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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역 '명칭' 전쟁

[신수지 기자] 지하철 역명 선정을 놓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 전철·지하철 노선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각 대학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역명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개통을 앞둔 지하철 9호선 2단계 5개 역 중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던 3개 역명이 언주역, 삼성중앙역, 봉은사역으로 확정됐다. 이 중 삼성중앙역은 서울 강남구 선정릉과 봉은사 사이에 위치한 옛 차관아파트 사거리에 들어서는 역이다. 당초 ‘학당골역’이라는 역명이 유력했지만, 강남 지역 주민들이 ‘납골당을 연상시킨다’며 삼성중앙역 또는 신삼성역으로 이름을 정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 성중기 의원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지역주민 대다수가 ‘학당골’의 유래를 모르고, 역명으로 ‘학당골’을 원하지 않았다. 또한 지역 주민 4,206명이 ‘928역명 학당골역에서 삼성중앙역으로 변경에 관한 청원’을 서울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광교 신도시 지역에서는 새로 건립될 신분당선 연장선(정자~광교) 3개 역을 놓고 '광교'라는 이름을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초 신분당선 역명은 경기도청역(SB05역), 경기대역(SB05-1역), 신대역(SB04역)으로 불렸으나 최근 새로운 역명 확정을 앞두고 수원 주민과 용인 주민들이 저마다 '광교역'이라는 명칭을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광교가 수원과 용인 양쪽에 걸쳐 있다 보니 빚어진 갈등이다. 수원시는 최종 역명을 내년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이다.

2016년 3월에나 완공되는 937정거장의 역명을 두고서도 주민들이 벌써부터 옥신각신하고 있다. 5호선 올림픽공원역 옆을 지나는 9호선 937정거장은 실제 강동구 관할이지만, 주변 부동산 업체들이 송파구 관할인 것처럼 ‘오륜역’, ‘방이역’으로 가칭을 임의로 정해 부르면서 강동구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미 개통한 8호선 장지역은 묫자리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가든파이브역’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나온 상태다.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특정 학교가 역명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수도권 전철 경의선 서강역이 서강대역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강대는 2012년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서명 운동과 거리 시위까지 벌였던 바 있다. 덕성여대와 국민대, 서경대는 2016년 완공 예정인 경전철 우이선(우이~신설동) 역명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지하철 역명에 이렇게 각계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역 이름이 인근 부동산 가치나 학교 평판, 홍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하철 역 이름이 그 지역의 첫인상을 결정짓고, 이에 따라 그 지역 아파트나 상가 분양가에 많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지하철역 이름이 지역 정서와 주민들의 자부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민감한 주제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대학들의 경우에는 지하철을 타는 수많은 승객들을 대상으로 학교 이름을 홍보할 수 있기에 지하철 역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학교 이름이 들어간 지하철역은 22곳이다.

일각에서는 "지하철 역명 결정이 지역·단체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단체나 학교의 홍보 목적으로 지하철 역명이 결정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도 있다. 4호선 총신대입구역은 원래 이수역이었지만 총신대가 부담한 2,400만원의 건설비를 이유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나 총신대와의 거리는 1㎞를 넘어 도보로 20분 남짓 걸린다. 더불어 7호선 남성역은 총신대 바로 앞에 있음에도 남성역으로 역명이 결정돼 총신대를 찾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기도 한다. 부산 지하철 2호선에는 ‘경성대·부경대역’이 있다. 두 대학이 서로 이름을 넣으려다보니 벌어진 일로, 해당 역을 처음 접한 사람들로 하여금 혼동을 주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지하철 역명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처음 역명을 선정할 때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꼼꼼히 살피되 전체 교통 이용자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순수 우리말을 적극 활용하는 등 특색 있는 사례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지하철 역명을 정할 때는 '옛 지명'을 가장 우선 순위로 두고 고적, 사적 등 문화재, 고유 명사화된 공공시설 명칭 등의 순을 따지게 되어 있다. 역명 변경은 역 주변 500m에 있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 지명위원회를 열어 역명을 걸러 시에 제안하면 도시철도, 건설업체와 조율한 뒤 시 지명위원회에서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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