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군의문사 유족들의 '멈추지 않는 싸움'

'자식의 억울한 죽음 '진실 추적… 군은 외면, '자살' 인정해야 순직처리
군의문사 47건 해결 난망… 군은 '군의문사' 인정 안해
유족 "자식 사망 진실 밝혀라"… 군 '자살' 결론 고수
군의문사 상징 '김훈 중위 사건' 군의 은폐·왜곡 논란
  • 군의문사 유족들이 지난해 8월 18일 국회에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지난 1월 '군의문사' 판정을 받은 한 장병(2001년 사망)이 순직처리됐다. 군에서 사망한 아들의 사인(死因)을 밝혀달라던 유가족이 군의 조사 결과(자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군의 완고한 입장(자살)에 맞서다 끝내 지치고 자식의 영면을 바라면서 마지못해 군과 타협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군의문사 유족들은 여전히 국방부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군에서 자식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자살'이란 불명예로 자식을 두 번 죽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강하고 올바른 군을 위해, 현재와 미래의 군인과 가족을 위해서라도 우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군의문사의 대표적인 사건인 고 김훈 중위 사망 사건이 올해로 17년이 된다. 유가족은 진실규명과 관계자의 사과 및 문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군은 요지부동이다. 군의문사를 개선하기 위한 법률안 개정에도 군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다.

이렇듯 군의문사 문제가 해결되기란 난망해 보이지만 유족들은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군의문사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느냐 하는 것은 향후 군 사망자에 대한 명예와 인권, 그리고 군의 신뢰 및 위상과도 직결된다.

군의문사를 둘러싼 군과 유족들의 상황, 바람직한 해결 방향 등을 짚어봤다.

  • 2월 24일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김훈 중위 17주기 추모미사 때의 영정과 헌화.
국방부, 군의문사 인정 안 해

매년 100명이 넘는 군 사망자가 발생한다. 3일마다 한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군복무 중 사망한 장병은 1,256명에 이르고 이 중 자살로 인해 사망한 장병은 774명으로 전체 62%를 차지한다.

군은 사망한 장병의 사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대부분 자살로 추정한다. 구타 흔적 등 타살의 정황이 있음에도 수사를 더 하기보다 자살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유족들은 군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군에는 135위의 '장기 미인수 영현(英顯)'(군 복무 중 사망했지만 유족이 인수하지 않은 시신ㆍ유골)이 있다. 군이 발표한 자식의 사망 이유(자살)를 납득하지 못한 유족들이 "진실을 밝혀 달라"며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시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군 수사기관이 자살로 결론을 내린 사건 중 장병의 유족이 이의를 제기해 그 조사 결과가 바뀐 적은 없다.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의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군의문사' 또한 군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 고 김훈 중위 부친인 김척 예비역 중장이 2월 24일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김훈 중위 17주기 추모 행사에서 국방부의 증거 조작 은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군(軍) 법령도 마찬가지다. 현행 군 법ㆍ훈령에 따르면 군 사망 구분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이고 사망 원인은 크게 자살, 타살, 변사로 나뉜다. 군은 자ㆍ타살이 불명한 군의문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가 자ㆍ타살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는 경우(군의문사)가 존재할 수 있다. 군 수사 부실, 과실 등으로 사망원인이 불분명하게 된 경우(국가기관 간 사망원인에 이론이 있는 경우) 등 진상규명이 불능한 경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군의문사 유족들은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명명백백하게 알고 싶다"고 절규한다. 유가족과 인권단체의 진정이 계속되자 정부는 2006년 대통령 직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를 설립했다(2009년 12월 31일까지 활동). 의문사위에 접수된 사망사건은 모두 579건으로 이 가운데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된 것은 48건이다.

그러나 군의문사 문제는 이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군이 철저하게 외면했기 때문이다. 군은 책임질 여지가 있는 부분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을 개정하면서 순직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고 홍보했지만 군의문사는 개정된 훈령에 따른 재심사 및 순직처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왜,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을 밝혀달라"

"군의문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자식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명백한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 후 국방부의 사죄가 있어야 할 것이고, 순직 처리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명동 천주교인권위원회 강당에서 열린 김훈 중위의 17주기 추모 미사에서 김 중위의 부친인 김척 예비역 장군(74·육사21기ㆍ중장 예편)은 군의문사에 대한 유족의 입장을 절절하게 밝혔다. 김척 장군은 군이 김훈 중위 사건을 어떻게 부당하고 불법적으로 다뤄왔는가를 증거를 제시하며 설명해 추모 미사 참석객들에게 설득력 있는 공분을 자아내게 했다.



김훈 중위 사망 사건은 군의문사의 대표적 사건이고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된 48건 중 첫 번째 심사 대상이기도 하다.

