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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논란 골프장, 문화재 '불법매립' 의혹

"골프장 공사 중 발견된 가마터 덮었다"… "사실 무근" 반박도
  • 검찰총장을 지낸 골프장 회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문제의 포천 골프장 모습.
목격자 "18번홀 주변 성인 키높이 도기파편 층 발견돼"
"현장엔 직원만 수십 명… 보고받고 달려 온 간부 매립 지시"
해당 위치 근처엔 가치 큰 조선시대 유적 2군데 있어
"지자체에 신고하면 긴급조사 가능성도"
골프장 측 "가마터 없어…근거 없는 트집일 뿐"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전직 검찰총장이 회장으로 재직 중인 포천 소재 골프장이 공사 당시 노출된 대규모의 매장문화재를 불법으로 매립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골프장은 149만㎡ 부지에 27홀 규모로 지난 2010년 오픈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오픈을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이던 2008년 겨울께 골프장 부지에선 조선전기 것으로 추정되는 도자기 가마터와 성인 키 높이의 두터운 도자기 파편더미 층이 발견됐다.

해당 유구(遺構)는 클럽하우스 뒤편에 위치한 18번 홀 공사 중에 노출됐다. 목격자들은 "불도저로 흙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비탈진 곳에서 가마터가 발견됐다"면서 "우수관을 묻기 위해 땅을 팠을 땐 성인 키 높이의 도자기 파편더미가 노출돼 현장에 있던 직원과 인부들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게 유구가 모습을 드러내자, 도자기 파편이 햇빛을 받아 여기저기서 눈부시게 반짝였다고 한다. 당시 18번 홀 공사현장엔 직원 및 인부들이 수십 명 있었다.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직원들이 즉시 상부에 상황 보고를 했다고 한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골프장 간부 L씨와 Y씨가 매장문화재의 모습을 확인했다. 결정은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잠시 의논하더니 다급하고 놀란 목소리와 표정으로 "덮으라"라고 지시했다.

  • 도자기파편이무더기로노출된해당골프장18번홀근처(원안) 모습.
당시 상황에 대해 한 관계자는 "문화재가 발견된 후 매립하기로 결정하고 공사를 재개하기까지 30분도 안 걸렸던 것 같다"며 빠르게 진행된 미심쩍은 행위를 전했다.

현장에선 동자승을 형상화한 약 25㎝ 높이의 온전한 도기도 발견됐다고 한다. 후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고려시대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포천에선 근래 선사시대 및 조선시대 유적이 수차례 확인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골프장 완공 후 비가 많이 오면 지표면에서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도자기 파편이 드러났다고 한다. 유구 노출 당시부터 조금씩 파편을 모아서 갖고 있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18번 홀 근처에선 회청색을 띤 조선백자, 분청사기, 철화백자 등이 다양하게 수습됐다.

매장문화재보호법 31조 6항에 의하면 매장문화재를 발견한 후 신고하지 않고 은닉, 처분하거나 현상을 변경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항 7항에선 공사를 중지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문화재가 '훼손'된 것이 확인되면 최고 10년 이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지자체마다 위촉한 문화재 감정위원이 있으니 포천시청에 문의하라"며 제보를 권했다.

  •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가마터의 도자기 파편들.
앞서의 법에선 유구의 면적이 큰 토목공사, 토지의 형질변경, 건설공사로 인해 구제발굴이 필요할 땐 해당 공사의 시행자가 발굴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사적 이익보다 공공의 자산인 매장문화재 보호 원칙이 앞서기 때문이다. 매년 수많은 사업자들이 개발예정지에서 약 1,500건에 이르는 발굴조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개발한 매장문화재 발굴비용프로그램이 산출한 비용을 부담하며 성실히 발굴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현행법에선 개발예정지에 문화재가 매장ㆍ분포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지표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2007년 모 대학 문화재연구소에서 해당 골프장 조성 예정부지에서 79일간 지표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연구소 측은 A지역에서 6군데의 유물 노출 지점을 확인하고 문화재청과 시행사에 전문가 '입회 조사' 의견을 냈으나 별다른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인지 해당 골프장은 문화재청으로부터 간단한 문화재 보존대책 통보를 받고 공사를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의 문화재연구소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긴급조사'를 시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간한국>이 도자기를 전공한 권위 있는 복수의 미술사학자에게 직접 감정을 의뢰한 결과, 매우 중요한 가마터 유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포천지역에서 한반도에서는 거의 유일한 것으로 확인된 2개소의 조선시대 가마터가 최근 연이어 발견됐다는 것이다.

