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심층분석] 성형외과의 고질적 문제 도마위로

'성형 전후 사진 제공' 조건으로 수술대 올랐다가 사망
정부 당국, 우수 의료기관 선정 기준 "개선 필요해"
중국언론, 한국 성형수술 부작용 소개하기도
  • 최근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여대생이 사망해 성형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
[이민형 기자] 서울 서초구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20대 여대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성형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문제가 불거진 성형외과는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로부터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된 병원이어서 정부 당국의 의료기관 평가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여대생 정모 씨(21)는 19일 4시간에 걸쳐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혈압이 떨어져 회복실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혈압이 돌아오지 않자 구급차를 불러 정씨를 강남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지만 정씨는 수술을 마친 지 3시간 만에 끝내 숨졌다. 정씨는 성형 전후 사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900만원 가량의 수술비를 지원받아 수술대에 올랐다가 이 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가 됐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 측의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와 진술 내용을 종합해 대한의사협회에 감정을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집도의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치과 전문의로 밝혀져 대리수술 의혹이 일기도 했다.

실제 성형업계 관계자들은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대리 수술을 지목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성형외과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수술 일정을 잡은 뒤 병원에 소속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에 동원돼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수술이 이뤄진 광대뼈는 위턱 옆에 있어서 구강악안면 수술을 전공한 치과 전문의들이 광대뼈 축소술을 집도하는 것은 현행 의료법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집도할 것처럼 설명하고 치과 전문의가 대신 수술했다면 이는 대리수술이고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성형외과를 방문하긴 했지만 집도의가 소속된 치과가 같은 건물에 있고, 상담 및 진료 의사와 수술 집도의가 같았다"면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치과가 아닌 성형외과 측에서 유족과 보상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제의 병원 측은 홈페이지에서 "안면윤곽수술은 얼굴의 전체적인 구조와 균형을 고려하면서 여러 가지 요소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고난이도 수술이기 때문에 집도의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중요하다"며 "얼굴의 미세한 혈관이나 중요한 신경이 많고 전신마취를 필요로 하는 수술이므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와 분야별 전문의의 진료 연계가 돼 있는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성형수술 피해 상담이나 의료분쟁 건수가 늘고 있어서 의료계 내부의 자정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형수술 피해로 인한 상담 건수는 4,806건으로 전년보다 28.5% 증가했다. 성형수술 환자의 의료분쟁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조정 상담 중 성형수술 부작용 등으로 인한 문의는 2012년 445건, 2013년 731건, 2014년 6월까지 438건이다.

대리수술 논란에 이어 병원들이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환자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되는 과정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병원도 외국인 환자 우수 유치기관이다. 이를 두고 정부 당국의 의료기관 평가 시스템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적 위주로 평가하다 보니 의료서비스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형수술은 정부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외국인 상대 주요 의료관광 상품 중에 하나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을 선정할 때 병원의 외국인 환자 대비 불법체류자 비율, 환자 유치나 납세 실적과 사업계획서 등을 평가한다"면서 "이를 선정하는 것은 복잡한 비자 절차를 간소화해 의료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지 의료서비스 자체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측은 의료기관 평가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인정하면서 "이미 문제를 인식해 외국인 환자의 만족도나 편의성도 의료기관 평가 기준에 넣는 법안이 지난 10월 발의됐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언론은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중국 등에서 의료관광 환자들이 찾아 오고 있지만,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면서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바로잡고, 부작용에 대한 변상 의무를 강화하는 등 성형외과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관광 활성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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