김훈 중위는 제15대 대통령(김대중) 취임식 하루 전인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241GP)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국방부는 당일 현장 검시도 하기 전에 '자살'로 발표했고, 1~3차 수사 및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훈 중위의 유족과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과학적 증거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타살' 주장을 해왔다.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김훈 중위가 자신의 권총을 이용해 자해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국회(국방위원회), 대법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최고 국가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1999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치되었던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는 그해 5월 31일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 15가지를 제기하며 '김훈 중위가 타살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정 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김훈 중위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해 "초동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권민권익위원회는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총기 격발실험 등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후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권익위는 그해 8월6일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따른 순직처리 권고안'을 육군본부에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3개월 뒤인 11월26일 유족에게 김훈 중위 사건을 타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김척 장군은 군이 크게 ▦세계적 권위의 미국 군수사연구소 조사 결과를 무시한 것 ▦ 김훈 중위 좌우측 어깨 부위의 화약성분을 왜곡 해석한 것 ▦대법원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등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군수사연구소는 김훈 중위 오른손에 뇌관화약 성분이 없고, 대신 왼손바닥에서만 화약흔이 나온 것과 관련, "스스로 쏘았다고 귀결 지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무시했다.

군은 김훈 중위 좌우측 어깨 부위의 화약성분을 '자살'의 근거라고 했지만 권총 발사시 화약이 넓게 퍼져 옷에 부착되므로 권총 발사자 식별에 이용하지 않는 게 세계적 공통교리다. 즉, 어깨부위 무연화약(국방부 자살사격 주장)은 전세계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부도덕한 증거조작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군은 김훈 중위 오른 손에 화약이 검출되지 않아 자살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중립적 입장'(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음)임을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군은 '자살'로 판결했다며 허위 주장을 펴왔다.

'억울한 군의문사'는 또 있다. 1984년 일어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은 30년이 지났지만 유족과 군의 입장이 상반된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국방부는 자살이라고 했으나 2002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타살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국방부는 재차 허 일병이 자살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의문사위는 다시 조사를 해 2004년 '진상규명 불능'이라는 판정을 내렸으나 "타살은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1960년 군복무 중 사망한 이모씨의 경우도 의문사위의 활동으로 2009년 변사가 아닐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씨의 경우 부대 의무실에서 사망했으나 한 달을 입원한 것이 밝혀져 변사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망 원인은 규명 불능으로 의문사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군의문사 판정을 받은 사망자는 모두 48명으로 이 가운데 1명의 유족이 지난 1월 순직처리를 위해 군의 조사 결과(자살)을 받아들였다. 군의 태도(자살 입장 고수)가 바뀔 가능성이 난망한데다 지칠 대로 지치고 무엇보다 죽은 자식이 안쓰러워 군과 타협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이 군과의 '진실'싸움에서 크게 불리한 것은 군의 폐쇄성으로 인해 사인을 밝히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사망 장병에 대한 처리 기준도 유족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장병의 사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대게 자살로 추정하지만 미 육군은 그 반대다. 즉 자살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자살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군의문사 유족들은 군이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권고안을 무시한 채 '자살'이라는 결론을 받아들여야만 순직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군이 책임은 회피하면서 자식을 잃어 새카맣게 탄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는 것이다.

김척 장군은 "중요한 건 순직이 아니라 김훈 중위의 명예다. 김훈 중위 사건은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군, 유가족, 그리고 군에 자식을 보낼 모든 국민의 문제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 군, '대법원 판결 조작자 처벌' 묵살

김훈 중위 부친 민원 외면

"전역, 시효경과 등 곤란"




고 김훈 중위의 부친인 김척 예비역 장군(74, 육사21기, 중장 예편)은 지난 2013∼2014년 김훈 중위 사건과 관련해 육군본부를 상대로 네 차레의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의 취지는 ▦김훈 중위 관련 대법원 판결을 자살로 조작한 육군본부 법무실장 김흥석 준장, 전 국방부조사본부장 승장래 및 수사팀 처벌 ▦전 국방부장관 김태영, 전 육군참모차장 조정환의 유족에 대한 사죄 ▦국민권익위의 조사결과 및 순직권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김척 장군이 김흥석 준장과 승장래 본부장 및 수사팀의 처벌을 요구한 것은 이들이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이를 대외적으로 강변하고 알리는 데 대법원 판결을 왜곡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중립적 입장'(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음)임을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자살'로 판결했다며 허위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대법원(김영란 전 대법관 주심, 김황식 전 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배석)은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한 판결문(2006년 12월 7일)에서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흥석 법무실장은 2010년 11월9일 육사총동창회에서 "국방부 합조단에서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 자살이라고 내린 결론은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라고 말했다. 국방부 합조단에서 내린 '자살'결론에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라고 거짓 보고한 것이다.

승장래 전 국방부조사본부장은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은 자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묻자 승 전 본부장은 "군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2010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김훈 중위 사건 질문에 "대법원 판결 모두에서 자살로 인정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서 의원이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재차 질문하자 김 전 장관은 "판결문을 읽어 보지 못했다. 보고만 받았을 뿐이다"며 말을 바꿨다.

