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족명의로… 거액 출처는?

화성 소재 골프연습장 주주명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아들과 사위가 주주로 확인된다.
골프장 매매 아들, 사위 등재… 신 전 총장 자금이면 '불법 증여' 의혹
아들 명의로 부동산 거래…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시비
무기명 CD 편법 환전, 고금리 금전대차 등도 논란
신 전 총장 측"본인들 돈 투자 문제 안돼"
"무기명 CD는 원천징수, 연 5% 금리만 받아"

신승남 전 검찰총장(70)이 골프연습장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녀 및 사위들 명의로 증여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만일 신 전 총장의 자금으로 인수했다면 법망을 피해 증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신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19일에 경기도 화성 소재 모 골프연습장에 68억원을 투자하면서 고교 후배이자 동업자인 마모(53)씨에게 50%의 지분을 넘겨받았다. 마씨 등에 따르면 신 전 총장은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와 임원을 자기 가족으로 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실질적으로 신 전 총장 소유 자금이 투자됐음에도 지분 및 임원등기는 신 전 총장을 거치지 않고 동업자들에서 아내와 자녀, 사위 등 가족에게 곧바로 이전됐다는 것이다.

해당 골프연습장 등기를 살펴보면 투자금 지급이 완료된 날 마씨의 동업자들에서 처 조모씨가 대표이사로, 딸들이 각각 이사와 감사로 등기이전 됐다. 또 주주명부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아들이 30%, 큰 사위와 작은 사위가 각각 10%의 주식을 소유한 것이 확인된다. 나머지 주식은 동업자 두 명이 각각 35%, 15%를 소유하고 있다. 신 전 총장 본인 명의로 된 지분은 전혀 없는 셈이다.

정상적으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인수자가 계약서를 쓰고 인수자 본인이 대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각종 권리관계 서류에서 그런 절차는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신승남 전 총장이 골프연습장으로 투자금 명목으로 보낸 무기명 CD 내역서. 확인증마다 인수자 이름이 제각각이다.
한 변호사는 정확한 사정을 알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서류만 보면 증여세를 낼 대상이 안 되게 꾸민 것처럼 여겨진다"며 "실질적으로 자금이 신 총장의 소유라면 증여세를 포탈한 경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1남 2녀를 뒀는데, 아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30대 중반의 미혼이다. 두 딸은 가정주부이며 큰 사위는 모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자녀들이 자력으로 68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해당 골프연습장은 지난해 7월 경매에서 73억 500만 원에 경락받았으나 시설설비를 제외한 건물과 토지의 감정평가에서 134억원으로 평가됐다. 지난 11월 말, 신 전 총장 측은 해당 골프장의 경영권을 두고 마씨와 갈등을 빚다가 폭력 사태가 발생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신 전 총장은 주식대금을 지불하고 나머지 50%의 지분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동업자들은 주식을 넘긴 적이 없고 주식대금을 받지도 않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동업자이자 검찰 후배인 마모씨는 기자에게 "매수인란이 '공란'인 주식양수도계약서를 신 전 총장이 9월 25일에 나 모르게 가져가 이것을 근거로 주식을 이미 넘겨받았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씨의 말대로라면 법적으로 신 전 총장 측이 주식대금을 지불했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발생한다. 반면 신 전 총장 측은 주식대금을 지불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승남 전 총장이아들 명의로 산 경기도 모처의 부동산.
신 전 총장을 둘러싼 차명 논란은 또 있다. 신 전 총장은 경기도 모처에 대지를 구입하면서 아들 명의로 매입, 등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앞서의 변호사는 "서류를 보면 실질매수인은 신 전 총장이나 회사로 보이는데 아들 명의로 돼있다. 부동산실명거래법에 저촉됐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계약명의신탁은 1998년부터 불법으로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법을 위반한 증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의 골프연습장에 투자한 자금 중 일부가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자금 내역서류에 의하면 약 7억 원가량의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 환전내역이 눈에 띈다. 해당 CD가 만기가 되자, 여러 명의 직원이 은행에서 나눠서 환전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현행법에 비춰 이자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무기명 CD는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정기예금증서로, 매매를 위해 은행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며 특별한 매매절차도 없다. 또 만기 이전에도 개인 간 무기명 거래를 할 수 있고 만기일에 CD를 은행에 제시하면 누구나 예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발행주체인 은행은 중간 유통과정을 확인할 수도 없고, 최종 소지자에게 예금액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분 노출을 피할 수 있다. 또 자금 출처와 계좌 추적 등 유통 경로 파악도 어렵기 때문에 뇌물이나 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위와 같은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신 전 총장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본인의 진술을 직접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신씨의 인척이라고 밝힌 한 인사는 "현재 소송 중이므로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골프연습장은 자녀와 사위가 직접 자기 돈으로 투자한 것이다. 지분매입대금은 100%를 모두 인수했지만, 전체 송금액과 내역을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경기도 부동산은 사달라고 한 사람이 먼저 신 전 총장의 아들 이름으로 등기하겠다고 한 거다. 무기명 CD는 원천징수되는 사항이다"고 밝혔다.



신상미 기자 frontpage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