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염 적어 희박… '변이' 경계""전염이 대다수이기에 지역감염 우려는 아직 크지 않아""3차 감염자, 전국 지역 발생 주목할 만한 상황"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없어… 만일 확인되면 대재앙

6월 11일 오후 전남 보성군의 한 마을이 전날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세계적으로 드문 3차 감염자까지 확인되면서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사회 감염을 통한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에 대해 '희박하다'는 입장이다.반면 사람을 통한 메르스 변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메르스 대유행에 대해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 메르스 발병 현황과 관련해 "중동의 경우 대부분 병원 내 감염이었고 지역사회에서 계속 퍼져 나간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현재까지 우리가 가진 정보로 봤을 때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대규모로 유행하는 사례는 가능한 시나리오 중 후순위로 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공기 감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반면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역 사회 확산은 이제 기정사실이라고 보면 된다. 메르스의 대유행은 아니더라도 소유행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 지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인 만큼 변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 교수는 "상황을 봐야겠지만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까진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대유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메르스 대유행을 낮게 봤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권위자인 타리크 아흐메드 마다니 킹압둘아지즈대 교수는 "메르스의 감염 측면에서 이는 드문 현상이 아니다"라며 "이처럼 병원과 감염자 가족 내 강력한 2차 감염은 이미 일어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마다니 교수는 메르스가 다른 바이러스성 호흡기 전염병과 비교할 때 전염성이 높긴 하지만 아직 변이됐다는 증거는 없으며 지역사회 전염으로 확산하거나 대유행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치사율이 40∼50%로 높은 만큼 메르스를 그저 가벼운 질병으로 여기는 태도는 적절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메르스 의심 환자 가운데 혈중 산소가 감소하거나 기관삽관과 같은 기계적 인공호흡 절차가 필요한 경우는 모두 전염 통제 대책으로 공기 중 예방책이 마련된 병원에 격리해야 한다"며 "심각하지 않은 의심 환자라면 비말(침) 예방책 수준으로 전염 통제 대책이 마련된 곳에 격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가 추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그는 "병원 응급실과 대기실과 같은 의료 공간에 사람이 붐비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침상과 들것은 병실과 응급실의 경우 최소 1.2∼1.5m, 중환자실의 경우 최소 2.5m의 간격을 두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도 이날 메르스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감염 우려는 크지 않다며 지난해 8월 27일 자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독일 본 대학 바이러스 연구소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전했다. 메르스 첫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환자 가족을 상대로 한 연구결과, 환자 26명의 가족 280명 가운데 4.2%인 12명만 혈액검사 등에서 메르스 감염이 확인됐다. 이들 2차 감염자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환자와 보다 긴밀하게 접촉하는 경우에는 감염비율이 높을 수도 있고, 병원 내 감염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지병이 없는 청년층은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드로스텐 박사는 "이러한 결과로 볼 때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서 창궐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드로스텐 박사팀은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게재한 논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혈액 샘플을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약 4만 명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이브 사이언스는 이같이 낮은 2차 감염 비율 덕분에 메르스의 지역사회 전파는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츠버그대 전염병 전문의인 아메쉬 아달자 박사는 "의사들이 일단 메르스 환자라는 것을 알면 전파를 막는 것은 쉽다"며 메르스가 미국 본토에 상륙해도 널리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도 드로스텐 박사팀의 '지역사회 감염률 4%' 논문을 인용하면서 미국인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 "질병으로 한국의 병원에 다녀왔거나, 사우디를 여행하지 않았다면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이 낮게 예상되는 가운데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를 통한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학연구소 감염내과 신상엽 전문의는 "메르스는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에 비해 감염력 낮아 처음 메르스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90% 병원내 감염이었고 지역사회에서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면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감염이 유지되면 사람 간 변이가 문제 될 수 있는데 그에 따른 전파력은 현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 6일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변이가 일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메르스 대유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현재 방역체계가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두느냐에 따라 지역사회 메르스 유행 수위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