동일 국정감사에서 당시 조정환 육군참모차장은 "김훈 중위 사망에 대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자살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을 뿐 고등법원은 '자살'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지만 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자살'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게 고등법원의 판단이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조정환 전 차장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김척 장군이 요구한 "국민권익위의 조사결과 및 순직권고 존중은 2012년 8월 6일 국민권익위(위원장 김영란)의 권고안을 수용하라는 의미다. 당시 권익위는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따른 순직처리 권고안'을 육군본부에 보냈다.

군은 김척 장군의 민원에 대해 2014년 12월 다음과 같이 회신했다. 우선 대법원 판결 조작에 따른 김흥석 법무실장, 승장래 전 본부장 및 수사팀 처벌 요구에 대해 육군본부는 승장래 정 본부장 및 수사팀의 경우 상당수 인원이 이미 전역해 민간인이므로 군에서 다룰 수 없다고 했다. 수사팀도 상당 수가 전역했고 처벌 대상과 행위(조작)가 특정되지 않아 처벌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김흥석 법무실장은 징계시효(2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김흥석 실장의 발언은 형법상 '위증죄''무고죄''명예훼손죄' '모욕죄' 군형법 상 '허위보고죄'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률에 의해 선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거나(위증죄), 타인의 형사처분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무고죄),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일 뿐(명예훼손죄) 등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본질인 '대법원 판결 왜곡'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군은 또한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조정환 전 육군참모차장이 현재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유족에 사죄를 명령하거나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김척 장군의 민원에 대한 육군본부 입장을 요약하면 김훈 중위 사건을 총괄하거나 최종 결정권자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전역해 민간인이 되거나 징계시효의 경과, 형사 처벌에 필요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척 장군은 "육군본부 법무실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및 조사본부 등은 '대법원 입장은 자살이다'라고 허위보고서를 작성하고 행사하는 등 거짓 보고함으로써 정당하고 적법하게 처리되어야 할 김훈 중위의 순직처리를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김 장군은 또한 "승장래와 김흥석은 김훈 중위 관련 대법원 판결(사인 불명)을 '자살'이라고 명백히 조작해 각각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에게 거짓 보고했고, 이들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심각한 오판을 한 상태에서 국정감사 등에서 허위진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장군은 군이 민원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기보다 책임자들이 전역, 시효경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책무를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책임자 처벌 요구에 법적 요건 미비를 내세운 것은 '얄팍한 잔꾀'라고 지적했다.

김 장군은 "민원의 본래 취지는 군 관계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왜곡해 전파함으로써 김훈 중위 사건을 오판하게 한 것을 지적하고 군이 또 다시 그러한 거짓 보고를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데 있다"며 "군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의 조사결과 및 순직권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육군본부는 권익위가 심사연기 요청을 했으므로 심사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마치 권익위가 스스로 순직권고를 철회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사실은 전혀다르다. 권익위의 순직권고 이후 국방부는 '대법원판결도 자살이다'는 주장을 펴면서 김훈 중위 사망사건을 정신질환에 따른 자살자 순직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권익위의 확인결과 육군에서 진상규명불능으로 순직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순직 거부)을 알고 심사 보류를 요청한 것이다.

■ "김훈 중위는 자살하지 않았다"

김훈 중위 오른손에 화약흔 없어… 영화 '미스터 브룩스'살인마가 노린 것

김훈 중위 사건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영화 '미스터 브룩스'가 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둔 성공한 사업가 미스터 브룩스(캐빈 코스터너)의 또 다른 이름은 엄지 지문 외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예술적인 살인으로 유명한 연쇄살인마 샘 프린트다.

영화 장면 중엔 그가 권총 살인을 하면서 손에 장갑을 끼고 총과 손을 비닐로 감싼 부분이 나온다. 이는 권총 발사 때 나오는 화약 잔여물이 손에 묻지 않게 하고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치밀한 방법이다. 이는 반대로 권총 발사 때는 반드시 화약 잔여물이 발사자의 손에 묻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김훈 중위의 오른 손에는 화약 잔여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김훈 중위가 총을 격발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실제 국방부가 1999년 1월 25일 경기도 광주의 특수전 학교 실내 사격장에서 실시한 총기실험에서 발사한 3명 모두의 오른손에 뇌관화약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국민권익위와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총기 격발실험에서도 발사자의 손에 화약 성분이 검출됐다. 모두 4차례의 총기 실험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미국 최고감정기관인 미범죄수사연구소는 김훈 중위의 왼손손바닥에만 뇌관화약이 검출된 것에 대해 "근접사이며, 스스로 쏘지않았다"고 감정했다.(1998년 3월 25일)

미국 LA경찰청 30년 총기전문가 마뉴엘 머르드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2010년 6월 5일. 2014년 4월 5일)에서 "김훈 중위 왼손손바닥은 방어자세시 현상이다. 두 손 잡고 머리에 밀착해 권총을 발사했다면(국방부 주장), 김훈 중위 왼손, 오른손에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프레이 형태의 뿌려진 피가 손에 있어야 하나, 김훈 중위는 양손에 피가 없다. 김훈 중위가 발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범죄수사 기관과 전문가들은 "김훈 중위는 자살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여전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김훈 중위 사망 사건에 대해 '자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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