사립대 교수인 한 미술사학자는 "샘플이 적어서 정확히 연대를 특정할 순 없다"고 전제한 뒤 "조선 초기에서 중기에 걸쳐 있는 도자기로 보인다"고 판정했다. 동자승 도기에 대해선 "고려시대 나한상이 강화도와 당진에서 발굴된 예가 있다. 동자승도 간혹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치와 상관없이 가마터가 일단 확인되면 발굴조사는 들어가야 한다. 더구나 근처 길명리엔 유일한 '흑유자기' 단독 유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의하면 가마터는 지역마다 흔히 발굴되고 있지만 포천지역에선 큰 가마터가 발굴된 예가 두 군데 있다고 한다. 2002년 발굴된 일동면 길명리 흑유자기 유적은 조선후기 가마터 중 '흑유자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한 거의 유일한 가마터로 확인됐다. 지난 2005년 화현리에서 15세기 것으로 확인된 분청사기 가마터도 발굴됐다. 경기도에서 시행된 첫 분청사기 유적 발굴이었다. 지리적으로 일동면과 화현면, 해당 골프장이 위치한 면은 연이어 붙어 있다. 조선 단종대에 편찬된 <세종실록 지리지> 포천현조에 따르면 포천엔 자기소와 도기소가 각각 한 곳씩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흑유자 가마터가 조선후기에 조성됐으므로 골프장 내에서 발견된 가마터가 나머지 한 군데일 가능성도 있다.

  •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가마터의 도자기 파편들.
또 다른 미술사학자는 "도자기를 굽던 가마터가 있던 자리로 추정된다. 분청까지 발견됐기 때문에 조선전기까지 아우를 것으로 추측된다"며 "상당히 중요한 자료다. 비가 오면 지표에 노출될 정도라면 유구의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미술사가는 "공사를 중지하고 관련 기관에 신고를 해서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일부러 폐기한 정황이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해당 지자체 문화재 담당부서에 제보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회장단은 문화재가 불법 매립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앞서의 두 명의 간부가 회장인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이모 대표와 또 다른 이모 이사에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께 골프장 근처엔 '도자기 가마터 불법 매립한 골프장'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당시 골프장 노조가 천막농성을 하는 등 쟁의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조는 골프장의 주거래 은행인 모 은행에도 찾아가 도기 파편을 제시하며 불법행위를 한 사업장엔 대출을 해주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화재 불법 매립 의혹에 대해 골프장 측은 <주간한국>에 "만약 가마터가 나왔다면 공사를 중지하고 당연히 신고했을 거다. 가마터 자체가 없었다"며 "현장에 불도저, 포크레인, 인부들이 다 있었는데 우리가 임의대로 했다면 고발을 당했을 거다. 실향민들이 옛날에 골짜기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나온 파편을 갖고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당시 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도자기 가마터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골프장 회장이 검찰총장 출신이어서 신고를 꺼려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발굴을 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피소 사건 현황은…


신상미 기자




전 검찰총장의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혐의 수사를 맡고 있는 경기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는 피해자 주변 직원들을 참고인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사건현장에 있던 4명 중 1명이 조사를 망설이면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임이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사건현장에 있었던 한 사람이 라오스에 있다"며 "경찰이 직접 라오스로 갈테니 진술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관여하기 싫다'는 답이 왔다. 계속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A 전 검찰총장이 사직의사를 표한 피해자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갔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해자는 사건을 계기로 사표를 낸 것이라고 진술한 점에 대해선 "조사 내용에 그것도 포함돼 있다"며 "현재로는 알 수 없고 확인 중"이라고만 답했다.

경찰 측은 주변 직원조사를 마치는 대로 A 전 검찰총장을 소환해 피고소인 조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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