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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소음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백색소음을 찾아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드라마 '공부의 신' 스틸컷
[신수지 기자] 3월이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이 모(18)양은 요즘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둔 채 이어폰을 끼고 공부를 한다. 이어폰에서는 홍대 모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 커피잔이 부딪히는 소리 등이 흘러나온다. 이 양은 "평소 너무 조용한 환경에서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한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적당한 소음을 들려주는 앱을 알게됐다"면서 "요즘에는 공부할 때마다 앱을 켜두니 공부가 더 잘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양처럼 소음을 일부러 찾아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음이 집중에 방해가 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적막감을 해소하면서 오히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대학가 주변 커피숍에서도 도서관 대신 커피숍을 찾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데일리한국> 기자가 커피숍에서 만난 대학생 김 씨(23)는 "계절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공부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커피숍에서 무슨 공부가 되느냐'고 핀잔을 주시지만 약간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과제나 조별 프로젝트를 할 때 더 집중이 잘되는 기분"이라면서 "주변에도 나처럼 공부 목적으로 도서관보다 카페를 찾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양과 김씨가 느낀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백색소음(white noise)'의 효과다. 백색소음이란 전체적으로 균등하고 일정한 주파수 범위를 나타내는 소음을 말하는데, '백색광'에서 유래된 용어다. 7가지 빛을 합하면 백색광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가 합해지면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되기 때문이다.

백색소음에는 비 오는 소리, 파도치는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 자연에서 나는 소리와 카페 소음, 라디오의 지직거리는 소리, 진공청소기나 비닐봉지 소음 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반복적인 소리가 해당된다. 이러한 소음은 오히려 듣는 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한 음향 전문가는 "지속적으로 들리는 백색소음은 정적 상태의 적막감을 해소해주면서 심리적인 안정도를 높여 집중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알파파의 증가에 영향을 준다"면서 "주변 소음을 상쇄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 미국 시카고대의 소비자연구저널은 50~70데시벨(dB)의 백색소음이 완벽한 정적보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한국산업심리학회에서는 정적 상태보다 백색 소음을 들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향상되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하며. 학습시간은 13.6%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백색소음의 효과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최근에는 이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출시됐다. 한 스마트폰 앱은 1,000원을 내고 구매하면 ‘홍대 S카페’ ‘강남 교보타워 A카페’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 등 각각 다른 장소에서 녹음된 백색소음을 들려준다. 개발자는 지나치게 큰 소음은 적절히 편집해 편안한 카페 소리를 구현했다.

백색소음의 심리 안정 효과를 이용해 아기를 달랠 수 있는 앱도 나왔다. 실제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육아의 고통을 덜어보기 위해 개발했다는 한 어플리케이션은 텔레비전 소음, 청소기 소리, 비닐봉지 소리, 믹서기 소리 등을 제공한다. 이 소리들을 하나씩 틀어줄 수도 있고, 세 가지씩 혼합해 동시에 들려줄 수도 있다. 아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재생시간도 최소 10분에서 2시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실제 사용자들은 "울며 투정을 부리던 아이에게 들려주었더니 안정이 됐는지 미소를 짓더라"는 등의 사용후기를 남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색소음을 발생시켜주는 백색소음기를 설치해 일명 '몰입구역'을 만드는 독서실이나 공부 카페 업주들도 늘었다. 이들 업주들이 운영하는 독서실에는 '다른 업체 독서실보다 더 집중이 잘되는 환경'이라는 홍보 문구가 따라붙는다. 휴대용 백색소음기도 입소문을 타고 구매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가격은 3만원 대부터 2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백색소음기를 판매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백색소음이 흘러나오는 독서실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니 독서실 운영 업주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온다"면서 "휴대용의 경우에는 집이나 학교 등에서 이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고시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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