '혼자서 탈북했다'는 답변은 9.3%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탈북자 피난처를 운영 중인 한 탈북자 단체장은 "법원에서도 300만원까진 브로커 비용을 인정한다"며 "지금처럼 정부가 브로커를 음지에만 두면 탈북자들이 입국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에서 국내에 들어오기까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터무니없는 웃돈은 줄 필요가 없지만 적정한 금액은 지불하는 것이 다음에 올 탈북자를 위해서도 좋다"고 밝혔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19년 09월 제2794호
  • 이전 보기 배경
    • 2019년 09월 제2794호
    • 2019년 09월 제2793호
    • 2019년 08월 제2792호
    • 2019년 08월 제2791호
    • 2019년 08월 제2790호
    • 2019년 08월 제2789호
    • 2019년 07월 제2788호
    • 2019년 07월 제2787호
    • 2019년 07월 제2786호
    • 2019년 07월 제2785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